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짧은 끄적임)

짧은 가을 지고 겨울이 오는구나

by Aner병문

열자가 젊은 날 은거기인 호자(항아리 호 자를 써서 그런지 채지충 화백 만화에서는 호리병을 머리에 매고 나온다. 찾아보니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지에서도 스승을 호자khoja 라 한단다. 단군동전이 다 안 있나 하여간 신기한 나라..환단고ㄱ..읍읍) 를 스승으로 모셨을 때, 장을 보러 저자로 나갔다 용하기로 유명한 무당 계함을 보았다. 앉은자리에서 사람의 생사고락 길흉화복을 다 맞히는 신기를 본 열자는 놀라서 돌아와 스승에게 말했다. 세상에 스승의 도가 제일이라 여겼는데, 스승님을 뛰어넘는 이가 있더이다. 호자는 껄껄 웃으며, 내 아직 너에게 도의 겉조차도 다 일러주지 못했는데 네가 무엇을 알아 그를 나보다 높이 두느냐, 계함을 데려오면 내 친히 그를 다뤄보겠다. 열자 황제 편에 전하는 호자의 장난은 직접 확인하시도록 하자. 여튼 제 무슨 무당파 장삼봉이나 명교 장무기라고, 계함이 점을 칠때마다 일부러 기를 막아 죽을 사람처럼 보이는가 하면, 발뒷꿈치에서 생기가 솟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갖가지 변화를 다 보였으니 호자의 도술이 대단하긴 했던 모양이다. 어제는 죽을거라 예견한 이가 갑자기 살아나며 온갖 이술을 부리니 계함의 낭패함이 말할 수 없어 결국 호자의 관상을 봐줄수 없노라 줄행랑을 치고 말았다. 이 이후부터 장자와 열자가 전하는 이야기가 많이 갈리기는 하는데, 일단 열자가 호자를 섬기기를 그만두고 집에 돌아와 농사를 짓고 자연에 순응하며 은거한 것은 사실이나, 호자의 도술이 너무 대단해 자신은 평생 그같은 경지에 이르지 못할까 실망했다는 의견이 하나요, 다른 하나는 그처럼 뛰어난 도술을 가진 이들이 기껏해야 저잣거리에서 관상을 봐주거나 그런 무당을 희롱하는데에 그치니, 그까짓거 배워봐야 쌀이나 한 톨 생기겠나 싶어 속세의 평범한 삶으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은 장자가 전하는, 도룡검법으로 용을 베려 하세월하는 검객 주팽만의 이야기나, 동전 두 닢이면 사공이 배를 태워 강을 건네줄텐데 물 위를 걷는 헛된 도술을 익히느라 현실을 잊는 젊은이들을 꾸짖는 부처님의 일화에도 맞닿는다.(예..예수님?) 비록 열자는 이 이야기와는 또 다르게 궁술의 명인이기도 한 백혼무인에게 도술을 배워 바람을 타고 금의환향하였다고도 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는 허망한 꿈 좇기를 그만두고 밭 갈고 글 읽는 촌부 열자가 더 좋다.




낮까지는 확 덥더니 저녁에는 확 추워져 늦은 퇴근길 옷깃을 여미게 했다. 과학자들은 이 천변만화하는 계절의 원리와 비밀을 밝혀 그를 다루려 애쓰지만, 나는 모르면 모르는대로 순응하며 사는 삶도 소박하고 즐겁지 않나 생각한다. 무엇이든 다 파헤치고 제 손아귀에 틀어쥐고 나면, 남은 삶은 무엇하며 살 것인가. 겨울 부르는 짧은 가을바람 맞으며 괜히 쓸데없는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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