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2023년 연말에 한 해를 돌아보면서 여러모로 좋았던 해였다고 글을 남겼었다.
인생사 새옹지마 라지만 이 글을 남기고 난 뒤 지난 1년은, 그러니까 2024년은 여러모로 정말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어쩌면 내가 살면서 가장 심적으로 힘들었던 시간이 아니었을까.
여러 이벤트가 한 가지 일에 엮여 벌어졌고 그 영향으로 다시 변화가 있었다.
나쁜 일만 있었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은 게, 그 와중에도 그 나쁜 일로 인해 비롯된 좋은 변화들도 있었다. 우리 가족은 더 단단해졌고, 세 아이들의 사이는 훨씬 좋아졌으며 나와 아내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더욱 깊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항상 엄마 아빠에게 거리감을 느끼던 첫째가 그 거리감을 조금이나마 좁히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첫째와 했던 포옹보다 많은 포옹을 올해 했고(그것도 아이가 온 힘을 다해 꽉 끌어안아 주는 두터운 신뢰의 포옹), 지금까지 첫째와 나눴던 대화보다 더 많은 대화를.. 내 어린 시절 이야기에 아무에게도 들려준 적 없는 내 흑역사까지 포함해서 진솔한 대화를 지난 1년간 나눴다.
그러면 된 것 아닐까?
2024년을 가로지르며 우리 가족을 힘들게 했던 일은, 첫째의 병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지만 아이는 결국 이 병을 이겨낼 것이고 그 후에 남는 건 아이와 우리, 그리고 형제들 간에 형성된 더없이 강한 신뢰와 유대감일 테니까.
2025년은 올해와 다를 거라고 믿는다. 2023년 초여름 어느 날 찍은 이 사진처럼, 식사 준비를 같이 하겠다며 달려든 첫째와 둘째에게 밀려난 내가 잠시 지켜보다 사진을 찍은 어느 여름날의 평범한 풍경이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올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