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은 상대방의 감정을 자극해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대화의 기술이다. 상대방의 감정을 자극하지 못하면 공감을 끌어내기어려우며 설사 감정을 자극한다 하여도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면 미완성의 커뮤니케이션이 된다.
상업적인 목적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고객으로 하여금 '상품 구매'와 같은특정 행동을 하게끔 확실한동인(compelling reason)을 제공해 주어야만 커뮤니케이션이 마무리된다.
그래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보다 좀 더 어렵다.
실컷 비용을 투입해 광고를 했는데 고객들이 그 광고에 대해 공감을 못하거나 공감은 하는 것 같은데 실제로 구매나 브랜드 선호도 증가 같은광고주가기대하는 효과로 연결이 안 된다면 그 커뮤니케이션은 실패한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유튜브에 바이럴 광고를 올려 조회수가 천만을 넘어가고 라이킷(like it)이 엄청나도 광고한 상품의 판매가 꿈쩍도 안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컷 좋은 광고를 만들고상사로부터 "광고 반응 좋다고 자랑하더니 왜효과가 하나도 없어?"라는 소리를 들을 때면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경우는 커뮤니케이션이 고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데 까지는 성공했는데 뭔가 2% 부족해서 기대하는 판매 증대 효과가 제대로 안 나오는 경우이다.
물론 반복적인 긍정 메시지를 전달해 고객의 마음속에 있는 브랜드 인지도나 선호도를 개선하는 브랜드 광고는 상품 광고와는 달리 그 효과가 나타나는데 시간이 좀 걸리기 때문에 평가가 좀 다를 수는 있겠다.
아무튼 마케팅에 돈을쓰면 쓴 만큼 바로 효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모든 기업이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모든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공감 유발이다.
따라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어떤 메시지를 던져야 고객이 공감할 수 있을까?'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어떤 공감을 불러일으켜야 고객이 우리가 기대하는 행동을 하게끔 만들 수 있을까?'까지를 생각하고 기획을 해야 한다.
물론 수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우리 생각을 집어넣고 리모컨으로 조정하듯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고객을 유인하는 일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전문가 영역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리라.
혹시나 주위에서 누군가 "마케팅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닙니까?"라고이야기한다면메시지 전달 → 공감 도출 →행동유발까지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3단계 과정을 한번설명해 주자.남을 내 뜻대로 컨트롤하는 게 과연 쉬운 일일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3단계
1단계 : 메시지를 전달한다. 30% 완성...
2단계 :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70% 완성^^
3단계 : 기대하는 행동을 유발한다.100% 완성!!!
장황하게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마케팅 전문가들조차도 메시지의 펜시함에 사로잡혀 공감이나 행동 유발 단계로 못 넘어가고 커뮤니케이션이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는 커뮤니케이션이 메시지 전달이나 공감에 그치지 않고 고객의 행동을 유발할 수 있는 수준의 커뮤니케이션인가?'를 수시로 반문하며 커뮤니케이션 작업을 기획한다면적어도 메시지의 펜시함에 사로잡혀 앞 단계에서 헤매는 일은 없을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갭'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아마 많은 스타트업들이 '아, 돈만 좀 있으면 광고를 제대로 할 수 있을 텐데', '광고만 좀 하면 이거 대박 날 텐데'하는 생각들을 할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시장에 선보일 때 고객들이 그 본래의 가치를 있는 그대로 인지하게끔 만드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는 만드는 사람이 제공하고자 하는 '본래의 가치'와 시장에서 통상적으로 받아들이는 '평균 가치', 마지막으로 개별 고객이 최종적으로 받아들이는 상대적인'인지 가치' 이렇게 세 가지 서로 다른 가치의 값이 존재한다.
예를 하나 들어 보자.
누군가 이태리에 가서 정통 스파게티 요리를 배워와 동네에 스파게티 전문식당을 열었다고 가정해 보자. 각종 고급 재료를 사용해서 스파게티를 만드는데 원가가 2만 5천 원이 들어갔고 기타 비용과 마진을 생각해서 3만 원에 가격 세팅을 했다고 치자.이름도 안 알려진 이 식당이 3만 원짜리 스파게티 메뉴를 내놨을 때 주인은 재료와 정성을 생각하면 3만 원도 싸다고 생각할 것이지만 사람들은 동네 식당의 스파게티 수준이면 1만 5천 원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처럼 식당 주인이 생각하는 스파게티의 가치와 동네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격 사이에는 큰 갭이 생긴다. 식당 주인이 이태리에 직접 가서 배워온 정통 레시피로 최고급 재료만을 엄선해서 만든 최상급 스파게티라는 것을 제대로 커뮤니케이션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주인과 고객 사이의 가치 판단의 갭이다.
우리는 이 갭을 '커뮤니케이션 갭'이라 한다. 이 커뮤니케이션 갭이 제거되지 않는 한 고객들은 이 식당의 스파게티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생각할 것이고 당연히 이 식당에는 손님은 없을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의 부족으로 인해 제안하는 본래의 고객가치와 고객이 인지하는 고객 가치 사이에는 항상 갭이 존재한다. 이 갭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다.
따라서 정통 레시피와 좋은 재료를 이용하여 호텔급 수준의 최상급 스파게티 메뉴를 만드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이것을 고객들에게 어떻게 알리고 또 고객들이 우리가 제안하는 가치를 어떻게 있는 그대로 또는 그 이상으로인정하게끔 만들 것이냐 하는 것이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 하는 주요 역할은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갭'을 제거하는 일이다.
물론 고객이 식당 주인이 만들어낸 스파게티의 가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해서 고객이 그 식당에 가는 것은 아니다. 가치에 대한 공감이 이루어져도 공감이 행동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삼겹살이나 스테이크가 아닌 스파게티를 먹어야 하는 또 다른 동인(compelling reason)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시장에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갭'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일은 제안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구매 매력도를 증대시킬 뿐만 아니라 경쟁에서 비용 우위를 가져와 가격 경쟁력을 향상하는 데에도 큰 기여를 하는 핵심적인 마케팅 활동 중의 하나이다.
커뮤니케이션의 매직. 없는 가치도 만들어 낸다.
성공적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브랜드 자산이 충분히 축적될 경우 이 브랜드 자산은 정신적 가치로 승화한다. 즉 고객들이 인지하는 고객가치를 본래의 고객가치보다 더 크게 하여 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 새로운 잉여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패션, 화장품, 주얼리 등 감성적 가치와 정신적 가치가 핵심 고객가치가 되는 업종에서는 차별적인 마케팅 활동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에서의 잉여가치 창출'이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사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광고와 마케팅 투자를 통해서 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 새로운 잉여 고객가치를 창출하여 고객들이 인지하는 고객가치를 본래의 고객가치 보다 더 크게 만들 수 있다.
중국을 여행하다 보면 유명 패션 브랜드나 주얼리 브랜드의 모조품(짝퉁)을 판매하는 상점이나 호객꾼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모조품도 등급이 있어 싸게는 몇 달러에서 비싸게는 몇백 달러를 호가하는 것도 있다. 등급이 높은 모조품은 포장부터 보증서에 이르기까지 전문가들도 진품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다고 한다.
어느 것이 진품이고 어느 것이 짝퉁일까? 루이 뷔통 핸드백은 하도 짝퉁이 많다 보니 인터넷에 진품과 짝퉁을 구분하는 법을 알려주는 수십 개의 블로그가 있다.
진품과 모조품이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함에도 수십 배를 더 지불하고 진품을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이러한 명품이 제공하는 고객가치가 기능적 가치가 아닌 정신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기능적으로 아무리 비슷하다 하더라도 ‘나는 남과 다르다’라는 차별성과 ‘소수만이 가질 수 있다’라는 희소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명품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패션이나 주얼리 업계에서는 광고나 마케팅을 통해서 형성된 브랜드 자산, 즉 커뮤니케이션에서 창출된 잉여가치가 상품이나 서비스가 가지는 본래의 가치보다 훨씬 큰 경우가 많다. 이 잉여가치의 크기가 곧 브랜드의 경쟁력을 결정한다. 따라서 매출에서 마케팅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타 업계 대비 절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에서의 잉여가치 창출 사례는 비단 유명 패션 브랜드나 주얼리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방송국의 맛집 프로그램에 출연한 내용을 식당 전면에 붙이거나 유명인의 사인을 받아 식당 벽에 붙여놓는 경우 이 또한 커뮤니케이션에서의 잉여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마케팅 활동의 하나이다.
맛집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유명인들의 방문 기념 사인들
TV의 주요 맛집 프로그램도 등장하는 식당들이 커뮤니케이션에서 잉여가치를 창출하는 데에 한몫하고 있다.
새로 개봉된 영화의 높은 예약 순위를 계속 홍보해 관람객을 유치하는 활동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유명한 맛집이라 하여 30분, 한 시간씩 기다렸다가 막상 들어가 보면 음식과 서비스가 다른 음식점과 별 차이가 없어‘여기가 왜 맛집이지?’ 하고 의아해한 경험이나 예약 순위 1위라 하는 최신 개봉된 외화를 보러 갔다가 ‘이게 왜 1위지?’하는 의구심을 가지며 졸다시피 영화를 보고 나오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은 했을 것이다.
이런 경우 고객으로서는‘낚였다’라는 표현을 쓸 수도 있겠다. 그러나 고객가치를 제안하는 업체로서는 커뮤니케이션에서의 잉여가치 창출에 성공한 것이다.
물론 일부 극단적인 예를 들긴 했지만 커뮤니케이션에서 잉여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본래의 고객가치를 만들어내는 일만큼이나 우리가 제안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구매 매력도를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부분은 영업이나 마케팅 부서가 개발 부서 못지않게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기회의 영역이기도 하다.
만약에 본인이 마케팅을 하고 있고 주위에서 누군가 "마케팅 그거 아무나 다 하는 거 아냐? 뭐 특별한 게 있나?"라는 소리를 한다면 제대로 된'커뮤니케이션의 매직'을 한번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