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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학대식 Jan 28. 2020

40대에 만나게 된 취미

요가일기 #2

요가원의 선택


요가를 시작하고자 맘을 먹고 제일 처음으로 한 일은 요가원을 결정하는 것이었다. 멀고 희미하게만 보이는 요가인으로서의 모습을 조금은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위의 결정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어려웠다. 본인의 경우, 우연히도 일하는 코워킹 스페이스 근처에 요가원이 세 곳이나 있었다. 게다가 그중 두 곳은 꽤나 규모가 큰 곳이라 중간에 예기치 못한 시설의 폐업 등으로 수련을 포기하게 될 외부요인을 일정부분 제거할 수 있을 듯 보였다. 


인터넷으로 주위 요가원의 위치를 확인하고 무작정 방문을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막상 요가원이라는 곳에 발을 들이려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과연 이것이 내게 필요한 것일까?'  '절대다수를 이룰 여성 수강생들이 자칫 아저씨의 출현에 불편해하지는 않을까?' 등등의 잡생각들 말이다. 흔히 수련원에서는 수강생들의 마음을 진정하기 위해 향을 피우는데 왠지 본인은 그 향이 비강으로 조금씩 진하게 인지될수록 불편한 마음이 커졌다. 아마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인간의 방어 기질이 자연스레 발현된 것이 아닐까 짐작해볼 뿐이다. 


작은 규모의 요가원에 등록하고 싶었다. 큰 요가원보다는 소수의 사람들이 수업에 참여하기에 조금은 꼼꼼하게 선생님의 관리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으니 말이다. 요가라는 단어를 검색하며 만나게 되는 수많은 사진들은 우리의 보통의 자세들과는 너무나 달랐기에 본인의 지나친 욕심에 자칫 수련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부상으로 그만두는 일은 없어야겠다 생각했다. 또 스스로를 운동신경이 있다고 평가하는 본인과 같은 부류들이 이런 사건의 발발에 최적화되어 있음을 인정하기에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큰 기대를 가지고 문을 열어 원장님을 찾아 상담을 시작했지만 "샤워실이 하나라 불편하실 수 있어요"라는 그분의 말씀에서 '아, 여기는 오지 말라는 소리구나' 싶었다. 그다지 기분 좋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작은 요가원에서 남성 회원의 등록을 꺼려하는 것은 이미 목격한 바와 같이 여성 회원이 절대 다수인 요가라는 분야의 특성으로 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여담이지만 [남자는 여자들이 절대 다수인 공간을 무서워한다]라고 고백한다. 여성이 가득한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다음 것을 기다리는 남성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은 남성이 복수의 여성에게 얼마나 공포심(?)을 느끼는 지를 방증한다. 본인 역시 다른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여성분들만이 몸을 풀고 있던 수련실로 들어가는 것은 생각보다 가슴떨리는 일이었다. 어쨌든 첫 방문의 개운치 못한 맛(?)을 뒤로하고 조금 더 큰 요가원으로 향했다. 이곳은 주위에 있는 남성 요가 경험자들 두 분이 한 목소리로 추천한 곳이었는데, 결국 나는 이곳을 수련의 장소로 정하고 지금까지 수련을 이어오고 있다.


무엇인가를 결정하면 그것에 미련을 두지 않는 성격이라 다른 곳으로 가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없다. 게다가 본인이 결정한 이 곳은 명상 세션이 함께 구성되어있어 몸을 스트레칭하는 행위보다는 마음속의 고요함의 경험을 더 절실히 필요로 하는 본인에게는 최적의 선택이지 싶다. 규모가 큰 것 역시 올바른 결정이라 판단하는 이유가 되었다. 한 번의 체험수업을 경험하고나니 남자 회원을 위한 탈의실과 샤워실이 따로 준비되어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기에 그렇다. [요가원에 샤워실이 하나면 불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남자는 못 씻는다]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명제의 올바른 이해이다.


사람에 따라 수강하는 클라스에 따라 땀이 배출되는 양은 분명히 다르겠지만, 정적으로 보이는 이 요가라는 신체활동은 겉으로 보이는 것 보다 훨씬 많은 땀을 배출시킨다. 러닝이나 구기종목같은 엄청난 심폐지구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불편함을 고수하고자 노력하는 데에서 오는 자극이 상당하다 할 수 있겠다. 불편한 자세를 고수하고 불편한 호흡을 유지해야하는 것. 이것으로 인해 온 몸과 마음이 쉴 틈 없이 노력하는 것이 땀으로 배출된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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