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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er병문 Aug 25. 2024

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오늘의 면식수햏(4) - 포항 ㅅ 칼국수, 포항 ㅆ 중국집


1. 포항 ㅅ 칼국수.


사위 사랑 처가라 하므로, 비록 어머님은 일찍 떠나셨지만 아버님과 처남 형님은 하여간 사위ㅡ매제가 오면 뭐든 잘해주시려 애쓰신다. 저번 베트남 출장 때는 로얄 샬루트를 사오셨고, 그전 몽골 여행 때는 보드까를 사다주셨고, 이번에 일본 다녀오셔서는 짐 빔을 사다주셨다. (우리 매제 술 억쑤로 좋아한다!^^;) 이번에도 애 데리고 차 갈아타 오느라 고생했다며 죽도시장 안, 유명한 소머리국밥 집이 있다며 데려다주셨는데, 저번에는 쉬는 날, 이번에는 또 휴식시간이 걸려 문앞에서 걸음을 돌려야했다. 아아, 백종원 씨가 극찬했다는 소머리국밥에 참소주 한잔으로 피로를 날리려던 내 계획이… ㅜㅜ 아내는 낮부터 술묵는거 안봐도 되겠꾸나! 하는 표정이었으나 3일전부터 포항 할아버지, 삼촌 본다고 춤추고, 아침도 대충 먹는둥 마는둥 기차탄다고 서둘렀던 소은이, 그 앞에서 배를 움켜잡고 소은이 배고픈데… 이러니 모두가 마음이 급해졌다. 진짜 말 그대로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전국에서 손꼽히는 크기의 죽도시장에서 우리 다섯식구 밥 한 끼 먹을 곳이 마땅치 않았으니, 그 이유는 어느 지나가던 상인께서 명쾌히 풀어주셨다. 시장 사람들 일찍 밥해주고 지금은 다 쉴 시간이라, 주말엔 이시간에 다 안합니데이, 저쪽으로나 함 가보이소, 어르신의 손끝 골목에는 꼭 분식집처럼 생긴 국수집이 하나 있었다. 주변에 밥집들이 다 쉬어 그런가, 점심을 한참 넘긴 때인데도 사람이 제법 있었다. 우리는 잔치국수와 콩국수, 김밥 두 줄을 주문했다.



결론 :면발과 김밥이 다 하는 집입니다.

육수가 아주 맛있단 생각은 안 들었어요. 잔치국수 육수는 연했지만 무난했고, 콩국물도 고소하고 시원했지만, 아주 뻑뻑하게 진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국수치곤 늦게 나오더라니, 면을 직접 수타로 치셨나? 싶을 정도로 면이 엄청 좋았습니다. 소면이었지만 중면 못지 않게 탱글탱글하구요, 무엇보다 잘 불지 않더군요. 저는 보통 소은이가 먹다 남기는 음식을 마저 먹는 경우가 있는데, 소은이가 꽤 오래 방치한 잔치국수를 후루룩 먹었는데도 국수가 전혀 불지 않아서 신기했어요. 가수율이 높은 면이었을까요? 자, 그렇다면 문제, 면이라면 가리지 않고 덤비는 국수대장 전소은이 웬일로 국수를 다 남겼을까요? 실제로 국수 불도록 방치한 적이 있는 민물장어라도 나왔을까요?



정답은 이 집, 김밥도 잘합니다. 소은이야 처음에는 배도 고팠겠다, 긴 국수를 끊지도 않고 훌훌 빨아먹다, 조그마한 접시에 동그마니 딱 열개 나온 김밥을 봤겠죠. 김밥 속은, 당근, 시금치, 어묵, 단무지, 맛살 등이었고, 겉에 참기름을 살짝 발랐을 뿐인데, 고소한 향에 비리지도 않고, 거북함없이 입안에 아주 딱 떨어지는 깔끔한 맛이더라구요. 김밥 한 입 맛본 소은이는 입안이 터지도록 김밥을 양손으로 가득 우걱우걱… 혹시나 체하거나 목막힐까봐 잔치국수 육수만 떠먹였지요. 그래도 이미 작은 그릇으로 국수 두그릇에 김밥 두 줄을 저 혼자 다 먹었으니, 웬만한 여학생 한 끼는 먹은 셈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국수 맛집을 발견했어요. 다음에는 죽도시장 구경와서 느긋하게 즐기고 싶더군요. 비빔국수도 맛있을테죠? 참고로 술은 안 팝니다. (시무룩) 하지만 시원한 보리차가 있어요!



2. 포항 ㅆ 중국집.


좋은 시간은 빨리 간다. 토요일 짐 풀고 점심 먹고 잠시 노닥거리다 보면 저녁시간. 모처럼 형님과 술 마시며 얘기하다 보면 잘 시간. (아! 낮에는 조카 놀아주시고, 밤에는 마흔살 매제 놀아주시는 고마운 우리 처남.형님.ㅜ) 아침에 애 보며 어른 식사챙겨드리고, 교대로 씻고, 애 씻기고, 교회 갔다오면 벌써 출발시간이 아른아른하다. 제아무리 세상이 좋아 세네시간이면 안양과 포항을 왔다갔다 해도 아이한테는 아직 피곤하고 끼니 챙기기도 어려울 때다. 그러므로 이럴때는 그냥 좀 더.교대로 쉬고, 형님이.간단하게 무얼 주문하시는 편이다. 아직 총각인 우리 형님.. 어머님 가신뒤로 배달음식이 부쩍 느셨다. ㅜㅜㅜ



결론 : 짜장면은 그럭저럭, 탕수육을 잘해요!

짜장면 뒷맛에 알싸한 향이 났는데 아마 후추가 들어갔을 겁니다. 김윤석, 유해진 두 명배우가 열연한 극비수사에서 경상도 형사들이 서울에서 짜장면을 시켰다가 왜 계란 후라이를 안 주냐며 화를 내는 장면이 있는데, 아닌게 아니라 이 집도 자그마한 달걀부침이 앙증맞게 올라와있더군요. 그때문에 후추가 섞인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이 후추향은 생각보다 면을 씹을때마다 계속 올라왔어요. 약간 거슬리긴 하더군요. 소은이도 평소 짜장면, 짜파게티는 무조건 덤비지만 교회 점심 국수를 이미 배터지게 먹은데다, 후추향.때문인지 깨작깨

작 이번 짜장면은 좀.먹다 말았습니다. 어제의 국수와 달리 이 짜장면은 금방 불었습니다.


형님이 탕수육을 잘한다 한 집답게 탕수육 잘 튀겨서, 노릇노릇 바삭하구요, 소스도 지나치게 달지 않은데, 당근, 파인애플, 오이, 심지어 바나나와 버섯까지 넣고 졸여 새콤달콤 맛에 깊이가 있습니다. 탕수육은 확실히 절품이었고, 후식으로 함께 튀겨 넣어준 추억의 팥도나쓰ㅡ 중국어로 훙다오삥 紅豆餅 정도 될까요? ㅡ 도 달콤바삭 맛있었지만, 하필 지난주 아내의 직장 앞 ㅎ 중국집 짜장면이 너무 추억 속 그 맛이라… 다소 아쉽네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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