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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마을 Aug 12. 2021

Merry Go 'Round

*2021.2.22.


며칠 전 job offer를 받았습니다.


지금 회사와 일에 만족하고 있어서 옮길 이유가 없어 거절했습니다만 이민자로 살아가는 제 삶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고, 그 생각의 끝에 안도감의 긴 한숨을 내쉬는 그런 일이었지요. 오퍼는 거절했지만 그래도 한번 만나보자는 그 회사 대표의 연락에 함께 만나서 가볍게 커피 한잔 하고 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에서 저도 모르게 긴 한숨을, 걱정해서가 아닌 마음이 놓일 때 나오는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정말 별 것 아니었고, 지금의 삶에 아무 변화도 없었지만 그 일 덕분에 하루하루 롤러코스터를 타는 마음으로 긴장해서 살고 있는 이 삶에서 그래도 조금씩은 여기에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때문 일까요. 누군가 나를 다른 이에게 추천해주고, 그 안에서 나에 대해 좋은 평이 공유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건 참 큰 안도감을 느끼게 해 주더군요. 조금은, 정말 조금은 긴장감을 내려놔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곳에서 목도한 이민자의 추락은 바닥이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오늘 제대로 못하면 내일은 세상의 끝이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지난 3년 가까운 시간을 살아왔는데(실제로 몸이 바빴다기보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습니다), 사실 힘들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찾아온, 어느 정도는 정착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고 느낀 안도감은 정말 다른 어떤 감정과도 비교할 수 없이 좋았습니다.


스스로가 정착했다고 느끼려면 10년은 지나야 한다니 아직 7년 남았지만.. 지난 3년을 헛되이 보낸 건 아닌 것 같았습니다. 나 자신이.. 스스로 이만하면 잘 정착하고 있는 거야 라고 자기 암시처럼 되뇌이는 것이 아니라 예상 못했던 일로 내가 여기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건 정말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안도감이 드는 일이더군요.


어제와 오늘, 미국에 오고 나서 처음으로 일을 하지 않고 주말을 보냈습니다. 항상 주말에도 제법 긴 시간 일을 했고 일이 없으면 공부라도 했는데 이번 주는 정말 단 1분도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아이들과 마당에 나가 땀에 흠뻑 젖어서 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뛰어다니며 눈싸움을 했습니다. 누가 이긴 건지 승패가 애매한 눈싸움을 끝내고 아이들과 하얀 눈밭에 대자로 누워서 거친 호흡을 정리하는데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더군요. 제가 따준 고드름을 막내가 빨아먹다가 형들에게 들켜서 지저분한 거라고 혼나고 빼앗기고 우는 소동이 있었지만, 그냥 뒀습니다. 저 아이들에겐 아빠가 떼어준 고드름을 빨아먹은 기억이 남을 테고 형제들끼리 고드름을 들고 추격전을 벌이며 울고불고 싸운 추억이 남겠지요.

 


아이들이 그렇게 고드름을 갖고 뛰어 다니기 시작한 뒤에도 저는 그냥 그렇게 하얀 눈이 쌓여 있는 뒷마당에 아내와 둘이 누워서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데 그냥 누워본 게 언제였는지도 모르겠더군요.


분명 롤러코스터처럼 다시금 삶이 요동치는 순간이 오겠지만, 지금은 그저 이렇게 눈 밭에 드러누워 눈을 감고 있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것 만으로 만족하려 합니다.


그렇게 살아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날 돌아오는 차에서 우연히 이 노래가 흘러나와 들었는데 유튜브에서 찾아 몇 번을 다시 돌려봤는지 모릅니다.


Merry go 'Round.


노래의 가사도 정말 좋지만, 가사 신경 쓰지 않고 멜로디와 영상만 즐기더라도 좋은 노래입니다. 특히, 미국 이민자들이라면 몇 번 다시 돌려보게 되는 노래와 영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Just like dust, we settle in this town

On this broken merry go 'round

And 'round and 'round we go

Where it stops nobody knows

And it ain't slowin' down

This merry go 'round


https://www.youtube.com/watch?v=GZfj2Ir3GgQ


Cover image: Willgard Krause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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