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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입양

by 봄마을

사람들이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품목들을 사느라 바쁜 어제, 우리 가족은 동네에 있는 animal shelter 에 가서 아기 고양이를 한마리 입양했다. 얼마 전까진 애완동물을 키울 생각이 없었는데, 일종의 therapy pet 역할로 들였다. 근본적인 입양 목적은 마음을 다루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첫째를 위함인데 전부터 애완동물 노래를 불렀던 막내가 가장 신나서 다녀왔다.


Emotional support pet 으로는 고양이보다 강아지가 더 인기가 많기는 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강아지를 들여서 하루 두번씩 산책시키고 털 관리 시켜가며 기르는건 현재 상황에 어려울것 같다는데 아내와 의견이 일치해서 고양이로 결정했다.


전날 쉘터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고양이들 사진을 보다 아내가 3개월짜리 고양이 한마리를 픽했는데 다른 고양이들은 모두 케이지에 있는 사진인데 한 고양이만 사람 품에 안겨있는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사람을 엄청 좋아하는 고양이가 아닐까 하는 아내의 추측. 눈썰미 좋은 사람의 특징은 이런 순간에도 발휘가 되나보다. 결론적으로 아내의 추측이 맞았다. 쉘터에 도착해서 마주치자마자 이 고양이는 온 몸을 케이지 철창에 비벼가며 자기를 만지라고 난리를 쳤고 그 자리에서 온 가족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

Screenshot 2024-12-01 at 9.27.12 AM.png 홈페이지에서 adoption application을 미리 작성할 수 있고 이후 방문하면 카운셀러가 붙어서 설명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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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adoption이 아니라 pre-adoption(foster care) 상태인데 앞으로 몇주동안 임시로 데리고 있으면서 우리 가족과 잘 맞는지 보고 최종 입양 결정을 하게 된다. 그리고 foster care 기간에 필요한 서비스는 모두 animal shelter에서 지원한다. 이날도 케이지와 애착 담요, 건사료 한봉지와 습사료 캔 여러개, 그리고 몇가지 장난감들을 함께 받았다. 그리고 동물 병원을 가야 하는 일이 벌어지면 그것도 모두 shelter 에서 담당한다. 아직 3개월밖에 안된 어린 고양이라(Juvenile) 예방 접종도 두차례 더 맞아야 하고 중성화 수술도 해야 하는데 이 모든게 pre-adoption 기간동안 shelter 에서 지원된다. 이에 더해서 마이크로칩 삽입과 구충도 완료해서 분양되기 때문에 초반에 신경쓸 부분이 많이 줄어들었다. (고양이 화장실과 패드 등은 집에 오는길에 PetSmart 에 들려서 샀다)


20241129_135839.jpg 12/17과 1/6 두차례 예방 접종을 위해 쉘터에 재방문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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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사진에서 캐치해 냈듯이 강아지 같은 특징을 가진 고양이라 사람을 좋아한다. 사람이 자길 쓰다듬는걸 좋아하고, 그렇게 쓰다듬다 보면 뒤로 누워서 배를 드러낸다. 심지어 옆에 앉아서 쓰다듬어 주고 있어야 사료도 잘 먹는다. (이런 고양이들을 개냥이라고 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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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도 카드 게임을 하는 첫째와 둘째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한참을 비비적 거렸는데 아이들은 무척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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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 어제 저녁에 아이들에게 주의를 줬다. 우리는 또 하나의 가족을 들인거지 귀여운 장난감을 들인게 아니라고. 갖고 논다는 마음이 아니라 함께 논다는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고. 또 이 고양이를 돌보기 위해 우리가 책임지고 해야 하는 일들이 분명히 있고 또 고양이의 기분과 반응을 존중해야할 의무가 있다는 말에 아이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이틀은 첫째의 침대에서 첫째와 함께 잠을 잤는데 새벽에 아이를 깨워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는 아이의 하소연이 아침에 있었다. 그래도 잠들기 전까지 옆에서 애교를 부리며 아이에게 계속 몸을 비비는 덕분에 첫째가 어제밤에는 평소보다 덜 힘들어 했다. 외롭다는 느낌이 훨씬 덜 했다고. 앞으로도 가급적이면 첫째 방에서 잠을 자게 할 예정인데 둘이 좋은 관계를 형성해 갈 수 있기를.


20241130_102823.jpg 거실 벽난로 앞을 좋아한다. 낮에는 해가 잘 들고 밤에는 벽난로의 온기가 따뜻하게 들기 때문이 아닐까?



ps

이틀이 지났는데, 지금 보니 은근 아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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