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마을 Jul 30. 2021

인생은 한 번 이지만 행복은 셀 수 없기를

*2020.2.22.


위 사진은 뉴욕에 있는 St. Patrick 성당의 파이프 오르간을 찍은 사진입니다.(사진 속 여성은 일행이 아닌데 사진 찍고 보니 정 가운데 들어와 있네요. 사진을 전달해 줄 수도 없고.. 아쉽습니다.)


출장으로 그토록 여러번 뉴욕을 다녔으면서 막상 한번도 들려본 적이 없는 곳이었죠. 사실 이런 성당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하는게 정확합니다. 워낙 관광에 무심했던 터라.. 나중에 알고 보니 저 파이프 오르간으로 연주하는 성가가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가족들과 한번 다녀오자고 말만 하다 지난 가을에 일부러 시간을 내서 다녀왔습니다. 집에서 멀지도 않은데 뉴욕은 언제나 선뜻 발걸음을 하기 쉽지 않네요.


원래 계획은 오전은 박물관, 낮에는 센트럴파트에서 좀 놀고난 후 오르간 연주도 들을겸 저녁 미사를 보고 돌아오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센팍에서 놀고 난 뒤 우리집 꼬마들이 너무 지쳐서 저녁 미사 시간까지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지요. 아내와 상의를 한 끝에 오르간 연주는 포기하고 그냥 성당 내부 구경만 하고 오자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성당에 들어갔는데 글쎄, 혼배성사(결혼식)가 진행중인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그 중간중간 부르는 성가를 위해  저 파이프 오르간이 웅장한 소리를 내며 연주되었구요. 결혼하는 부부의 지인도 아니면서 그 소리에 매료되어 혼배성사 끝까지 앉아 있었습니다. 저녁 미사는 포기 했지만 오르간 연주는 들을 수 있었죠.

옛날 생각도 나고(비록 저는 비교도 안되는 작은 성당에서 혼배성사를 봤지만 ㅎㅎ) 무엇보다 그 엄숙한 분위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정말 결혼하는 부부의 친구들인양 서서 아내의 손을 꼭 잡고 신랑 신부가 함께 결혼식을 마치고 행진해 나오는 모습을 지켜봤지요. 그 젊은 부부의 행복해 보이는 표정에 저도 모르게 크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그 둘을 위한 축복을 했습니다.


인생은 한번이지만 행복은 셀 수 없기를. 정말, 행복은 셀 수 없기를.



Cover image: Carlos Revilla from Pixabay

작가의 이전글 둘째가 받은 밸런타인데이 선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