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근원(3) - 운동, 질료, 혹은 원자
마치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절름발이 대장장이 헤파이스토스를 연상시키는듯한 헤라클레이토스는 불이야말로 세상의 근원이라고 했다. 그는 끝없는 운동이야말로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라고 보았는데, 다툼은 곧 운동의 본질이었고, 무언가를 태우며 살아 있는 불이야말로 가장 적격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그는 세상은 살아 있는 하나의 거대한 불과 같다고까지 단언하였다. 반면 마치 그리스의 후기 비트겐슈타인이라고도 할만한 파르메니데스는 반면 운동과 변화만이 전부라고 말하는 헤라클레이토스를 경계하였다. 그는 언어학적 논리로 집요하게 헤라클레이토스를 공박하였는데, 영어로 치자면 is 와도 같은 '이다' 가 곧 '되다' 와도 같은 변화의 표현임을 강조했다. 즉, 얼음이 차갑다는, 이미 차가운 얼음이 차가운 성질로 변화한다는 뜻이요, 뜨거운 물이 식었다, 는 뜨거웠던 물이 그 성질을 잃어버렸다는 뜻을 내포한다. 이미 차가운 얼음이 또 차갑다는 말을 할 필요도 없고, 뜨거운 성질을 지녔던 물이 뜨겁지 않다 라는 설명과는 상충하니, 그는 운동에 모순이 있다고 보있고, 따라서 세상은 하나의 거대한 정지된 실체여야만 된다고 생각했다. 파르메니데스의 이론은 분명 많은 한계가 있었지만, 그는 추상적 사유를 통해 형이상학적 사고 방식을 여는 기틀을 마련했다. 물론 아낙사고라스처럼 세상은 형이하학적 사고방식으로 파악해야한다고 주장한 이도 있었다. 그는 뿔 하나만 달린 양을 직접 해부하여, 나머지 뿔 하나가 미처 자라지 못한 상태로 머리 안에 박혀 있음을 증명하기도 했고, 태양은 신이 아니라 크고 뜨거운 구체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여 그 유명한 도편추방제의 투표로 쫓겨나기까지 해야 했다.
반면 운동의 원인에 질료를 더해, 재료와 원인을 함께 구상하고자 하는 이도 있었으니, 그가 바로 엠페도클레스다. 엠페도클레스는 마치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설과도 같이, 흙, 물, 불, 공기가 세상의 전부를 이루는데, 4원소의 비율에 따라 여러 물질들로 변하며, 4원소가 서로 사랑하여 조화되면 훨씬 높은 완성도를 지니고, 불화하여 제대로 어우러지지 못하게 되면 저급한 물질이나 생명체가 된다고 말하였다. 마치 하늘의 리理가 완벽히 재현되면 인간이 되고, 그렇지 못하면 동물이 된다는 조선 중기의 호락논쟁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데모크리토스를 비롯한 고대 원자론자들은 더이상 쪼갤 수 없는 원자들이 운동하여 모이고 충돌하고 흩어지며 세상을 구성한다고 말했으나 아낙사고라스나 파르메니데스 같은 이들은 그러한 운동의 원인과 규칙, 그리고 운동할 공간과 거리는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집요하게 공박하기도 했다고 한다.
요 며칠 간 계속 읽으며 내가 대략이라도 이해한건 대충 여기까지...;; 새삼 이럴 때마다 내가 학교 다닐때 공부를 왜 포기했는지 다시 한번 사무치게 알게 된다.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