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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마을 Nov 09. 2021

Leaf Collection Week


제가 사는 동네는 이번주부터 leaf collection 이 시작됩니다.


기본적으로 낙엽은 일반 쓰레기 봉투에 담거나 전용 종이 봉투에 담아서 일반 쓰레기로 배출하는게 원칙입니다만 본격적으로 나뭇잎이 떨어지는 시기가 되면 정말 치워도 치워도 끝이 안난다는 기분이 들지요. 특히 나무가 많은 집의 경우 감당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런 집들을 위해 타운쉽에서 leaf collection week를 정해놓고 떨어진 낙엽들을 수거해 갑니다. 보통 타운쉽 홈페이지나 등록된 이메일, 혹은 SNS 를 통해서 공지가 됩니다. 이때가 되면 사람들이 집에 떨어진 낙엽들을 모아서 집 앞에 이렇게 내놓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빗자루로 감당할 만한 수준이 아닙니다. 다운타운쪽에 사는 분들은 좀 다를 수 있겠지만... 외각에 있는 저희 동네는 빗자루 들고 나오는 건 놀이삼아 하는 킨더 아이들 밖에 없습니다. 만일 마당에 나무가 많다거나.. 집 위치가 하필이면 바람이 동네 낙엽들을 모아모아 내 앞마당에 투하하는 상황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지요.(집울 구할때 flood 여부와 함께 이것도 꼭 따져보셔야 합니다.) 나무가 많은 구역은 차선 하나를 차지하는 수준까지 가기도 하더군요.


돈 아낀다고 처음엔 빗자루와 rake로 시도하는 분들이 많은데.. 한번 해보고 나면 바로 홈디포로 달려가서 leaf blower를 구입하게 되지요. Leaf blower는 아래 사진처럼 생겼습니다. 가정에서 쓰는 용도면 배터리로 구동하는걸 사셔도 충분합니다. (팁이라면.. 앞마당이나 뒷마당에 떨어진 낙엽들은 lawn mower 로 청소하는게 가능합니다. 이 시기가 되면 잔디 깎을 일은 별로 없지만.. 론 모어로 왔다 갔다 하면서 낙엽을 빨아들이는거죠)


이렇게 쌓아 놓으면 leaf collection week에 공지된 순서대로 트럭이 마을을 돌면서 낙엽을 가져갑니다. 작업하는 걸 보면 딱 거대한 진공 청소기가 생각나더군요. 한번만 가져가는 건 아니고 지역에 따라 여러번 가져가는 곳도 있습니다. 뉴저지는 보통 텀을 충분히 두고 두번 수거합니다.


동네마다 트럭 디자인이 다릅니다. 이 사진은 구글 검색....


그런데 이렇게 쌓아 놓은 낙엽 더미가 동네 아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놀이 기구가 되고는 합니다. 기껏 쌓아 놓은 낙엽 더미를 흩어 놓고 파헤치는 건 바람이 제일 심하지만 동네 아이들 역시 오가다 걷어 차기도 하면서 열심히 흩어 놓습니다. (사실 그정도 흩어 놓는건 leaf collection 트럭이 쉽게 처리 하니까 아무도 뭐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저희집은 아이들이 뒷마당에 낙엽을 쌓아 놓고는 낙엽이 전부 가루가 될 때까지 거기서 놉니다.(한국에서 키즈 카페 가면 있는 볼풀장의 천연 버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우산을 들고 나가 낙엽비를 내리게 하면서 깔깔거리고.. 어른 허리만큼 쌓인 낙엽 더미 속으로 두더쥐마냥 파고 다니면서 놉니다. 매번 샤워를 해야 하고 세탁기를 돌려야 하지만 뭐 어떤가요. 즐거우면 된거죠. 그리고 가루가 된 낙엽은 쓰레기 봉투에 담아도 부피가 얼마 안된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봉투에 담는 과정이 귀찮기는 합니다만;;;



형들이 낙엽을 쌓는 동안 막내는 그저 신납니다. 잠시 후 자기 운명도 모르고..




이렇게 leaf collection week가 돌아오면 갑자기 가을이 온 기분이 듭니다. 눈에 보이는 풍경이 확연히 바뀌는데 얼마 남지 않은 thanksgiving 과 맞물려서... 갑자기 올 한해가 끝난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마음이 늘어지더군요.



지난 주말은 이렇게 낙엽을 치우고 내친김에 정원의 잔가지들을 정리하며 한참 정원 손질을 했습니다.



저희집과 이웃집 사이에 죽은 개나리 덤불이 있는데 저희집 주인 포함해서 함께 상의한 끝에 잘라버리기로 했고 옆집 로이와 제가 지난주 텍스트로 일정 조율해서 주말 아침에 함께 작업을 했습니다. 로이는 제가 랜딩해서 아직 뭘 모를때 정원 관리법도 알려주고 폭설 내렸을때 눈삽 하나 들고 낑낑대는 저를 위해 snow blower를 가져와 저희집 눈을 치워주는 등 정말 좋은 이웃입니다. 그게 고마워서 저도 눈을 치우거나 잔디를 깎으면 로이네 집 앞까지 해 줍니다.


도토리들이 대부분 작은 벌레 구멍이 있습니다. 

동네에 늘어난 붉은 여우 때문인지 올해는 다람쥐들의 출몰이 적었습니다. 그래서 도토리들이 그냥 길에, 마당에 수북하게 떨어져서 쌓여 있었지요. 앞마당에 산더미같이 떨어진 도토리로 아이들이 도토리묵을 만들어 먹자고 해서 다 함께 열심히 주워 모았는데... 너무 늦었는지 모아놓고 보니 벌레 먹은게 너무 많아서 묵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내년에는 좀 일찍 주워서 정말로 도토리묵을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오후 늦게부터는 정리한 잔가지를 모아 뒷마당에서 불을 지폈습니다. 이왕 지핀 불을 낭비할 필요는 없으니 고구마를 은박지에 싸서 불에 집어넣고 군고구마를 만들었지요.


적당히 잔가지들 넣어가며 화력을 키우다 어느 정도 숯이 만들어지고 나서는 고구마를 뒤적거리면서 익혔습니다. 잠시 후 잘 구워진 고구마 냄새가 올라오더군요. 젓가락을 찔러보니 아무 저항이 없이 푹 들어갑니다. 그렇게 군고구마 한소쿠리가 생겼습니다.



군고구마가 어른들을 위한 간식이라면 아이들을 위한 간식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마시멜로를 구워서 만드는 스모어지요. 사실 스모어를 만들어 먹어도 좋지만 마시멜로 자체만 잘 구워도 아이들은 좋아합니다. 그런데 마시멜로를 활활 타는 장작불에 잘 굽는건 생각보다 기술이 필요하기에 어린 아이들이 굽게 하려면 어느 정도 장작이 타고난 이후 적절한 열기로 유지되는 아래 사진같은 상태가 가장 좋더군요. 고구마가 구워질 때까지 기다린 이유가 다 있습니다. 아이들의 손 끝에서 하얀 마시멜로가 옅은 갈색으로 바뀌며 조금씩 부풀어 오릅니다.



아이들의 마시멜로가 끝나면?


아이들은 각자 전부 샤워한 뒤 잠자리로 들어가고, 깊은 밤까지 굵은 장작을 좀 더 집어넣은 모닥불과 함께 와인와 차를 곁들인 어른들의 시간이 시작되는 거지요. 불멍하다, 사는 이야기 하다, 아이들 이야기 하다 그렇게요.



잔뜩 움츠러들었던 마음이 와인 한잔에 풀어지고, 낙엽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풀어지고, 나뭇가지 타는 소리에 풀어집니다.


공기는 쌀쌀하지만 따뜻한 모닥불 앞에 두고 가을이 이렇게 깊어갑니다.




Thanksgiving 이 다가오고 있는게 확연히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앞으로 몇주간 주말 빈 slot이 전부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이웃들 사이의 초대장으로 벌써 빠르게 차고 있으니까요. 이제 슬슬 칠면조 사다가 냉동고에 쟁여 놓을 궁리를 해야겠습니다.


재작년보다 작년 칠면조 구이가 좀 더 성공적이었으니 올해는 더 나아지리라 기대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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