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훈련일지)

ITF 762일차 - 몸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좋다.

by Aner병문

격투 만화를 그리기 위해 손수 프로 권투선수 자격까지 딴 전상영 만화가는, 그러므로 자신의 만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레슬링이 강한 것이 아니다, 레슬링을 하는 몸이 강한 것이다!' 권투와 더불어 인류 최초의 격투기이자 가장 오래 된 올림픽 종목인 레슬링이다보니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처럼 들린다. 지금의 노(NO)기 주짓수, 즉 도복을 입지 않고 겨루는 주짓수처럼, 여성 관객들 없이 알몸으로 뒹굴었던 고대의 올림픽 선수들은, 근력과 체력을 키우기 위해 멧돼지를 업은 채 신전 주변을 돌았고, 그때부터 체계적인 식단 관리를 했다고 들었다. 취미로 무공을 익히는 사회 체육인과 전문 프로 선수를 어찌 비교를 할 수 있겠냐만, 레슬링의 기술을 소화하는 몸이 중요하듯이 태권도에도 태권도에 적합한 몸이 있다. 각 무공마다 본질과 기술이 다르듯이, 필요한 근육과 체형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다시금 정확한 몸을 만들기 위해 어제도 비오는 날에 열심히 아령을 들고 틀 연무를 했다. 도복이 작아질 정도로 살이 찐데다가 하루 종일 비가 와 습하다보니 금방 땀이 줄줄 흘렀다. 근력이 많이 삭아들어서, 무슨 동작을 하든 자꾸 목과 어깨가 위로 치솟아 힘이 엉뚱하게 흘렀다. 쓸데없이 힘을 주니 어깨를 다치기도 쉽지 않았나 싶다. 가능한 어깨를 내리고 배와 광배근으로 몸을 버티려고 노력하며 연무를 했다. 기본 주먹 기술 역시 그 동안 몸이 무너지고 헐거워져서, 자꾸 양쪽 겨드랑이가 빈 채로 찌르고 후리니 반격당하기 딱 좋았다. 그러므로 정확히 찌르고 휘두르고 뻗는데 주력했다. 발차기는 아직도 반대 돌려차기를 느리게 한 번 끊어서 후려차는 정도다. 기본 발차기도 많이 흐려져서, 앞차부수기, 돌려차기, 옆차찌르기, 일단 이 3가지 종류를 가장 많이 반복하고 있다. 앞차부수기는 허리가 쓰이지 않고, 돌려차기는 높이가 낮아졌으며, 옆차찌르기는 각도가 잘못 되어 자꾸 돌려차기처럼 나가니 골치다.




사범님께서는 올해 11월 15일, 서울에서 WT와 함께 치르는 제2회 태권도-원(ONE) 챔피언쉽을 준비하고 계셨다. 서울에서 주말에, 그 것도 당일치기로 하니 못 갈 이유가 없다.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또 규칙도 현 상황에 맞게 고쳐가면서 맥락을 이어나가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벌써부터 들떴다. 나는 아내에게 진작에 얘기해두었다. 목표가 다시금 생기므로 신이 난다. 이번 달까지만 술을 마시고 당분간은 술을 좀 줄여야겠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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