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병원 시스템에서는 우선 환자를 치료한 뒤에 병원비 청구서는 나중에 송부하게 됩니다. 환자가 돈을 낼 수 있는지 아닌지는 치료 시점에서는 판단하지 않지요. 그렇기 때문에 의료보험이 없는 환자에게 지나치게 많은 돈을 청구해서 병원비를 못받게 되는건 병원 입장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입니다. 정말로 지불 능력이 없다면 실제로 지출한 병원비중 일부라도 받아내는게 합리적인 선택이죠. 그러다 보니 거액의 병원비를 병원과 deal해서 미리 낮추거나 혹은 어떤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일부만 지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한국 건강 보험 제도에 대한 평가는 소득에 따라 달라집니다. 고액 연봉/자산가일수록 자신이 받는 의료 서비스에 비해 보험료가 비싸다고 느끼고 그렇지 않을수록 보험료가 저렴하다고 느낍니다.
이번 Covid-19때 미국 의료 보험의 약점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많은 미국인들이 의료 보험을 직장과 연계해서 가입합니다. 이 말은 실직을 하게 되면 일시적으로나마 무보험 상태가 되는 것이죠. 물론 이런 경우에도 가입할 수 있는 저렴한 bridge insurance 들이 있어서 가입하면 되기는 하나, 모든게 정신없이 진행된 이번 사태에서 팬데믹 초기 대규모로 진행된 정리 해고 상황에서 일부 미국인들이 실직(보험 자격 상실)후 서둘러 bridge insurance 등을 따로 가입하지 않았고 그 상황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습니다. 무보험으로 집중치료실과 같은 비싼 치료를 받아야 했기에 의료비 문제가 불거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 혼선을 비롯해 잘 풀릴 수 있었던 상황을 꼬아버린 몇가지 정책적 실수가 있었으나 이 글은 대략적인 미국 의료보험과 의료 시스템의 설명이므로 이런 자세한 내용은 따로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재난적 의료비는 한국 정부를 비롯한 많은 국가 특히 OECD에서도 관심있게 관리하고 있는 항목입니다. 다음 링크들이 좀 더 깊은 분석을 원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OECD Health Statitics webpage
https://www.oecd.org/els/health-systems/health-data.htm
한국 의료비 본인 부담 상한제 설명 문서
https://www.kiri.or.kr/pdf/연구자료/기타보고서/issue_21-09_1.pdf
한국 보건 행정 학회지: 2018년 재난적 의료비 경험률 현황 및 추이
https://ir.ymlib.yonsei.ac.kr/bitstream/22282913/176049/1/T202001222.pdf
여기까지 알면 미국 보험 시스템을 모두 이해한 것이냐? 그렇지는 않습니다. 실제 병원 진료와 엮어서 설명하면 더 복잡하고, 더 한국과 다르고, 더 이상해 보이는 부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부분까지 모두 설명하면 글이 너무 길어질 뿐더러 이 글은 애초 미국 의료 보험의 가장 기본적인 컨셉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작성한 글이므로 여기서 마무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