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훈련일지)

ITF 972일차 - 그다지 타인을 마주치고 싶지 아니하여.

by Aner병문

어제부터 내리꽂은 비가 좀처럼 그칠 생각을 아니하였다. 아내는 때때로 전화와서 아주 기운이 없거나, 혹은 억지로 기운을 내려는듯 예전처럼 깔깔 웃었다. 나는 어제 끝내 고량주 반 병 정도를 마시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났으며, 집안 정리를 좀더 했고, 책을 읽었다. 이후 하늘 열리는 날 쉬기 때문에 아무도 오지 않을 도장으로 갔다. 콜라 부사범에게 당분간은 도장을 올 수 없다 미리 말해놓았기 때문에, 나는 사제사매들이나 다른 이들을 이전처럼 길낄대며 대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빈 도장이 좋았다. 비는 좀처럼 멈출줄을 몰랐고, 그동안 더부룩하게 자란 머리를 깎아주시면서 동포 사장님은, 어째 이래 비가 오나 그래, 비 빨리 그쳐야지 지겨워 죽겠어~ 라며 혀를 차셨다. 비는 땅에서 올라와 다시금 떨궈져 내려오는 물이라, 열을 간직하고 있었고, 문을 닫아놓은 도장에도 열과 습기가 가득하였다. 나는 선풍기 두 대만을 틀어놓았고, 사이사이 팔굽혀펴기를 하며, 틀과 보 맞서기 연습을 마쳤다. 충분한 시간은 있었으나, 마음은 아내와 함께 있고 싶어서, 사실 답답함을 잊고자 하는 몸부림이었다. 무릎과 발목에는 밖에서 온 비가 그대로 고인듯, 무겁고 아파서 나는 뛰어차거나 걸어차기 어려웠고, 다시 연습해야하는 돌개차기를 제대로 연습하지 못했다. 허리를 돌릴때마다 무릎과 발목이 쑤셔서 체간을 제대로 세우기 어려웠다. 할수 있는만큼 충분히 연습하고, 도장 청소를 하고 돌아왔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나는 도장 대신 옥상에서 연습했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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