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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학대식 Jan 17. 2020

40대에 만나게 된 취미

요가일기 #1

prologue


박세리 선수가 맨발로 해저드에서 공을 건져내 US 오픈 타이틀을 품에 안은 후, 대한민국에는 박세리 붐, 골프붐이 일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자녀를 박세리같이 키우겠다고 맘먹었다. 부모들의 결정의 산물인 이 [박세리 키즈]들은 현재 전 세계 골프무대를 휩쓸고 있다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세리가 만들어낸 골프 붐은 단지 골프를 직업으로 하겠다는 선수들에게만 영향을 준 것이 아니었다. 이전까지 사회 일부 계층만이 영위할 수 있는 [골프]라는 스포츠의 심리적 진입장벽을 크게 낮추어 많은 사람들이 골프를 배우고 즐기기에 이르렀지만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이것을 영위하는데에는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 아무리 골프가 대중화가 되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너무나 비싼 스포츠임은 부정하기가 힘들다.


약 2년 전 골프를 배우고자 마음먹고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약 6개월이 지나자 필드로 나가자는 레슨 프로의 제의가 들어왔고 초록색 잔디를 밟고 싶었던 골린이는 큰 맘을 먹고 이에 동행했다. 모든 사람의 첫 라운딩이 그러하듯 수 없이 많은 공들을 골프장에 선사했고 아마도 그 공들이 모여 오픈마켓에서 다시 본인과 같은 사람에게 재판매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렇게 골프장에 자선행사(?)를 진행한 이후 본인의 대한민국에서의 필드 경험은 지금까지 "0"이다. 그리고 그 이유가 비싼 가격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안타깝지만 본인에게는 감내가 어려운 수준이다. 물론, 푸른 잔디 위의 시간은 행복했고 클럽 헤드에 타구감은 경쾌했던 것으로 여전히 뇌리에 남아있기에 기회가 된다면, 아니 능력이 된다면 다시 한번 이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


한동안 푹 빠져 있던 골프를 떠나보내니 [러닝]을 권하는 사람이 있어 이것을 시작하기로 했다. 적어도 이것은 경제적인 이유로 그만두어야 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게다가 일하는 공유 오피스 부근에서 자주 목격한 러닝 크루들의 힙 한 모습은 40대 아저씨의 마음을 흔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장거리보다는 단거리의 성적이 월등히 좋았기에 애초부터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5킬로로 시작해 조금씩 거리를 늘리기를 맘먹고 하루하루 달리기를 계속하니 조금씩 요령이 붙었다. 러닝에 관련한 책들을 읽고 관련 영상을 찾는 본인의 모습을 보며 마흔이 넘어 새로운 취미를 얻은 게 아닌가 싶었다. 조금만 노력하면 하프 마라톤도 또 언젠가는 풀코스 마라톤을 도전할 수 있겠다는 야무진 기대가 가슴에 쌓였다.


2018년 jtbc마라톤에서 10킬로를 완주하고나니 때마침(?) 날씨가 추워졌다. 일단 추워진 날씨를 핑계 삼아 러닝을 잠시 게을리한다. [추운 날씨에 밖으로 나가 뛰는 것은 득 보다 실이 많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유달리 눈에 들어온다. '추운데 뼈라도 부러지면 큰일이지' 하며 실내에서 달리기로 맘먹고 아파트 헬스장의 러닝머신에서 달리다 보니 뒤에 기다리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 눈치가 보인다. 머신 바로 앞 창문에 붙은 [러닝머신은 다른 사람을 위해 40분만 이용하세요 ]라는 안내 문구가 선명하다. 그렇게 나의 러닝은 바로 그곳에서 멈추었다. 해가 바뀌고 날씨가 풀려 다시 러닝을 시작했지만 이상하게도 예전과 같은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겨우 주말에 한번 정도를 달리니 적어도 일주일에 3일 이상을 달리던 그 전 해와 비교해 너무 적게 달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지만 좀처럼 달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결국 2019년도 지난해와 같은 대회 10킬로 완주에 만족하는 것으로 스스로와 타협하고야 말았다. 하프마라톤, 풀코스는 남의 이야기가 되어버렸고 그저 꾸준히 매년 "10킬로만 달리자"라고 목표를 낮추었다. 나는 분명 러닝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 올 해에도 10킬로를 달릴 것이니 말이다.


러닝에 흥미가 조금씩 사라질 때쯤, 유발 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을 읽고 있었다. 그리고 이 책으로 인해 본인은 요가에 입문을 한다. 요가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그 두꺼운 책에서 우연히 마주친 하라리의 의견에 생각보다 깊은 동감을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기실 특별할 것이 없던 그 챕터는 하라리가 요즘 요가를 수련하고 있다는 말로 시작되었다. 책에서 하라리는 이런 기술 우위의 세상에서 요가와 같은 내적 수련의 필요성을 언급한다. 그러며 [눈을 감고 자신의 호흡에만 집중하는 노력을 30초만이라도 해보라]라는 미션을 던졌고, 평소였으면 그냥 읽어넘길 이 구절에 본인이 어쩐 일인지 눈을 감고 이것을 시도해본다. 참고로 본인은 그다지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책에서 해보라는 것 남들이 좋다는 것을 시도하기를 즐기지 않는다.

마음을 차분히 하고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고 코끝으로 모든 신경을 모으는 것은 고행이었다. 그저 앉고 눈을 감고 호흡을 하는 단순한 신체행동이었음에도 말이다. 힘들게 자세를 잡고 온 신경을 코 끝에 모으고 들어오는 숨과 나가는 숨에 집중하는 것을 시작하자마자 다른 생각이 들어온다. 그것이 무엇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고작 몇 초도 호흡에 집중하지 못하는 놀라운 본인의 모습이 너무나 충격적이었기에 말이다. 물론 하라리는 이런 본인과 같은 반응들을 이미 책 속에서 예견했기에 고맙게도 위안이 될 말을 전해준다. [어느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기에 수련이 필요하고, 잘 못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라고 말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위의 경험은 본인을 요가의 세계로 이끌었다. 하루키를 통해 [러닝]의 매력에 빠졌고 하라리로 인해 [요가]를 결심한 모양새를 보니 작가의 말을 무지하게 잘 듣는 독자가 아닐까 스스로를 평가해본다. 어쨌든 요가 수련을 한지 이제 6개월이 지났다. 대단히 긴 시간도 아니고 엄청난 발전이 있지도 않은 것 같아 요가를 한다라 말하는 것이 무척이나 쑥스럽지만 지금의 나의 느낌과 생각이 시간이 흘러 만나게 될 그것들과 조금은 다르기를 기대하며 좀 더 성장하고 성숙한 인간이 되는 과정을 기대하며 용기를 내어 글을 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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