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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마을 Nov 04. 2022

시도에 대한 칭찬과 잘 한 것에 대한 칭찬


남들에 비해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자신이 할 줄 아는 걸 할 줄 아는 선까지, 부담 없이 남들 앞에서 펼쳐 보일 수 있는 성정은 어떻게 해서 길러지는 것일까.


며칠전 학교 친구의 할로윈 파티 초대에 응해서 피카츄 코스튬을 입고 가서 두시간 가량 놀다 온 막내. 파티가 끝날 시간이 되어 데리러 갔을때 그 집 창문 너머로 피아노를 치고 있는 막내를 봤다. 피아노를 제대로 배운 것도 아니고, 올해 몇달 학원을 다니다 말았고 가을동안 할머니에게 배운게 전부일텐데 그럼에도 친구들을 등 뒤에 앉혀두고 자랑스럽게 연주하고 있었다. 내가 아는 한, 처음부터 끝까지 칠 줄 아는 곡은 딱 한곡이니 그걸 연주하고 있었겠지. 아마도, 별의 커비 주제곡.


나는 저리 못했는데. 


내 기억에 남들 앞에서 내가 피아노를 쳤던건 고등학생때가 마지막이었고 그때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엄청난 부담을 느끼며 연주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얼마나 연습을 했는지 눈 감고도 칠 수 있었던 곡을 악보를 보면서도 두번이나 틀렸고 다시는 남들 앞에서 연주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던 기억도 함께 묻어 있고. 어제 창문 너머로 지켜본, 저 아이처럼 자신의 연주 실력을 누가 안좋게 볼까 하는 걱정은 조금도 하지 않으며 즐겁게 친구들 앞에서 연주하는 모습은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아내와 잠시 대화를 해봤는데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 이 아이의 개인적인 성격일수도 있지만 미국 문화에서는 할 줄 아는걸 시도하는 것 자체를 칭찬하고 격려하지만 한국 문화에서는 잘한걸 칭찬하는 문화라서 그 차이가 아닐까 하는. 잘하든 못하든 모든 자기 표현을 격려하고 칭찬하기에 잘해야 한다는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데까지 자랑스럽게 자신의 성취를 보여주는 이 곳의 문화에서 자란 아이라서 그런것 아닐까 하는, 그런 이야기. 


그게 사실인지, 아니면 저 아이의 기본 성향이 그런 것인지 알 방법은 없다. 하지만 남의 시선과 평가에서 평생 자유롭지 못했던 나와 다르게 저 아이는 스스로를 잘 표현하면서 자랐으면 한다. 


어디에서든 저렇게 피아노 앞에 앉아 친구들을 위해 할 줄 아는 곡을 연주해주는, 그런 아이로 자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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