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낱 개도 그러한데.
어제 충남 아산의 한 한옥 밥집에서 맑은 술을 곁들여 저녁을 먹을 때의 일이다. 까만 털에 몸집이 작달막하고, 야무진 콧날에 군데군데 하얀 점이 박힌 개 한 마리가 사람을 보고 반가워 겅중겅중 뛰었다. 비염도 심하거니와 평소 동물을 썩 가까이 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몇 번 이 곳에 와 보셨던 어머니가 저 개가 얼마나 잔망스럽고 사람 말을 잘 듣는지 모른다며, 장난감 하나 던져줘보라는 것이다. 그래서 개가 물고 오기 편하게끔 적당히 바람을 빼서 찌그러뜨린 공 하나 슬쩍 던져봤더니, 얼마나 좋아하는지 후다닥 뛰어 공을 물고 온다. 소리나는 닭 인형도 그렇고, 뼈다귀 장난감도 던지는 족족 물고 가져와서는, 샌들 신은 내 발등 위에 척 내려놓고, 발가락을 핥으면서 끙끙끙, 또 던져달라고 아우성이다. 쌀이가 원래 사람을 좋아해요~ 하면서 중년의 여자 사장님은 개 목에 길게 늘어뜨린 줄을 감고 산책을 나가려는 듯 당겼다. 헌데 개가 워낙 잘 뛰어놀고 하여 산책도 좋아할 줄 알았더니만, 정작 문 밖으로 나가려 하니 컹컹 짖으며 안 나가려 버티고 애쓴다. 사장님은 누가 밥집 개 아니랄까봐 그리 지은 듯 쌀아, 쌀아, 또 그러네, 그래도 밖에 한번씩 나갔다와야지, 하신다. 사장님은 결국 개를 싸안고 밖으로 나갔는데, 그 꽁무니를 따라가면서 내가, 누가 밥집 개 아니랄까봐 개 이름이 쌀이여요? 그럼 보리는 어데 갔는가? 하자 사장님이 쓸쓸하게 웃으면서, 보리는 없어요, 교통사고 당해서, 쌀이랑 같이 살았는데, 그래서 집 밖 도로만 보면 그 생각이 나는지 그 다음부터 나가려고를 안해, 근데 병원에서도 훈련사들도 억지로라도 자꾸 내보내주면서 마음을 열게끔 해야 된대요, 그래서 이렇게 나가주는 거예요, 또 나갈때만 그러지, 막상 나가면 성격이 워낙 좋아서 좋아해요. 뒤통수에 돌려차기를 얻어맞은 것 같아서 나는 더 따라나가질 못하고 우뚝 멈춰섰다.
학교 다닐 때 나는 동물과 식물이 사람과 어떻게 다른지 배웠다. 식물은 아래로 먹고 위로 결실을 맺으니 역생하고, 동물은 옆으로 먹고 옆으로 내어보내니 횡생하는데, 오로지 사람만이 위로 먹고 아래로 내놓아 순생하여 하늘과 땅을 잇는 이치에 맞다고 했다. 아주 옛날 사람들이 나름대로 생명을 고찰하며 내놓은 결론이었을 터이다. 원래 성격이 그냥 개 있으면 개 있구나, 꽃 있으면 꽃 있구나 하고 그 옆에 누워 술이나 한 잔 먹고 책이나 읽을 줄 아는 성격이라, 아내나 너가 질색해도 늘 짐승, 짐승 그러면서 크게 신경쓰지 아니하고 다녔다. 그런데 한낱 개조차도 제 짝이 죽어버린 거리가 싫어 밖을 나가지 않는다 하니, 그 짙은 마음이 무거워 그 날 하루 꽤 오랫동안 생각하였다. 하기사 제 이득을 위해 니코틴으로 제 짝을 죽인다거나, 제 자유를 위해 자식을 죽이는 동물에 대해 나는 아직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 사람은 정말이지 때때로 개만도 못할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