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리사의 - 見利思義 가 아닌 犬利死義가 되어버렸다.
어느 의좋은 형제 이야기라고도 하고, 송나라 때 성리학의 기틀을 잡은 이정二程 - 정이 정호 형제의 이야기라더라 하는 설도 있으나, 실상은 독특한 이름으로도 유명했던 고려 말 이조년-이억년 형제의 이야기다. 노국공주와의 절절한 사랑으로 역사에 한 획을 그었고, 고려의 라스푸틴..(...)으로 불렸던 괴승 신돈도 일세를 풍미했던 고려 말 공민왕 시절, 이조년-이억년 형제는 과거를 보기 위해 수도 개경- 지금의 개성으로 향하고 있었다. 지금의 서울 강서구 가양동인 양천나루 쯤을 지날 때에 두 사람은 커다란 금덩어리를 하나씩 줍게 되었다. 조년, 억년뿐아니라 백년, 천년, 만년까지 다섯 형제가 하나같이 시재가 뛰어나고 똑똑했다지만, 대단한 호족도 아닌 시골 향리의 벌이로 다섯 형제를 더군다나 고등교육까지 시켰으니 예나 지금이나 가세가 힘들었을 터이다. 두 형제는 행여나 누가 볼세라 뺏을세라 입을 꾹 다물고 한강을 건너다 갑자기 동생 조년이 먼저 금을 휙 강에 던져버렸다. 주변 사람은 물론이요, 형인 억년도 대경실색했을 터이다. 훗날 이화에 월백하고- 라는 시조 다정가로도 유명세를 떨친 문향공 이조년의 대답이 후세에 길이 전해져온다. 형님, 이 금을 줍기 전까지는 저는 항시 형님을 존경하고 아끼는 마음만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이 금덩이가 생긴 순간, 형님이 없었더라면 이 두 덩이가 모두 내 것이었을 거라는 삿된 욕심만이 가득하니, 이따위 금덩이가 있어 무엇하겠습니까? 이에 형인 억년 역시 사내대장부인지라 즉시 금덩이를 버리고 다시 한번 우애를 다졌다고 하는데, 그 유명한 투금탄投金灘 의 고사다. 지금의 서울 강서구 가양동 구암공원이 그 자리이며, 아직까지 두 형제가 금을 버렸다고 전해지는 위치에 호수가 남아 있다고도 한다. (사집이나 문집에 의하면, 두 형제가 낙향할 당시의 이야기라고도 하는데, 조금씩 자료들이 달라서 이건 그러려니 해야겠다..^^;;)
일찍이 맹자께서는 공부자의 유학을 학문적으로 다시 가다듬으면서, 의義란 성性이 나아가야할 방향이라고 했다. 의 는 옳다는 뜻이니, 인간의 본성은 옳은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나아가야 된다고 보았던 것이다. 여기서 견리사의見利思義 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익을 보면 마땅히 옳은 일인지 먼저 따져보라는 뜻이다. 유학을 비판하기 위해 장자는 당대의 대도적이었던 도척의 예를 들어 거협 편에서, 도적에게도 나름의 의가 있다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지난 주 금요일, 나는 지난 직장의 동료들과 모처럼 강남으로 건너가 참치회와 술을 실컷 먹었다. 나는 이제 서울 남부와 경기도 북부 언저리에서 늘 먹던 것만 먹으며 처자식을 돌보면 만족하는, 촌스럽고 소심한 아저씨가 되어버렸기에, 오랜만에 나간 강남이 그렇게 복잡하고 정신없는 외국처럼 바뀌었을 줄 몰랐다. 원래도 복잡한 동네인줄은 알았으나, 크고 넓은 성곽같은 지하철 역에서부터 정말 외국인들도 많았고, 외국인처럼 생긴 내국인들도 많았다. 그 복잡한 동네에서 나는 옛 동료들을 기다리며 책을 읽다가, 술을 마셨고, 오랜만에 먹는 부드럽고 고소한 참치회에 화요 41도 세 병에 대취하여 올때는 살짝 기억을 놓친채로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내가 있었던 주변에서 그보다 좀 더 늦은 시간에, 한 여인이 납치당하여 살해당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불과 며칠 전의 일이었고, 이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었으며, 내 또래의 사내들 세 명이 빚에 시달려 실제 돈도 아닌 가상화폐 50억원어치를 노리고 한 사람의 목숨을 단칼에 빼앗았다. 나는 쓸데없는 고민에 오래 시달려 또 술을 마시려다 아내에게 혼났다.
성종대왕께서는, 제 자리를 노리는 역적 괴수와 친히 며칠 동안 함께 드시고 주무시며, 왕 노릇을 시켜보셨다고 했다. 그 대범함에 기가 질린 역적 괴수가 다시금 제 목을 베어달라 청하자, 대왕께서는 내 이미 너를 베지 않기로 마음먹었거늘, 어찌하여 스스로 겁내어 목을 베어달라 하느냐, 내 보기에 너는 왕 노릇은커녕 한 가정을 일구기에 벅찬 이이다, 다시는 분수에 넘치는 야망을 품지 말라, 며 그를 고이 고향에 보냈다고 하셨다. 스스로 헤아릴 수 없고, 다룰 수 없는 돈은, 사람을 넘어지게 하고, 망가지게 한다. 한 사람의 목숨을 빼앗기에 가상화폐 50억원은 참으로 싸구려 값이라 슬프고 처절하다.
그러므로 견리사의犬利死義 의 세상이 되었다. 이득을 보면 옳은 것인가 따져보기는커녕, 개처럼 이익을 쫓느라 옳음은 이미 죽어버렸다. 돈은 있다가도 없으며, 없다가도 있다고 여유부리거나 허세부릴 시대가 아님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마땅히 제 분수를 지키고 사는 것이, 남자로서의 의기다. 멀쩡한 남자로 태어나서, 입신양명하기는커녕, 제 가정 하나 올바로 건사도 못하고, 멀쩡한 사람 하나를 죽였다. 설사 그녀가 허세가 심하고, 투자를 실패했다고 해도 그렇다. 무엇이든 때리고 치고 빼앗고 누르고 짓밟고 죽이는 세상이 당연하게 된 듯하여 무섭다. 너는 정말로 무섭다고 했다. 너는 정말로 무서워서, 가끔 마스크 바깥으로 드러나는 아내의 얼굴이나, 이제 이목구비가 잡혀가는 내 딸의 모습도 혹시나 뉜가 알아볼까봐 사진을 많이 올리지 말라고 한다. 그 마음이 이해되어 가슴 아프다. 이런 세상에 나는 가끔 내 아이를 어찌 가르쳐야할지 알 수 없다. 안타깝게 돌아가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