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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마을 Nov 04. 2021

미국 의료 보험에 대한 이해





미국 랜딩을 준비하게 되면 제일 먼저 걱정되는 것이 의료보험입니다. 해외 여행과 같은 단기 체류의 경우 한국에서 여행자 보험을 가입해서 나가면 되는데, 미국 영주권자는 이런 단기 체류자를 위한 보험 가입에 제약이 많습니다. 보험의 성격을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영주권자는 미국에 이민자로 나가는 경우니까요. 더구나 첫랜딩때는 직장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직장 보험이 없어서 직접 개별로 보험 가입을 해야 합니다. 그렇다 보니 의료보험에 대한 부담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 랜딩 직후 SSN 이 발급되고 나면 자신에게 맞는 의료보험을 찾아서 가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나 혼자가 문제가 아니라 가족들도 다 같이 랜딩을 하는 경우 병원 찾을 일이 자주 있는 아이들까지 무보험자로 있기에는 부담이 크지요.


여기서는 랜딩하면서 가장 먼저 걱정되는 미국 의료 보험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고 미국 의료보험 그리고 병원비에 대한 이해를 돕고 적절한 보험을 찾을 수 있는 기초적인 내용들을 설명하고자 합니다.





병원비를 비교하자


아래는 한국 병원비 영수증 예시입니다. 전체 병원비는 596만원이 나왔고 건강보험 급여 지원을 받은 덕분에 환자 본인은 200만원을 지불했습니다.  



이 영수증을 처리한 사람이 주위에 병원비를 말한다고 할 때 보통은 "이번에 병원비로 200만원을 냈어" 라고 말하지 "600만원 가까이 나왔는데 보험 할인되서 200만원만 냈어" 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청구액이 중요한게 아니라, 환자 본인 부담금이 중요하니까요. 대부분 건강 보험 급여를 통해 그리고 개인 보험(질병보험이나 실비 등)을 통해 처리된 금액은 무시합니다. 건감 보험 커버율이 높은 질병일수록 본인 부담금은 줄어듭니다. 그러니 "감기 걸려서 병원 갔는데 몇천원 나왔다" 는 말이 나오게 되는 거죠.


그런데 미국 병원비를 이야기 할 때는 대부분 청구액 을 이야기 하지 환자 본인 부담액 을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청구액이 유난히 높은 미국 보험 특징 때문에 청구액을 이야기 하면 관심을 끌기 쉬워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심지어 언론에서 미국 병원비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조차도 청구액과 본인 부담액을 구분짓지 않고 이야기 합니다. 보험 상황에 따라 환자 본인 부담금이 한국보다 적게 나올 수도 있고 많이 나올 수도 있는데 말이죠.


아래는 제가 받은 미국 병원비 청구 내역 예시입니다. X-ray 촬영이 포함된 전체 병원비에서 청구된Billed 비용은 $2,200 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시면 1차로 병원-보험사간 할인이 들어가고 2차로 제 의료보험에 의한 cover 가 추가되어 실제로 제게 청구된 비용은 $0 인 걸 알 수 있습니다. 이걸 놓고 미국은 간단한 진료도 기본 수백만원씩 청구된다며 자극적으로 이야기 할 수 도 있고, 나는 한푼도 안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보시면 보험 plan에 의한 할인도 있지만 정말 큰 할인은 병원-보험사 간 기본 적용되는 할인 금액입니다. 미국에서 의료 보험이 꼭 있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청구액만 보면 미국 병원비가 비싼것은 맞지만 미국은 의료 보험이 있을 경우 이 청구액과 본인 부담금의 차이가 한국에 비해 훨씬 크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같은 질병인데 한국이 더 비싼 경우도 발생합니다.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Out-of-Pocket Maximum을 넘는 병원비는 한국이 훨씬 비쌉니다.


미국 병원비에서 이렇게 청구액과 실제 환자 부담액이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국은 한국과 같이 정부가 개입한 건강보험이 아닙니다. 전부 민간 금융 상품이지요. 따라서 서로 좋은 보험이라고 마케팅을 해야 가입자를 더 유치할 수 있습니다. 병원은 보험사와 협상할 때 이용하기 위해 "원래 병원비 800달러 나왔는데, A 보험사라서 특별히 200달러에 할인 해 드립니다" 라고 합니다. 보험사는 보험사대로 이걸 이용합니다. 가입자에게 "800달러 나온거 우리 보험사라서 600달러나 할인 받았습니다. 나머지 200달러도 저희 plan에서 다 지불하겠습니다. 저희 좋은 보험 회사죠?" 라고 광고하는 거죠. 이런 부풀리기 과정을 수십년 거치면서 애초에 병원에서 청구되는 금액은 엄청난 금액이 되었습니다. 보험이 있다면 이 청구액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금액이 보험사 청구서에 붙게 될 것이고, 보험이 없다고 말하고 가격 네고 시도하면 병원이 크게 할인해 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병원 입장에서 보험 없는 환자에게 치료비 부풀리기 할 이유도 없고 환자가 너무 치료비가 높다고 지불을 포기해 버리면 그 또한 곤란한 상황이 되기 때문입니다.

미국 병원 시스템에서는 우선 환자를 치료한 뒤에 병원비 청구서는 나중에 송부하게 됩니다. 환자가 돈을 낼 수 있는지 아닌지는 치료 시점에서는 판단하지 않지요. 그렇기 때문에 의료보험이 없는 환자에게 지나치게 많은 돈을 청구해서 병원비를 못받게 되는건 병원 입장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입니다. 정말로 지불 능력이 없다면 실제로 지출한 병원비중 일부라도 받아내는게 합리적인 선택이죠. 그러다 보니 거액의 병원비를 병원과 deal해서 미리 낮추거나 혹은 어떤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일부만 지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 어느 나라 가정의 의료비 파산 비율이 높은가


한국 언론을 통해 보도된 2017년 OECD 발표 자료를 인용해서 이야기 하자면, 한국이 미국보다 의료비로 인한 파산 비율이 두배 가까이 높습니다(2% vs 3.7%) 한국이나 미국 모두 다른 선진국에 비해 의료비 파산 비율이 높으며 미국보다 한국이 더 높습니다. 한국이 흔히 이야기 하는 의료 천국이 아닌거죠.


https://news.v.daum.net/v/20170520201505224?f=m#none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던 것과 다를 겁니다. 흔히 듣기에 미국의 의료 보험은 비싸고 접근성이 나쁘며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들었는데 한국보다 의료비 파산 가정의 비율이 낮다는 데이터는 여러모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지요. 하지만 OECD에서 발표한 통계에 뭔가 해석의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무시하기에는 2배 가까이 큰 파산 비율은 너무 큽니다. 사실 미국 의료보험의 기본 설계 목적을 생각해보면 한국보다 의료비 파산 비율이 낮다는 저 통계를 신뢰하는 쪽으로 기울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분들이 미국 의료 보험을 접할 때 혼란스러운 이유는 미국 의료보험이 복잡한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의료 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목적에서 두 나라가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어디가 더 낫다 아니다의 관점이 아닌 어떻게 다른가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한국과 미국의 의료보험, 어떻게 다른가


한국의 건강 보험은 공공의료 혜택의 효율적인 확장(모든 소득 계층에 동등한 의료 혜택을 제공하지만 개인의 선택에 따라 비용을 더 지불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더 고품질의 의료 서비스 받을 권리도 보장하는)을 추구합니다. 쉽게 말해 국가가 개입해서 소득에 무관한 의료적 평등을 추구하지만 더 나은 의료 서비스에 대해서도 길을 열어두고 있죠. 이를 위해 선택한 방법이 고소득층으로부터 보험료을 더 받아서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한국 건강 보험은 소득에 비례해 매달 내는 건강보험료가 올라갑니다. 일종의 사회 보장 제도이자 세금이라고 봐도 되는 건 이런 이유입니다. (연봉이 1억5천 정도 되는 직장인이라면, 본인이 내는 건강보험료는 월 50만원 정도 됩니다. 회사가 50%를 내므로 실제로 건강보험공단에서 받는 보험료는 100만원이 되겠죠.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닙니다.)


이런 이유로 한국 건강 보험 제도에 대한 평가는 소득에 따라 달라집니다. 고액 연봉/자산가일수록 자신이 받는 의료 서비스에 비해 보험료가 비싸다고 느끼고 그렇지 않을수록 보험료가 저렴하다고 느낍니다.


개인이 따로 가입하는 민간 보험은 다릅니다. 소득에 무관하게 보장하는 질병/상해 기준에 따라 항상 일정한 보험료를 받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건강 보험으로 모두 커버되지 않는 치료비를 보장 받기 위해 별도의 민간 의료 보험을 가입하고 보험료를 지불합니다. 보통 이 두가지를 결합한 비용을 한국에서는 매달 내는 의료보험이라고 계산합니다.


미국의 의료 보험은 대부분 단순 금융 상품입니다. 소득에 무관하게 일정한 보험료를 받습니다. 그래서 소득이 적을수록 보험료 부담을 크게 느끼고, 소득이 많으면 보험료 부담을 적게 느낍니다. 만일 한국에서 연봉이 1억5천 또는 그 이상이었다면, 그리고 미국에 와서 비슷한 경제적 혜택을 누릴수 있는 수준의 소득을 올린다면 미국 의료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느낄 것이지만 한국에서 가구 소득이 연 1억 이하였다면 한국보다 의료 보험료를 많이 낸다고 느끼게 되겠죠. 가장 곤란한 상황은 한국에서 1억 미만 가구 소득이었는데 미국에서의 가구 소득 절대 금액이 비슷한 경우입니다. 한국과 비슷한 소득이라면 미국 물가를 고려할 때 한국 대비 상대적으로 생활비의 압박을 더 받게 되므로 체감하는 의료 보험료 부담은 말도 못하게 올라갑니다. 한국에서 가구 소득 1억은 높은 금액이지만 미국에서 맞벌이를 할 경우 한화로 1억(미화 7~8만달러)은 그렇게까지 높은 금액은 아니거든요.



이 그래프에서 보듯, 미국 의료 보험은 가구 소득과 무관하게 일정 금액을 지불하지만 한국 의료 보험은 소득이 올라가면 지불하는 금액도 같이 올라갑니다. 푸른색 표시가 된 교차 지점, 대략 가구 소득 1억 5천~2억 또는12~15만달러 정도 선에서 미국과 한국 모두 부담이 비슷하게 느껴지며 이보다 고액 연봉으로 가면 미국에 거주할 경우의 의료보험 부담이 더 적게 느껴집니다.


물론 소득에 따른 의료 보험료의 부담율 차이가 왜 미국의 의료비 파산 가정 비율이 낮은지를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이 설명은 가장 기초적인 미국 의료 보험의 이해를 위해 드렸고 중요한 내용은 이제부터입니다.


미국의 의료비에 따른 파산율이 한국보다 낮은 이유는 미국 의료 보험의 근간을 이루는 철학에 그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 의료 보험은 기본적으로 의료비 파산을 막는데 주 목적이 있습니다. 미국이 의료비가 비싸다고 난리지만 그럼에도 미국의 의료 시스템이 유지되는 것은 그 나름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며 그것중 하나가 바로 의료비 파산 방지를 추구한다는 방향에 있습니다. 바로 Out-of-Pocket Maximum 이라는 항목이 그 철학의 상징입니다. 실제 모든 미국 의료 보험은 out-of-pocket maximum 이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게 뭐냐하면, 환자가 내는 본인 부담금(out-of-pocket)이 계속 늘어나다 정해진 한도(maximum)에 도달하면 그 다음부터 발생하는 병원비는 보험사에서 전액 커버하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Out-of-pocket 최대 금액을 $4,000 이라고 가정하고 설명하자면 진료 항목이나 병원에 따라 제가 제일 처음 든 예시처럼 보험사가 전액 내는 경우도 있고, 보험사와 환자가 나눠서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때 환자가 낸 금액을 누적해서 $4,000 가 넘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보험사가 모두 지불합니다. 연간 400만원의 병원비가 결코 작은 금액은 아니죠. 하지만, 암이나 심혈관계 질병 같이 큰 돈 들어가는 중증 질병에 걸리면 그 위력이 발휘됩니다. 암에 걸려서 수술을 몇차례 받더라도 연간 대략 400만원만 내면 된다는 이야기가 되니까요. 이 Out-of-pocket maximum 에 도달하기 전에는 한국보다 미국 병원비가 많이 듭니다. 그런데 그 이후에는 미국의 병원비는 거의 증가하지 않죠. 이 out-of-pocket 금액은 매년 reset 되긴 하지만 수년간 돈 많이 드는 질병을 비교한다면 미국이 한국보다 훨씬 병원비가 적게 듭니다. 부담이야 되겠지만 몇백만원 때문에 파산하기란 쉽지 않지요. 물론, 그렇다 해도 지원 보험료의 최대 한도는 있으며 무제한은 아닙니다. 그 최대 한도까지 도달한 가정이 더이상 보험사로부터 의료비 지원을 받지 못해 파산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드문 케이스입니다.


이번 Covid-19때 미국 의료 보험의 약점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많은 미국인들이 의료 보험을 직장과 연계해서 가입합니다. 이 말은 실직을 하게 되면 일시적으로나마 무보험 상태가 되는 것이죠. 물론 이런 경우에도 가입할 수 있는 저렴한 bridge insurance 들이 있어서 가입하면 되기는 하나, 모든게 정신없이 진행된 이번 사태에서 팬데믹 초기 대규모로 진행된 정리 해고 상황에서 일부 미국인들이 실직(보험 자격 상실)후 서둘러 bridge insurance 등을 따로 가입하지 않았고 그 상황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습니다. 무보험으로 집중치료실과 같은 비싼 치료를 받아야 했기에 의료비 문제가 불거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 혼선을 비롯해 잘 풀릴 수 있었던 상황을 꼬아버린 몇가지 정책적 실수가 있었으나 이 글은 대략적인 미국 의료보험과 의료 시스템의 설명이므로 이런 자세한 내용은 따로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이 그래프에서 미국 의료비는 4개의 구간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A는 Deductible 구간으로, 보험회사 지원 없이 환자가 100% 지불합니다. 환자 지불 금액이 B에 도달하면 이 때부터는 보험회사가 일부, 환자가 일부 냅니다. (보통 보험사가 80%를 냅니다.)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지요. C부터는 보험사가 100% 지불합니다. 그래서 환자의 병원비 부담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D에 이르면 보험사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래프를 보면 아시겠지만 치료 초기의 병원비는 빨리 증가하지만 out-of-pocket maximum에 도달한 이후 미국의 경우 병원비가 거의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치료가 거듭되더라도 의료비 파산 위험이 함께 올라가지 않습니다. 정말 간단히 설명한거고 실제로는 좀 복잡한 상황들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Deductible 구간이라고 해서 환자가 청구액을  모두 내는 것도 아닙니다. 병원-보험사간 기본 할인은 전구간 적용이며 보험 plan에 따라 일부 치료나 검사는 deductible 구간이어도 보험사가 지불합니다. 제가 처음 예시로 든 병원 청구서 역시 deductible limit 도달 전이었지만 보험사 plan 에서 비용을 지불해서 저는 병원비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가벼운 감기 같은 질병으로는 병원을 찾지 않습니다. 사실 찾아가 봐야 의사가 감기 정도로는 약 처방도 잘 안해주고 물 많이 마시고 푹 쉬라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도 합니다만, 그리고 나서 지불해야 하는 돈이 몇만원은 우습게 나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말 의사의 관리가 필요한 큰 질병은 오히려 거리낌 없이 병원을 찾습니다. 의사 입장에서도 정말 치료가 필요한 적은 수의 환자를 보기 때문에 환자 한명 한명에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재난적 의료비는 한국 정부를 비롯한 많은 국가 특히 OECD에서도 관심있게 관리하고 있는 항목입니다. 다음 링크들이 좀 더 깊은 분석을 원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OECD Health Statitics webpage
https://www.oecd.org/els/health-systems/health-data.htm

한국 의료비 본인 부담 상한제 설명 문서 
https://www.kiri.or.kr/pdf/연구자료/기타보고서/issue_21-09_1.pdf

한국 보건 행정 학회지: 2018년 재난적 의료비 경험률 현황 및 추이
https://ir.ymlib.yonsei.ac.kr/bitstream/22282913/176049/1/T202001222.pdf


미국 의료보험료, 얼마나 내나?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민간 보험인 만큼 보험사마다 다르고 plan마다 다르고 심지어 본인이 전부 내는 사람도 있고 직장에서 분담해서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국도 직장인들은 실제 보험료는 자기가 내는 돈의 두배지만 그렇게 인식하지 않고 있죠. 어쨌든 혼자 다 지불하든, 회사와 나눠서 내든, 회사가 다 내주든 상관없이 보험사에 최종적으로 납입되는 보험료는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온가족을 커버하는 plan의 경우 월평균 $1,462(= $17,545/12개월)이고 자기 자신만을 커버하는 plan은 월평균 $520 을 지불합니다. 이게 2015년 자료니까 글을 작성하고 있는 2020년 기준으론 더 올랐을거라 봅니다. 일반적으로 직장이 있으면 회사가 이중 일부를 부담해 줍니다만 그렇더라도 한국하고 비교하면 금액이 정말 무시무시하죠? 그런데, 의료 보험 프리미엄(가입을 위해 매달 내는 돈)은 그 폭이 정말 넓습니다. 평균 근처에 모두 몰려 있다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고등학교때 배운 통계를 가져와 설명하면 '분산' 이 정말 크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일시적으로 직장을 잃어 구직 상태에 있는 사람을 위한 Bridge 보험의 경우 2년간만 이용할 수 있는 대신 매우 저렴하며(심지어 특정 조건을 만족하기만 하면 매월 내는 프리미엄도 무료인 경우도 있습니다. 정부 보조가 아닌데도 말이죠), 아이들만을 위한 보험은 조건이 좋은데 비용은 거꾸로 엄청나게 저렴하기도 합니다. 또한 out-of-pocket maximum을 높게 설정하는 대신 매월 내는 보험료는 극단적으로 낮춘 보험도 있습니다. 반면에 $2000 이상 프리미엄을 매달 내지만 out-of-pocket maximum이 $0 인 보험도 있습니다. 이런 보험은 가입자는 아예 병원비를 내지 않습니다. 어떤 진료를 받더라도 보험회사에서 다 지불하는 거죠.



이때문에 정말 중요한건, 직장을 구하신다면 의료보험 지원 여부를미리 확인해 보셔야 합니다. 많은 이민자들이 단순 연봉만을 보고 계약해서 일을 시작하시는데 와서 보면 어떤 회사는 가족은 의료보험 지원을 안해준다거나, 지원해줘도 그 금액이 매우 적어서 매월 보험료로 예상치 못한 추가 지출이 발생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연봉 적당히 받는 줄 알았는데 '매월 보험료 100만원씩 내고 나니 남는게 없다' 는 상황인거죠. 반면에 어떤 회사는 직원수가 많아 보험 회사와 좋은 조건으로 단체 계약을 한 덕분에 직원들에게 좋은 보험을 저렴하게 제공하기도 하며 심지어 아예 직원들 보험료를 전액 내주는 곳도 있습니다. 자영업 하시는 경우 스스로 다 내야 하는데 보험료 무서워서 보험 가입을 할 수 없다는 한탄을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여기까지 알면 미국 보험 시스템을 모두 이해한 것이냐? 그렇지는 않습니다. 실제 병원 진료와 엮어서 설명하면 더 복잡하고, 더 한국과 다르고, 더 이상해 보이는 부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부분까지 모두 설명하면 글이 너무 길어질 뿐더러 이 글은 애초 미국 의료 보험의 가장 기본적인 컨셉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작성한 글이므로 여기서 마무리 합니다. 



어디가 더 낫다의 관점이 아닌 어떻게 다르다의 관점


미국의 보험 시스템은 분명히 가벼운 질병에 대해 의료 쇼핑을 허용하지 않지만(비싸지만) 의료비 파산만은 막는다는 기준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 기준이 공공의료 확대라는 한국의 기준과 다른 것이지 그걸 나쁘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봅니다. 미국 역시 도저히 보험을 가입할 수 없는 저소득층이나 노령층을 위한 '사회 보장성 의료 서비스' 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결국 두 나라의 병원/의료보험 체계는 서로 다른 것이지 어느 한쪽의 절대적 우위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종종 언론이나 대중 매체에서 자극적인 문구와 함께 공유되는 '청구액' 영수증에 현혹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실제로 환자가 지불한 병원비는 얼마인지를 꼭 따져보셔야 합니다. 보험 커버가 되고 OOP Max 금액을 지출했다면 이후 얼마의 병원비가 나오든 본인 부담은 제로라는 점도 잊으면 안되구요. 


미국에 넘어오시는 분들께 한가지 조언을 드린다면,  미국 의료 시스템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라는 것 정도가 되겠네요. 미국 보험과 의료 시스템을 이해하고 그 방향을 따르는게 이민을 결심했다면, 그리고 여기서 살아간다면 당연한 일이 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앞으로 살 입장에서 계속 한국과 비교하면서 단점에 대해 불평을 하시면, 정말 적응하고 정착하기 어렵습니다. 비단 의료 시스템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리고 부담이 되더라도 의료비 파산을 막기 위해 보험을 가입하라는 부탁을 드립니다. 이제 막 랜딩해서 직장이 없다면 구글에 cheapest(또는 bridge) health insurance라고 찾아보세요. 의료비 파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말이죠. 보험 가입 안하고 그 돈 아끼려다 하루 아침에 파산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든, 이억만리 타국에 떨어진 우리 스스로, 우리의 가정은 지켜야 하니 말 그대로 '보험' 을 들어 두는건 이민자에게 꼭 필요한 일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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