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열전.
밤새 천둥 벼락이 쳤다. 나는 비오는 날마다 선생님이 처방해주신 진통제를 하나씩 먹고 잔다. 근육이 빠지고 살이 쪄서, 닳아진 관절과 연골을 대신 버텨주던 힘이 사라졌다. 아이는 성장통을 감안해도 평소 밤에는 잘 자는 편이었는데, 어제 자정 무렵부터 1시간 가까이 번쩍이는 빛과 함께 북치는 소리가 사방에서 요란하니 그때마다 무서운지 날카롭게 울며 깨었다. 성대가 여물어가는 아이의 울음소리는 고요히 가라앉은 집 안의 어두운 공기를 요란하게 울렸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끝나면 다시 또 벼락이 치고 천둥이 울렸다. 죽을 맛이었다. 혹시 조조 앞에서 목숨을 구하고자 거짓으로 바보인 척 하던 유비가 진짜 천둥벼락이 무서웠던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나는 훈련하면서 커피를 잔뜩 마신데다 온 몸에 열기가 뻗쳐 올라와 그 동안 나른하게 지내던 일상이 모조리 헝클어졌기 때문에 사실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새벽 1시 무렵, 내가 아내 대신 아이를 보겠다고 하지만, 아내는 아이고, 3시간 후면 씻고 출근해야 할 사람이 야밤에 무신 애를 보겠다캅니까, 걱정하지 말고 눠 있으소, 내는 낮에라도 아아랑 좀 잔다 아입니까, 하고는 그예 나를 윗층으로 올려보내었다. 낮 같은 벼락은 좀처럼 끝날 줄을 몰랐다. 나는 벼락이 번쩍일 때마다 아이를 안고 어르는 아내의 석상처럼 곧은 등을 보았다. 불과 작년, 처녀적만 해도 몸에 근력이 하나도 없어 아이를 안을 수 있을까 걱정하던 아내였었다.
아내는 나보다 정확히 11cm가 더 크고 수영을 십 년 넘게 하여 몸매가 좋고 늘씬하였다. 어깨가 벌어지고 허리가 좁으며 발목은 가늘어서 누가 봐도 오랜 운동을 한 사람으로 보였다. 간호사를 그만두고, 나랏밥을 먹을 준비를 할 때에도 늘 도서관에 가기 전 수영장에서 한두 시간을 땀을 뺐다고 했다. 다만 아내는 몸에 비해 근력이 없었고, 무엇보다 아픈 것을 싫어해서 구기 종목이나 특히 격투기는 몹시 두려워하였다. 한때 교정직 시험도 칠까 하여 호구까지 사다놓고 검도를 배운 적도 있었는데, 몇 달만에 그만두었다고 했다. 장모님 말씀에 따르면 키가 커서 호구 입혀놓으니 아닌게 아니라 썩 보기에는 좋았는데, 호구가 가려주지 못하는 곳을 죽도로 맞을 때마다 아파서 어쩔 줄을 몰랐다고 했다. 아내의 호구는 조만간 좋은 명문 도장에 기증할 거라고 곱게 싸여 방 한 켠 내 운동기구와 함께 먼지를 먹고 있는데, 그 때 얘기를 할 때마다 아내는 입을 비쭉인다. 내 머 솔직히 호구가 두툼하이 안 아플 줄 알았지러, 아이고, 나는 그래서 태권도도 싫습니데이, 호구 쓰고 발만 차도 무서울판에, 호구도 없이 주먹으로 턱 돌리까뿌고, 어으으.
그런 아내도 지금은 아이를 몇 시간씩 안기도 예사다. 아마 매일 조금씩 커가는 아이를 안다보니 그런 것이겠지만, 자연스럽게 힘이 길러져서 지금은 아내도 스스로 감탄할 정도로 아이를 잘 안는다. 처음에는 시어머니와 장모님께 늘 전화하며 물어보기도 예사더니, 요즘은 능히 아이 눈만 봐도 기저귀 갈 때, 밥 먹을 때, 재워야할 때, 씻겨야할 때를 안다. 내가 그 얘기를 했더니 어머니는 대수롭지 않게 웃으시며 야, 하늘이 다 그렇게 어미를 만드는 것이여, 아무나 어미가 되간, 다 자기 배 아파 낳응게 귀한 줄 알고, 귀한 줄 알고 자꼬 들여다봉게 또 잘 알게 되고 그런 거여, 니가 아무리 옆에서 잘 헌다고 해도 어미 따라가간디, 하시기에 그 말도 맞네잉, 그냥 웃고 말았다. 그리하여 아내는 내가 출근하여 없는 집 안에 혼자 아이를 보고 어르고 있을 터이다. 나는 어미로서의 아내의 시간을 잘 모른다. 평생 헤아리려 한다 해도 잘 알 수 없을 터이다. 다만 늘 가까이 가려 노력할 뿐이다. 그 것은 내가 천하제일의 고수가 될 수 없어도 태권도를 하는 것과 같고, 훌륭한 석학이나 작가가 되지 못해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과 같으며, 좋은 부모가 될까 늘 두렵고 걱정스러워도, 앞날은 믿음에 맏긴 채 아이를 낳고 기름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