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고 있는 로봇이 동작을 코딩해서 제대로 입력했는데도 움직이지 못한다고 첫째가 투덜거리는 걸 들었습니다.
살펴보니 다섯개의 서보 모터중 네개를 잘못 연결했더군요. 당연히 제대로 움직일 리가 없지요. 그런데 서보 모터 연결을 잘못했다고 아이에게 알려줬으나 인정하지 않고 자기는 실수한 것 없다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잘못 연결했다고 단언한 아빠에게 그렇지 않다며 한참을 반박하는 아이의 주장을 묵묵히 듣고 있었습니다. 어느 시점에 스스로 깨닫는지 관찰하면서. 아이는 한참동안 하나 하나 연결된 선을 짚어가며 설명하다가 결국 자기 실수를 찾아냈습니다. 서보 모터를 재조립 및 선 연결을 다시 하려면 로봇을 상당부분 다시 분해해야 해서 오늘 당장은 완벽하게 해결할 수 없는 상황. 자기 방으로 돌아가는 표정을 보니 자존심이 상해서 눈물까지 글썽거리더군요. 어쨌든 그렇게 서재로 들어가서는 묵묵히 책상에서 로봇을 분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후에는 재미있는 블럭 놀이를 한다고 생각한 막내가 분위기를 모르고 도와주겠다며 손을 댔다가 큰형의 분노를 뒤집어 쓰고는 방으로 달려와서 엉엉 우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만, 어쨌든 첫째는 별 말 없이 로봇을 분해했습니다.
자신이 한 작업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 그리고 틀렸다는게 확인될 때까지 부리는 아이의 고집이 마음에 듭니다. 그게 깨졌을때 자존심 상해하는 성정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기가 틀렸다는걸 인지했을때 억지를 부리지 않는 모습에 칭찬을 더하고 싶더군요. 어쨌든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 는 생각을 할 줄 알게 되겠지요.
아이 기분을 풀어주려고 혼자만 데리고 나가서 마침 필요했던 헤드폰을 사줬습니다. 오가는 차에서 로봇에 대해 한참 대화를 했는데 그 와중에 기분이 풀어진 듯 보이는게, 아무리 머리가 굵었다 해도 아직 아이가 맞더군요.
내일은 로봇이 아이의 코딩대로 신나게 춤을 출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