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F 1178, 9일차 ㅡ 보 맞서기 및 발차기, 그리고 헤비백
어제 오랜만에 마신 소주는 쓰고 옅어 밍밍하였고, 아무 향도 없이 쓸데없이 몸에 오래 머물렀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이미 내 몸엔 몇 병 마시지도 아니한 술기운과 하다만 말들이 비벼져 남아 있었다. 아침 일을 보고, 고친 청소기를 끌려온 노병마냥 총처럼 세워들고 도장에 갔다. 그냥 쉬고픈 마음이 없지 않았으나 도장에서 마음놓고 연습할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아 헤비백을 오래 쳤다. 그동안 발차기 연습에 몰두했더니, 발바닥이 붓고, 발톱이 부러지고, 양 무릎과 종아리가 아프고 하체가 무거웠다. 그래도 반쪽 날아간 오른쪽 새끼발톱이 얼추 아물어서 디딜때 덜 불편하였다. 나는 주먹과 발을 번갈아 연습했다. 땀이 금방 솟아 튀었다.
보 맞서기 삼십개 연습 후 발차기 집중연습을 했다. 특히 뒤돌아옆차찌르기 나 반대돌려차기 할때 시선을 떨어뜨리지 말 것. 타격 직전에 속도를 가장 빨리 낼 것. 사현님은, 사범님이실때부터 나의 중심이 돌아가는 발차기들에 대해 연결성이 많이 좋아졌지만, 너무 느리고 지나치게 오래 끌어 타격이 터지는 정점이 없다셨다. 조준이 좋지 못해 헤비백이나 나뭇가지 타격대에 연습하지 않고 늘 허공에 휘두르는 내 발차기는 아직 허우적대는 수준이었다.
부족한 발차기를 메우려고 근거리에서 오래 연습한 주먹을 휘두를때 나는 권투하던 시절처럼 몸을 말아 옹송그리고 자세를 낮춰 주먹만 한껏 올려 치고받는데, 안그래도 키가 작은데다 머리까지 낮춰주니, 상대는 내 머리를 걷어차기 좋을 조건이었다. 수없는 권투 경험의 선수들이 맞서기에서 발차기를 잘못 맞고 그대로 쓰러지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그러므로 나는 늘 대각선으로 빠지거나 둥글게 주변으로 돌며 치고 빠지는 연습을 해야했다. 언제나 온몸이 부산스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