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이 되어 아내의 생일이 가까워 오면, 온 마을이 반딧불이로 뒤덮입니다.
해 질 녘부터 시작하는 반딧불이들의 군무는 모닥불 불씨가 하늘로 날려 올라가면서 허공에 흔적을 남기고 타다 꺼지듯이, 딱 그런 모습으로 저녁 어스름과 함께 온 마을의 잔디밭과, 수풀과, 도로와, 집 주변에 내려앉습니다. 반딧불이를 왜 영어에서는 lightfly가 아니라 firefly라고 부르는지 한번 보면 이해가 가지요. 정말 모닥불 불씨가 그러는 것처럼 빛의 꼬리를 짧게 끌며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절정일 때는 반딧불이를 찾아 손을 휘저으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손가락에 와서 앉고, 캠핑 체어에 앉아 와인을 즐기는 어른들의 머리에 와서 붙을 만큼 많습니다. 가끔 눈앞에서 반짝이기도 하고 목덜미에 와서 앉기도 하는 바람에 깜짝 놀라게 만들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나를 둘러싸고 반짝거리는 반딧불이들의 군무가 싫을 리 없습니다.
그래서 이 동네 온 뒤로는 달력을 보지 않아도 아내의 생일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항상 반딧불이들이 먼저 온 세상을 반짝이며 축하하니까요.
그리고 이번 주 반딧불이들이 돌아왔습니다.
오늘 아침, 결혼 후 16번째 돌아온 아내의 생일 미역국을 끓이며 일기 예보를 보니 밤에 비가 안 온다는군요. 아이들 재워 놓고 아내와 둘이 뒷마당에서 모닥불에 마시멜로 굽고, 와인잔 기울여가며 반딧불이를 배경 삼아 늦게까지 여름밤을 즐겨도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