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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마을 Mar 31. 2022

둘째의 오케스트라 공연

*2022.2.4.


둘째 아이가 학교에서 오케스트라에 가입해 매주 금요일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습니다. 학교 오케스트라인 만큼 참여하고 있는 아이들 대부분이 악기를 이때 처음 잡아보는 아이들인데 악기마다 선생님들이 따로 있어서 비록 일주일에 한시간이지만 그럭저럭 소리는 내는 수준까지는 도달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오케스트라의 Winter concert 가 어제 밤에 있었습니다. 



여러가지로 인상 깊었던 둘째의 어제 공연. 그 중 공연 시작전 아이들 음악 선생님이 나와서 인사하며 한 이야기가 계속 기억납니다. 


"이 아이들이 악기를 연습할 시간은 앞으로 수십년이 남아 있습니다. 그렇죠? 즐겁게 악기를 대할수 있게 해주세요."


하긴, 어제 공연에 나온 아이들은 대부분 음악으로 생계를 유지할 확률이 매우 낮은 아이들입니다. 그 정도 재능있는 아이들은 이미 여기서 삑삑거리고 있을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악기를 즐겁게 취미로 만지며 수십년을 살아가는게 지금 당장의 실력 향상을 위해 다그치는 것보다 훨씬 의미있는 일이겠지요.

 

잘 하는게 아니라 즐겁게 하는게 더 중요하다는.


둘째가 일주일에 한시간씩 학교 음악 시간에 바이올린을 배우면서 바로 그런 모습을 우리 가정에 선물해줬다는 생각이 듭니다. 피아노를 배우고 있는 동생과 말도 안되는 합주를 하며 서로 재미있다고 깔깔거리고, 연습하다 잘 안되는 부분을 엄마와 함께 해보며 개선하고, 매일 저녁 온 집안을 바이올린 (주로 끼긱 삑삑 이었지만..) 소리로 가득 채워주는 그 시간이 저는 정말 좋았습니다. 



이 시간으로 그치지 않고, 부디 백발이 성성한 나이가 되서도 즐겁게 바이올린을 켤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길, 그렇게 여유를 갖고 음악을 즐기는 어른으로 자라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ps

우리 부부가 최소한이라고 잡았던 하루 30분 연습도 너무 많았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어제 공연 끝나고 "거봐, 매일 연습하니까 해내잖아" 라며 칭찬하는 엄마에게 잔뜩 업 되어서는  "내일부터는 더 많이, 10분씩! 연습할 거에요." 라며 당찬 포부를 밝히던 여자아이를 보고나니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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