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음식감평)

오늘의 면식수햏(18) ㅡ 서초 ㅂ. 편의점 ㅁ 라멘

by Aner병문

1. 서초 ㅂ


제 자식 고생시키고픈 부모가 누가 있으랴. 나와 아내는 서로 관심 분야도 다르고, 공부한 길도 다르지만, 아이가 제 삶 건사할 길이 무엇인지 찾아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에는 불타오르고 있다. 예술도 그 중 한 가지인데, 공부야 아내와 내가 모두 각자 이과와 문과에 나름대로 십년 이상 정규교육은 받았으니 갈 방향 정하거든 기초라도 닦아주면 될터이고, 무공이야 이 아비가 병기 빼고 맨손발로 무엇이든 이십년 넘게 해왔으니 손수 가르치거나 좋은 스승님 물색해주기도 어렵잖으며, 최근에는 아내도 직장 근처에서 일주일에 한두번 가볍게 운동삼아 웬 합기도 사범님께 무공을 배우기 시작했으니 구기 종목만 아니라면 어찌 될 터인데, 예술만은 아이의 감성이 어느 방향으로 뻗어나갈지 아직 알수 없으니 아내도 나도 일단은 예술을 겪을 기회를 많이 주고 잇다. 예술은 과연 부르쥬아 계급의 학식으로부터 기반하는가, 아니면 모두가 타고나는 감성으로부터 젖어나오는가? 아직은 알수 없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제 자식 고생시키고픈 부모가 뉘 있으랴. 모두가 평등해야 한다며 계급 이동의 사다리를 걷어차는데 앞장섰던 전직 미남 법무장관께서도, 제 자식 출세에만 여념이 없었다. 물론 치떨리고 야비하지만 '나도 내 자식의 출세 앞에서는 한낱 아비일 뿐이었다' 는 발언 자체는 솔직히 솔직하고, 진실로 진실하다 느꼈다. 여하튼 나는 영화, 연극, 미술, 음악 등을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편인데, 아내는 예술이 고루하고 지루하다 느끼다 최근에야 뮤지칼에 아주 폭 빠져서 국악 양악 가리지 않고 악극, 뮤지칼 등 다양히 예약해주고 있다.



국립국악원은 아내가 그 중 발굴해낸 기관이다. 몇 번 쓴적이 있지만, 최근 국악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이기 위함인지 아주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공연 및 전시들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손쉽게 국악을 접할 수 있다. 여기서 길게 이야기할 내용은 아니지만, 예술은 분명히 속세를 지워내고 또다른 세계을 열어주는 계기가 된다. 소은이는 처음에는 약간 시큰둥하다가, 요즘에는 출근하는 아비없이 제 어미와 둘만 갔던 도깨비 국극이며, 여러 국악 공연들을 보고 하여간 신나하였다.


그러나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어찌 조상의 얼과 흥을 본 뒤 그냥 밋밋하게 집에 들어가 집밥을 먹을쏘냐. 게다가 국립국악원이 있는 곳이 어디인가? 한국의 부유층들이 모여 있는 강남 근처 예술의 전당 코 앞이다. 냉면 자체가 원래 양반들이 뱃속 기름기 한번 쑤욱 훑어내리고자 먹었던 음식이라는데, 그렇다면 이 곳에 맛있는 냉면 한 그릇 있을법도 당연하지 않은가.



결론 : 솔직히 냉면보다는 만두국이 제일이었습니다.


검색을 하니 어렵잖게 찾은 곳입니다. 유유자적 커피와 미식을 즐기는, 누가 봐도 부유하고 여유로워보이는(너무 선입견인가요^^;;) 사람들을 지났는데... 지나가지지가 않더군요. 응? 알고보니 상당히 많은 숫자가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었어요. 분명히 다섯시부터 문을 연다고 해서 한 이십여분 정도 앞서 가면 되겠지 생각했던 우리 부부가 어리석었네요. 여러 방송에 나왔던 곳인만큼, 그리 크거나 넓어뵈지 않는 가게 바로 앞에 이미 많은 분들이 줄을 서고 있었습니다. 가게 겉보기에 비해 사람들이 너무 많은거 같아서, 설마, 이 많은 사람들이 들어갈수가 있는걸까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가게 바로 옆 지하 쪽에도 공간이 있긴 있더군요. 물론 창문이 달린 1층처럼 푸근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저는 사실 기왕 어쩔수없이 기다려서 먹어야할 집이라면, 창문이 없는 쪽을 선호합니다. 딱! 한번, 창문이 있는 곳에서 밥 먹었다가, 창문에 다닥다닥 붙어서 누가 나가나 지켜만 보고 있는 사람들 눈빛을 정면으로 받는 그 기분은... 어휴, 지금도 생각하고 싶지 않네요. 아내도 나도, 엄청나게 맛의 차이가 있는게 아니라면, 즉, 100점짜리 기다려야 하는 집보다는 95점이나 90점짜리 기다리지도 않아도 되는 집을 선호합니다. 맛이란, 품격과 여유도 함께 보장되어야 하는 법이니까요.



여하튼 지하 공간 덕분에 예상보다는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고 앉을 수 있었습니다. 지하 공간이라고 해서 아주 넓진 않습니다. 모두 앉는 자리구요. 식탁과 식탁 사이도 좁아서 결국 옆자리 이야기 소리도 다 들리고, 아이 접시, 포크, 숟가락, 앞치마, 물수건 등 챙기려면 이래저래 왔다갔다 하기에도 불편합니다. 이쯤 되면 대단한 맛집이 확실하다는 생각, 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확실히 그랬습니다. 오징어순대? 솔직히 동그랑땡 반죽에 오징어랑 달걀물 좀 더 많이 넣은거 아닌가? 하는 생각했습니다. 명태회? 이미 여러 분들이 먼저 댓글 달아주셨듯이 너무 달았어요. 냉면? 육수도 살짝 밍밍했고, 육향도 많이 나지 않았으며, 양념은 달고 열무는 풋내가 났어요. 면발도 굵은 중면이었는데 탱글하지도, 부드럽지도 않아서 예상밖이었지요.



그럼 이 집은 왜 그렇게 사람들을 줄을 섰냐구요? 만둡니다. 만두예요. 일찌기 '심야식당' 의 아베 야로 화백은 치쿠와부 편에서 '어묵 국물에 완전히 녹아버리지 않고, 심지가 약간 단단하게 남아 있는, 치쿠와부의 아이덴티티가 남아 있는게 매력이다.' 라는 대사를 쓴 적이 있는데요, 치쿠와부를 먹어본 적은 없지만, 국물에 건더기를 오래 넣고 삶거나 끓이면 그 맛이 국물에 녹아들어 변하는 건 당연하겠지요. 그래서 물에 빠진 고기는 드시지 않는다는 분들도 계시구요. 하지만 이 집 만두국은! 정말 다릅니다! 뭘 어떻게 하셨는지 모르겠는데, 만두국물이 사진에서 보다시피 아주 맑은데도 육향이 냉면보다 훨씬 강하고 구수해요. 다른 육수일까요? 게다가 만두피가 국물에 전혀 불지 않고 아주 쫀득하구 찰지구요, 숙주나물과 다진 고기, 채소를 잔뜩 넣은 이북식 만두가 국물에 전혀 닿지 않은채 찐만두 본연의 포슬포슬함을 자랑합니다. 이미 국물에 푹 불어서 피가 흐물텅하게 변해버린 일반 만두국와는 전혀 달라요! 만두피에 분명히 비밀이 있겠지요?



만두국을 드시는 분들이 압도적이었구요, 여러 사람 모이신 자리에는 만두전골이 하나씩은 끓고 있었어요. 냉면을 주문한 식탁은, 적어도 그 날 지하 공간에서는 우리 부부 비롯하여 몇 되지 않았습니다. 소은이야 냉면 정말 맛있게 먹긴 했는데, 국립국악원은 앞으로도 자주 갈 계획이니, 앞으로 전 이 식당을 다시 찾는다면 반드시 만두를 먹을겁니다! (불끈)






2. 편의점 ㅁ 라멘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도시락 싸들고 다닌지도 얼추 서너달 되었다. 2월 아직 추울때에도 나라에서 걱정해준 내 몸, 친히 날아온 대사증후군 전 단계라고 조심하라고 날아온 용지는 지금 생각해도, 세상말로 대쇼크, 개쇼크였다. 도장 가면 하루 2시간 정도 훈련, 도장에 가지 못하더라도 옥상이나 늦밤, 혹은 이른 새벽에 거실에서 중량 기구를 이용한 체력 훈련 및 낱기술 훈련을 적어도 1시간~1시간 30분 정도 늘 거르지 않는데, 혈압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허리둘레도 그렇다 치더라도, 지방과 혈당이..아슬아슬하다고? 살을 좀 덜어내고 나서야 비로소 맘 편하게 맥주를 마실 수 있었던 어느 날, 너는 피식 웃으면서 '도대체 남자들이란, 왜 그렇게 자기 몸을, 건강을 과신하는거야? 전 선생님, 몸 아껴쓰세요. 젊지 않으세요. 그러다 뭔 일 생겨봐, 언니랑 소은이는 어떻게 해?' 하면서 웃음과 달리 호되게 꾸짖어주었다. 나는 설마설마 하면서도, 아내와 어머니의 말씀을 받아들여 그 날부터 당장 혼자 마시는 술을 확실하게 없애고, 무심코 입에 가져가던 군것질도 끊고, 주중에는 외식도 없이, 오로지 아침 집밥을 반드시 챙겨먹고, 집 반찬으로 도시락을 쌌다. 얼마 안 있어 여동생이 본격적으로 결혼 준비를 위한(^^;;) 감량에 들어가며 어머니께서 주먹밥을 싸주시는 김에 내 주먹밥도 싸주신다고 하므로, 한결 손이 편해졌다. 요컨대 동생이 일을 나가지 않는 휴일이면 어머니도 주먹밥을 싸주지 않으시므로, 그때만 내 도시락을 싸면 되었다. 어머니께서 주먹밥을 싸주시면, 그냥 비닐봉지에 있는 주먹밥을 한데 뭉쳐 햄버거 먹듯, 물 마셔가며 와구와구 먹으면 십분이면 식사 끝이었다. 나머지 시간은 느긋하게 화장실 써도, 삼십여분 정도 남아서, 혈당 떨어뜨릴 겸 바로 사무실 주변은 한 이십분 정도, 껌씹으며 걸었다. 그 외에는 정말 달라진게 없었다. 훈련량도 거의 그대로였고, 다만 틀 위주에서 좀 더 신체 기능과 맞서기 위주로 바꿨을 따름이었다. 그렇게 넉 달 정도 해서 현재는 74킬로에서 65킬로까지 뺐다. 2주만에 8킬로 빼고, 또 체급 맞춰 10킬로씩 찌웠던 젊었을때에 비하면 현저하게 느린 속도다. 보통 계산해보니 하루에 빨라봐야 800그램 정도 빼는데다, 주말에는 아무래도 처자식과 함께 외식을 하거나, 약속이 잡히는 경우가 있으므로, 젊었을때와 같은 신진대사로 감량할순 없었다. 아내는 젊었을때 내가 체급에 맞춰 너무 빠르게 찌고 빼운 것 또한 몸에 큰 부담을 주었을 것이라며, 천천히 빼라고 항시 권고했었다. 어쨌든 운동량은 거의 변하지 않고, 오로지 식단을 바꿔 살을 덜어내었으므로, 더이상 훈련만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져, 나는 나의 태권도를 위해서라도 평소에는 잡스러운 음식을 거의 먹지 않았다. 그러므로 혀도 깨끗해져서 좋았다.



다만 라면만큼은 가끔 어쩔수 없었는데(^^;;) 특히 비 오는 날이나, 갑자기 써늘한 날에는, 그저 물에다가 먹는 주먹밥이 그렇게 처량맞게 느껴졌다. 그래서 아주 작은 육개장이나 김치 큰사발이라도 하나씩 곁들여다 가끔 먹는 날이 있다. 그 정도는 먹어도 크게 몸에 부담이 되지 않아 작은 즐거움으로 삼기로 햇는데, 그 중에서 아주 가끔 사치를 부리는 날은,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라멘이 편의점 컵라멘 식으로 나왔을 때다. 지금까지 편의점 라멘에 얼마나 많이 속아(?) 왔던가. 그래도 한번쯤은 반드시 먹어본다. 왜냐하면, 라면과 라멘은,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아무리 편의점 식으로 나왔어도 한번은 손이 간다.



결론 : 지금껏 먹어본 편의점 라멘 중에는, 가장 라멘에 가까웠습니다. 다른 유튜버들 의견에 저도 동의합니다.


일단 분말스프라는게 차라리 마음에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식당에서 먹는맛!' '일본으로 가지 않아도 되는 맛!' 하면서 자꾸 이것저것 넣어 먹게 하고, 무엇보다 기름 질질 흐르는 그 고형스프! 그거 짜내기 정말 곤혹스럽고 고역입니다. 제대로 짜자니 젓가락 너머 손끝까지 다 묻어 미끄럽고, 대충 짜자니 수프가 모자라 밍밍할 듯하고 말이죠. 어차피 편의점 라멘에 큰 기대없이 맘 편하게 분말스프가 훨씬 낫죠. 짜파게티마냥 향미유가 따로 하나 있습니다. 어차피 먹는거, 도시락도 차가우니(보통 사실 라면 따로 하나 곁들이는 날은, 내가 스스로 도시락 쌌을때 일입니다. 집반찬에 잡곡밥으로 싸니 냉장고에서 차갑게 식거든요. 라면 국물이라도 하나 있으면 좋지요.) 전자레인지에 돌려보았습니다. 사실 저는 이른바 '꼬들파' 라, 전자레인지처럼 라면이 푹 익어드는 방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살짝 딱딱할지언정, 뜨거운 물 부어서 뚜껑 덮어 먹는 편을 좀더 선호하지만, 이 날은 부드러울지라도 양념이 쫘악 배인 면을 먹고 싶었나봅니다.



마스터 시바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게임도 잘 모릅니다. 소용돌이 모양 인스탄트 어묵 대신 강아지 얼굴 그려져 있다고 큰 감흥은 없었습니다. 다만 국물에는 확실한 감흥이 있었는데요. 물론 편의점 컵라면 특유의 가벼운 맛은 가릴 수 없습니다만, 적어도 '진짜 라멘' 맛을 구현하려고 노력한 티는 납니다. 저는 음식 전문가도, 전문 유튜버도 아니니까 기껏 한끼에 재료가 뭐뭐 들어갔나 컵라면 봉지까지 세세히 보진 않습니다만, 제 혀로는 꽤 그럴듯하게 느껴졌어요. 전자레인지로 돌렸기 때문인가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어쨌든 면은 비교적 빨리 불었지만, 국물은 구수해서 꽤 만족했던 컵라면입니다. 그러나 역시 가격 때문에 두 번 먹을 것 같진 않네요. 육개장 큰사발과 김치 큰사발, 왕뚜껑, 3종류면 컵라면은 충분하다고 느끼는 1인입니다. 어쩌다 물리면 튀김우동, 사리곰탕면 한번씩 가구요. 낄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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