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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sik Aug 19. 2018

거꾸로 가는 남자, 성 차이 코미디를 넘어서다

Netflix Original Movie : 거꾸로 가는 남자

출처 : Netflix

2018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거꾸로 가는 남자'. 원제는 'Je ne suis pas un homme facille'으로 '나는 쉬운 남자가 아니에요' 라는 제목이었다. 사실 원제도 영화의 내용을 잘 껴안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어 제목도 나름의 의미를 잘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줄거리는 남성 우월주의에 빠져있는 다미앵이라는 주인공이 사고로 인해 여성이 지배하는 세계에 놓여지게 되고, 그곳에서 자신이 기존에 갖고있던 생각을 바꾸게 되는 내용이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다


좌) '프리키 프라이데이' 영화 포스터     우) '너의 이름은' 영화 포스터


몸이 바뀐다 = 역지사지

몸이 바뀐다는 내용의 영화는 이때까지 많았다. 코미디 영화로 유명했던 '프리키 프라이데이', 최근에는 남녀의 성별이 바뀌는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등.


이러한 플롯은 남의 입장을 직접 경험함으로써 타인의 생각과 상황을 이해하게 하는 결론에 다다르게 하여, 시청자들로 하여금 교훈과 생각을 주입하게 한다.


물론 이 영화도 다르지 않다.


출처 : Allocine.fr

영화 초반에 다미앵이 알렉산드라에게 작업을 거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것이 영화에서 말하고 싶은 결론의 시작점이 아닐까 싶다.(이부분은 이후에 다시 설명한다.)


전세계에서 '남성 우월주의'가 지배하는 장소를 꼽으라고 하면, 동북아시아의 국가들을 떠오르곤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 세계 어디도 남성 우월주의가 완전히 사라진 곳은 없다.


프랑스도 그 중 하나다. LGBT와 여성의 인권 등이 눈에 띄게 강해진 곳으로 프랑스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프랑스도 엄연히 남성 우월주의가 도사리고 있는 나라다.


남성 우월적인 사고
출처 : Allocine.fr


젠더 역할이 바뀐다

'엘레오노어 푸리에', 배우 출신인 감독이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았다. 그녀는 아직도 영화 배우로서 영화 작가로서도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2010년 'Majorité opprimée'라는 영화로 '거꾸로 가는 남자'와 비슷한 플롯으로 사람들에게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한 적이 있다.


그녀는 자신이 살고 있는 프랑스가 인권을 논하는 나라지만, 그곳에 여전히 남성 우월적인 사고가 지배한다는 사실을 꼬집고자 노력하고 있다.


젠더의 역할이 바뀌는 영화는 성차별과 호모포비아를 타겟으로 한다. 하지만 본질은 성적 편견과 인종차별, 여성을 싫어하는 선입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위의 글은 그녀의 'Majorité opprimée' 영화에 대해 가디언지에 실렸던 내용 중 한 부분이다.


젠더의 역할이 바뀌는 영화로 다른 젠더를 이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 젠더에 대한 기존의 선입견을 깨부수게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출처 : Allocine.fr

그럼 돌아가서 무엇을 어떻게 이해하고, 기존의 어떤 선입견을 부술 수 있을까?


위에서 다미앵이 알렉산드라에게 작업을 거는 부분이 결론의 시작점이라고 언급했다. 이후 다미앵은 여성 우월적인 세계에 놓여지게 되고, 반대로 알렉산드라가 다미앵에게 작업을 거는 장면이 등장한다.


알렉산드라는 남자를 그냥 잠자리를 갖기 위한 수단으로 바라보고, 다미앵은 그런 알렉산드라에게 계속해서 마음을 주며 이전 세계에서 '알렉산드라'였던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여기서 다미앵은 자신이 예전에 여성들에게 했던 행동을 반대로 경험하게 되면서 '여성'을 이해하게 된다. 남성 우월주의의 아주 단편적인 부분을 이해하는 것에 그쳐 실망스러운 영화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해에 다다르는 줄거리에 이르기 위해 중간중간 나오는 장면들로 하여금, 남성 우월주의가 만들어낸 '당연한 사실'들을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만든다.


출처 : Allocine.fr

남자가 털을 밀지 않으면 매력이 없다. 남자가 짧은 바지를 입으면 섹시하다. 남자가 몸관리를 못하면 잠자리를 갖기 어렵다.


남성이 여성에게 바라던 것들을 반대로 강요된다고 하면, 꽤나 충격적인 사실로 다가오게 된다.

사실 영화의 줄거리가 끝으로 달리는 내내 이런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감독의 목표가 아니었나 싶다.


여자 상사가 다미앵에게 구강성교를 요구하거나, 알렉산드라가 자신이 잠자리 가진 남자의 수만큼 구슬을 모으는 장면은 소름끼칠 정도로 극단적이다.


감독은 이런 장치들로 하여금 남성 우월주의가 낳은 굳어진 생각들이 여성에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이해하게 만든다.


출처 : Allocine.fr


Break Prejudice

그렇다면 이 영화는 어떤 선입견을 부수려고 할까?


바로 페미니스트에 대한 선입견이 아닐까 싶다. 알렉산드라는 글을 쓰는 작가로 다미앵이 갖고 있는 '남성 우월주의'가 신기한 생각이라 여긴다.


잘 생각해보면 다미앵이 살고 잇던 세계에선 당연한 것들이 바뀐 세계에서는 당연하지 않기 때문에, 그가 갖고 있는 생각은 바뀐 세계에서 Minority가 된다.


페미니스트는 격하다. 페미니즘은 오직 여성만 생각한다.


페미니스트에 대한 선입견은 편협한 생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금 이 세계에서 여성이 처한 상황을 대변하기 위해 페미니스트가 존재하는 것인데, 무엇이 옳고 그르다로 변질되고 있는 현재의 실태를 과감히 부셔버린다.


결국 알렉산드라는 여성이 우월한 세계에서 '남성 우월주의' 이야기를 실은 책으로 성공한다.


영화에서는 여성이 말하는 '남성 우월주의'에 대해 사람들은 열광하지만, 사실 알렉산드라가 공감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다미앵이 전달하는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풀어놓은 것에 불과하다.


출처 : Netflix

다시 정리해보자.


이 영화는 남성 우월주의가 낳은 생각을 '장치'로 이용해 페미니스트에 대한 선입견을 부수고 있다.


물론 웃고 즐기는 영화로 바라볼 수 있지만, 한 번 쯤은 우리가 존재하는 이 세계를 돌아보는 계기로 시청해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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