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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마을 Oct 12. 2021

아이들의 취미 생활

최근 세 아이들에게 집에서 하는 각자의 프로젝트가 생겼습니다. 



첫째: 라즈베리파이로 만드는 CCTV


지난 2년간 scratch에 빠져 있었던 6학년 첫째는 얼마 전부터 python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아직 scratch도 완전히 마스터하지 못한 것 같지만 문법 자체는 모두 익혔다더군요. 나름 간단한 object를 3차원으로 보여주는 3D 엔진을 만든 이후 scratch에 대해서 흥미를 잃어가는게 보여서 아이의 python 공부를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깊게 파기보다 얕고 넓게 파는 성격의 아이라.. 새로운 걸 늘 찾아 헤맵니다)


다만 아이가 사용하는 학교 크롬북은 관리자 제한에 의해 리눅스를 설치할 수도, python chrome extension을 설치할 수도 없습니다. ssh chrome extension도 설치가 안되서 홈서버를 꾸며 봐야 크롬북에서 아이가 접속할 방법이 없구요. (심지어 GCP 접속도 막혀 있더군요. GCP free tier 계정을 만들고 거기서 작업하는 걸 마지막 방법으로 시도해 봤는데... 참 꼼꼼하게도 잘 막아놨습니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관리하는게 맞는 방향이니 불만은 없습니다만.. 아주 약간 아쉽기는 하더군요. python extension 정도는 풀어줘도 괜찮지 않았을까.. 해서 말이죠.)


고민하다 거실에 있는 TV를 모니터로 삼아 직접 라즈베리파이를 사용하게 해줬습니다. 리눅스라고 하는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작업 자체도 거실 티테이블에 키보드와 마우스를 놓고 TV 앞에 앉아서 해야 하니 좀 불편하겠지만 너무 장시간만 아니라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중입니다.


그리고 그냥 python 문법을 익히라고 하면 재미 없을듯 해서 아이가 만지는 라즈베리파이로 CCTV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기본적인 python 문법을 익히고, 카메라 제어하는 것을 익히고, 웹으로 스트리밍 하는 것을 구현한 뒤 마지막에는 motion sensor까지 부착하는 걸 생각중인데 아이가 어디까지 진행할지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모두 구글에 가이드 문서들이 있으니 어려운 건 없겠지만 무리하지 않고 아이가 흥미를 유지하는 선 까지만 진행시킬 생각입니다. 이왕 하기로 한거 아이가 계속 재미를 느끼며 시간을 투자했으면 좋겠습니다. 


어쨌든 지난주부터 아이는 python 책을 펴놓고 키보드를 두드리며 세상에게 인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print("Hello World!")




둘째: Fish tank 만들기


몇년째 애완 동물을 기르고 싶어하던 4학년 둘째가 드디어 엄마를 설득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다른 동물은 안되도 물고기는 가능하다는 허락을 받아낸 것이죠. 그래서 주말에 둘째와 함께 근처 Pet Smart 를 방문해서 어떤 어항들이 있는지, 어떤 물고기들이 있는지 조사 했습니다.


집의 어디에 어항을 놓을거고, 그러면 크기는 얼마나 되어야 하니 어떤 어항이 적당하고..등을 먼저 정했고 그 다음에는 Pet smart에서 판매하고 있는 물고기들 이름이 적힌 tag을 사진 찍어 왔습니다. 어떤 물고기들을 한 어항에 넣어서 같이 키울 수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서인데, 주말부터 아이는 크롬북 앞에 앉아서 각각의 물고기들이 살 수 있는 물 온도와 먹이 등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물고기 사진을 출력하고, 확인해야 하는 서식 환경 등을 분류해서 별도의 종이에 열심히 정리하고 있는데 어제 보니 아예 하나의 링바인더 파일을 만들었더군요. 정말 이 아이는 모든걸 학교에서 배운대로 정확하게 합니다. (조사한 건 정리해서 링바인더에 모아 놓기) 첫째나 셋째라면 초반 흥미가 사라지고 나면 물고기 돌보는걸 제대로 안할 것 같지만 둘째는 책임감 있게 돌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가 기본 조사를 마치고 어떤 물고기들을 키울건지 정하면 이제 본격적으로 꾸미기를 시작해야 하는데 중간에 한차례 난관이 예상됩니다. 아이는 열대어와 함께 키울 수 있는 개구리를 발견해서 그것도 키우고 싶다는 입장이고(실제로 Pet Smart의 fish tank 전시관에 열대어와 함께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아내는 개구리를 집안에 들이고 싶어하지 않는 눈치.


개구리도 재미있을 것 같기는 한데... 일단 저는 중립입니다. 둘이 합의 보겠죠. 아빠는 힘 쓰는 일만. 어항 꾸미는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면 이제 잘 키우기 프로젝트가 시작될테니 초장기 프로젝트가 될 걸로 보입니다.






셋째: 피아노 배우기


학교 오케스트라를 신청해서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한 둘째를 보더니 갑자기 1학년 막내가 자기도 악기를 배우고 싶다며 조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그냥 이것 저것 다 읊어 대다 지난달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며 하나로 구체화가 됐지요.


피아노에 흥미가 있다기 보다 매주 목요일에 학교에 바이올린을 메고 가는 작은형이 부러워서..일 가능성이 높아 한동안 아내와 둘이 고민을 했습니다. 피아노 학원은 집 근처에 있으니 보내는 건 문제가 아닌데 말 그대로 일시적인 호기심 때문이라면 서로에게 시간 낭비, 돈 낭비가 될테니까요. 


고민하다 일단은 피아노 학습 앱으로 먼저 시작해 보기로 했습니다. 디지털 키보드 위에 태블릿을 올려놓고 거기서 이끄는대로 건반을 눌러보며 기초를 배우는 앱인데, 태블릿에 내장된 마이크로 소리를 레코드해서 건반을 맞게 눌렀는지 구분 하더군요.


일단 매일 그렇게 시작해보고 아이가 석달 뒤에도 더 하고 싶고 재미있어 하면 학원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어제 시켜보니 기본적인 박자 감각이 영... 아니올시다 싶기는 하던데 ^^a ) 아이의 할머니께서 은퇴하시기 전까지 피아노 선생님이셨는데... 같이 살았다면 참 좋았을텐데 그 점은 무척 아쉽습니다.






학교 숙제 말고 집에서 각자 몰두할 수 프로젝트를 아이들이 하나씩 갖게 되어 저도 좋습니다. 지난달까지는 첫째만 scratch 로 코딩하는 취미가 있었고 둘째와 셋째는 뭔가 집중해서 관심을 쏟을 수 있는 대상이 없었거든요. 스스로 관심을 갖고 해보고 싶어하는 취미 활동이라니. 도와주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개구리는 잘 모르겠...)


분명 오래지 않아 아이들의 흥미가 다른 쪽으로 넘어가겠지만, 가급적이면 오랜 시간 이 프로젝트들에 몰두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를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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