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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마을 Dec 08. 2021

아이의 사춘기

사춘기에 접어든 첫째가 이런저런 말썽을 제법 부립니다. 나쁘게 말하면 알면서 규칙을 어기는 것이고, 좋게 말하면 싹트기 시작한 독립성을 표출한다고 할 수 있겠지요.

 

어제 저녁에도, 오늘 아침에도 그런 일이 있었고 지켜보면서 아이에게 화가 났습니다. 하지만 어찌어찌 잘 참고 그 순간을 넘겼습니다. 대신 오늘 퇴근해서 저녁을 먹은 뒤 아이를 불러 단 둘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 솔직한 생각과 느낌을 적절히 섞어서. 


아이의 행동을 이해 못하는건 아닙니다. 저도 그 나이때 그랬었고, 똑같이 혼났었으니까요. 아이에게 그런 부분을 솔직하게 이야기 했습니다. 그 당시 아빠는 얼마나 말 안듣는 아이였는지, 그리고 부모가 된 지금 얼마나 올바른 훈육을 위해 노력하는지.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지만 그렇다고 지나친 질책과 비난과 같은 아빠의 잘못을 용서하고 이해해 달라고 하는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건 아이가 이해해줄 이유가 없는 명백한 잘못이니까요. 감정적인 질책은 변명할 수 없는 잘못입니다. 단, 제가 더 나은 아빠가 되기 위해.. 첫째에게 더 좋은 것들을 건네주기 위해 노력하는 그 마음은 알아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설사 순간적인 감정에 짜증이 나더라도 한걸음 물러서서 심호흡 한 뒤에는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고나 나쁘게 대하고 싶어서 일부러 그러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떠올리고 믿어주자고 했습니다. 아빠로서 널 존중하고 사랑하고 믿고 인정하고 있다는 말과 함께. 


그렇게 아이에게 5분의 짧은 이야기를 마치고 혼자 다이닝 테이블에 앉아 버본을 한 잔 마시고 있습니다. 아이가 제 이 마음을 이해해 줄까요? 아니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이해해 주면 좋겠습니다. 


사춘기는 지나가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어차피 지나갈 일에 감정을 소비할 필요는 없지요. 아이는 몰라도 저는 압니다. 그러니, 어른 답게 굴어야겠지요. 


성인이 되서도 어른되는게 힘들더니 아이를 키우면서는 어른 노릇 하기 더 힘드네요. 일부러 먹은 나이도 아닌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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