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수 있을까?
롱 브랜치 & 샌디 훅

미국 한 바퀴_대서양 로드트립 13

by 앤드류


파도는 추억과 함께

: 롱 브랜치 (Long Branch)와 샌디 훅 (Sandy Hook) 해변


이제 뉴저지 주 롱 브랜치와 샌디 훅 해변으로 갈 차례다. 이 두 장소 중, 특히 롱 브랜치 비치는 가족이 뉴저지에 살 때 집에서 자동차로 30여분 거리, 바다를 좋아하는 아내 덕분에 바람 쐬러 종종 들렀던 곳이다. 가족과 함께 찾아와 하얀 모래 해변에서 함께 놀다가 근처에 있는 인기 중국 뷔페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곤 했다.


브랜치를 생각할 때마다, 추억이 늘 그렇듯 마음이 편해지면서도 가슴 한 부분에 찡한 마음이 찾아온다. 모두가 동의할 것이라 확신한다. 세계 어디서나 '아이들을 양육하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는 것을. 게다가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이 미국에 와서 아이들을 키우고 교육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들은 미국에 오자마자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영어 실력도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들도 언어와 학업을 비롯해 동료 학생들과의 갈등, 자신의 진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하루하루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부모, 특히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어머니도 새로운 문화와 언어에 접하면서 만만치 않은 시간을 보낸다. 그래도 어머니는 강하다. 열심히 기도하고, 열심히 모범을 보이면서, 자녀들이 가장 바람직한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있는 있는 힘을 다해 돕는 것이다.


이곳에 오니, 추억이 새록새록, 할 이야기가 참 많다. 기회가 된다면, 아이들을 양육한 부모로서, 또 오랫동안 강단에 섰던 교육자로서, 미국의 교육제도와 부모의 역할 및 부모가 감내해야 할 일 등 경험담을 나누려고 한다.


| 미국 대통령들도 즐겨 찾던 곳


미 동부에 자리한 롱 브랜치 비치는 한때 미국의 '여름 수도(Summer Capital)'라 불리는 휴양의 명소였다. 19C 말과 20C 초, 대도시 뉴욕과 필라델피아의 무더위를 피해 바닷바람을 쐬러 온 미국 대통령들과 부자들, 휴양객들로 붐볐다. 화려한 호텔과 해변가 별장이 줄지어 들어섰다.


롱 브랜치는 7명의 대통령들이 방문했음을 기념하는 표지판이 세븐 프레지던츠 워크 (Seven Presidents Walk) 산책로에 설치되어 있다. 유리시스 S. 그랜트 (Ulysses S. Grant, 제18대), 러더퍼드 B. 헤이스 (Rutherford B. Hayes, 제19대), 제임스 A. 가필드 (James A. Garfield, 제20대), 체스터 A. 아서 (Chester A. Arthur, 제21대), 벤저민 해리슨 (Benjamin Harrison, 제23대), 윌리엄 매킨리(William McKinley, 제25대), 우드로 윌슨 (Woodrow Wilson, 제28대) 대통령이다.


롱 브랜치 북쪽,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샌디 훅은 바다 건너 뉴욕시가 바로 앞에 보인다. 구경거리인 누드 비치로 알려져 있다. 샌디 훅 (Sandy Hook)이라는 이름은 17세기 초 네덜란드 탐험가들이 이 긴 모래 지형을 '산트 훅 (Sant Hoek)'이라 부른 데서 비롯되었다. 네덜란드어에서 sant는 모래, hoek는 곶을 뜻한다. 이후 영어식으로 변형되어 Sandy Hook이 되었다. 뉴저지 해안 북쪽 끝에서 대서양으로 고리 (hook)처럼 뻗어 나와 뉴욕 항 입구를 지키는 이 모래 반도의 지형적 특징을 잘 드러내는 이름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던 가정들이 바다가 주는 아름다움과 남들에게 내세울 수 있는 자랑거리를 찾아 대거 해안을 찾으며 방갈로를 짓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더 크고 비싼 해변 주택이 이곳에 들어섰다. 그러나 이 지역의 해안선은 태생적으로 불안정하다. 롱 브랜치 해변과 함께 인접한 애즈베리 파크 (Asbury Park, 남쪽), 그리고 샌디 훅 (Sandy Hook, 북쪽) 해변은 지대가 낮고 모래가 이동하기 쉬운 지형에 놓여 있다. 노이스터 (Nor’easter)라 불리는 겨울 폭풍, 그리고 여름 태풍 허리케인 (Hurricane), 해일 (tsunami)은 여러 번 하우스와 보드워크, 도로를 휩쓸어갔다.


| 지킬 수 있을까?


특히 지구 온난화는 이러한 위험을 가속화한다. 뉴저지는 1900년 이후 약 45cm 가까이 해수면이 상승해, 그리 강하지 않은 폭풍조차 해변가 주택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더워진 대기는 더 많은 수증기를 머금어 폭우와 홍수를 만들고, 폭풍 해일은 이미 높아진 바다 위에서 더욱 깊숙이 내륙까지 밀려든다. 여기에 지반 침하와 습지 소멸이 겹치면서, 롱 브랜치와 샌디 훅, 인근 해안 마을들은 100년 전보다 훨씬 취약해졌다.


과학자들은 2050년까지, 뉴저지 해안의 해수면은 추가로 약 30~45cm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롱 브랜치와 샌디 훅의 도로는 평범한 만조 때에도 해마다 여러 차례 침수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결국 롱브랜치의 보드워크와 해안 주택가, 샌디 훅의 넓은 지역은 존속이 불가능해질 것이다. 2024-25년 롱브랜치의 주택 가격은 약 25% 정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되는 해변 복원과 방파제가 시간을 벌어줄 수는 있지만, 자연의 변화를 멈출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더구나 세계 최고의 화석 연료 (fossil) 소비국인 미국은 기후 위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계속 받고 있어 아름다운 해변의 종식을 결국 막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견해가 강하다.


| 지켜내야 한다


세상의 시작을 설명한, 창세기 1장 28절에서 창조주는 최초의 인류인 아담과 하와에게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Be fruitful and multiply, fill the earth and subdue it, and have dominion)”라고 명했다. 여기에서 ‘정복하라’는 히브리어로는 카바쉬 (kābaš) 영어로는 subdue이고 '세상을 질서 있게 다스려 거주할 수 있도록 만들라'는 뜻을 담고 있다.


‘다스리라’는 히브리어로 라다(rādāh)이고 영어로는 have dominion으로 번역한다. 이 말은 피조세계를 보존하고 돌보라는 위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인간은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권위를 행사하면서도 동시에 자연을 지키고 보살피며, 질서와 돌봄의 방식으로 세상과 공동체를 형성해야 한다는 창조주의 생각을 담고 있다. 기독교 정신으로 태어나고 성장한 미국이 절대자의 명을 따라 자연을 지키고 보존하는 일에 다시 앞장설 수 있을까.


하지만 과연 이 도시는 언제까지 바다와 맞서 싸울 수 있을까. 이제 바다는 아름다운 지구 온난화로 인해 더욱 강력한 도전을 우리에게 던질 것이다. 절대자가 창조한 자연과 인간 사이의 균형과 겸손, 그리고 존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가족의 추억이 깃든 이곳 롱 브랜치가 오래도록 아름답게 유지되기를 기원하며 여러 생각을 해보았다.


다시 찾은 롱 브랜치는 여전히 여름의 활기로 가득하다. 거대한 대서양의 파도가 밀려오는 널따란 모래사장과 생기 넘치는 보드 워크, 아름다운 음악이 울려 퍼지는 해변 레스토랑은 많은 사람으로 북적인다.


| 롱 브랜치 (Long Branch, NJ)

여전히 멋진 롱 브랜치의 보드워크
보드워크와 해변이 조화를 이룬다
한 폭의 그림이다.
모래도 부드럽고 맨발로 걸어도, 그냥 누워도 부담이 없다
멀리 바라보이는 대서양
해변가를 따라 고급 주택가가 형성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바닷가에 살고 싶어 한다. 우리도 한 때 이곳에 살고 싶었다.
세븐 프레지던츠 워크 (Seven Presidents Walk) 산책로

시작 소리가 나기 전 미리 뛰어나간 아버지가 앞섰지만 곧 십 대 아들에게 따라 잡히고 말았다. 당시 사춘기 아들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됐을 것이다

| 샌디 훅 (Sandy Hook, NJ)

롱브랜치에서 북쪽으로 약 15km 떨어진 게이트웨이 국립휴양지의 일부인 샌디 훅. 롱브랜치 해변보다 한적하고, 등대·자연보호구역·역사유적이 어우러진 풍경이 특징이다.


네덜란드 인들이 개척한 샌디훅 해변
갈매기들은 바다로 나가야 하는데 사람들이 주는 먹이에 익숙해졌다
이제는 가후 위기에 높아진 바다가 두렵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바닷가에 자리한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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