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넘어오고 대략 2년째 되던 시점부터 가족 앨범을 만들고 있다.
1년간 나와 아내가 찍은 사진들을 놓고 그 중 일부를 골라 포토북을 만들어서 프린트 주문을 내는데 모두 세권을 낸다. 하나는 우리가 소장할 용도고 나머지 두 권은 한국에 계신 부모님들을 위해 보내드리기 위함이다. 나중에 아이들이 독립하게 되면 한권씩 프린트해서 들고 가게 할까 하는 생각도 있고, 혹시라도 독립한 아이들이 사진을 보내주면 그 역시 모두 모아서 아이들 독립 이후라도 계속 가족 앨범을 만들 생각도 있다.
그리고 2024년을 정리한 가족 앨범이 이번달 초에 도착했다.
앨범에 넣을 사진들을 고르는 것도 일이지만 매번 가장 신경을 쓰게 되는 부분은 표지 사진을 뭘로 할까 하는 것. 아마도 이 앨범을 받아 보시는 집안 어르신들이야 아무 사진이나 혹은 예쁜 사진을 넣었다고 생각하실것 같은데 내 입장에서는 나름 많은 의미를 담아 사진을 고른다.
그리고 2024년을 상징하는 사진으로 위의 사진을 골랐다. 사진속 장소는 집에서 뒷마당 수영장으로 나가는 연결 통로 역할을 하기도 하는 deck 인데, 여기에 테이블과 의자를 가져다 놓고 주말 아침이면 아내와 둘이 여기에 앉아 커피나 차를 마시면서 두런두런 대화를 하고는 했다. 우리가 그러고 있으면 아이들도 나와서 같이 차를 마시거나, 과자를 먹거나, 책을 보거나, 혹은 크롬북 가져와서 숙제 하거나 하면서 일종의 야외 가족 사랑방 역할도 했고 저기서 뒷마당 수영장을 내려다 볼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수영장에서 놀때면 일종의 safe guard가 앉아 있는 안전탑 같은 역할도 했다.
그래서 작년의 대표 사진은 이 사진이다. 그런 테이블과 의자에 살짝 눈이 쌓여 있고 발자국조차 없는 데크의 풍경. 나만 알고 있는 혼자만의 의미.
어찌보면 예전 흑백 필름 사진을 찍으며 전시회도 열곤 했던 시절의 습관이 남아 있어서 하는 행동일수도 있다. 뷰파인더 안에 의미를 담아내고 피사체를 해석하던 그 습관. 언젠가 좀 더 여유가 생기면 휴대폰 들고 정물사진 찍는 흉내를 내는게 아니라 다시금 예전처럼 필름과 현상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
ps.
생각해보니 작년의 대표 사진은 어쩌면 작년에 미국 북동부를 찾아왔던 오로라 사진이 되었어야 하나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