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공연감평)

소은이와 함께 하는 공연감평

by Aner병문

1. 넘버블락스(약간의 미리니름이 있습니다.)




요즘 애들치고 유튜브 안 보는 애들이 있던가. 그러므로 영국의 유명한 아동 애니메이숀 넘버블락스는 아주 예전부터 알았으며, 그 기발한 생각에도 감탄했었다. 블럭들이 갯수에 맞춰 1, 2, 3이 되어 인간처럼 놀고 재롱피우는 것이야 그렇다치더라도 그 블락들은 결국 갯수에 따라 직육면체나 정육면체, 혹은 기타 다양한 다면체가 될수밖에 없었는데, 그 숫자들이 모두 블락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한두개가 빠지면 더 적은 숫자가 되기도 하고, 또 직육면체가 자연스럽게 가로 세로로 방향을 전환해서 다른 인격을 얻는다거나 하는 점도 무척 신기했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느지, 참 잘만든 애니메이숀이구나 생각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부부끼리 함께 베르테르를 본 뒤로 아내가 적극적으로 뮤지칼에 관심을 가졌다 이야기는 한 바 있다. 평일 휴무일때 아이와 둘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왔다가 국립극장 용에서 넘버블락스 뮤지칼을 한다는 것을 보고 아내에게 알렸더니, 아내는 바쁜 일상 중에도 그를 잊지 않고 있다가 때맞춰 표를 예약했다. 해외 애니메이숀의 판권을 정식 수입하여 한국에서 새롭게 꾸민 뮤지칼이었는데, 한국어로 말하고 노래함에도 불구하고, 어딜 보나 귀티부티 나보이는 어린 영어 유치원, 영어 학원, 기타 학부모님들이 길게 줄을 섰다.




앞서 말했듯이 넘버블락스의 백미는 여러 블락 조합들이 합쳐져서 숫자를 셀 뿐 아니라, 덧셈뺼셈까지도 직관적으로 인지시키는데 있다. 그런데 뮤지칼 무대에서는 어떻게 연출할수 있을까? 게다가 숫자도 좀 많은가? 숫자 몇까지가 주연급으로 통할까? 서사는 어떻게 풀어나갈까? 하는 궁금함이 있었다. 아직 안 보신 분들을 위해 모든 내용들을 다 이 곳에 올릴수는 없으니, 간략하게만 이야기를 풀자면 다음과 같다.



ㅡ. 숫자 1이 2,3,4 등의 친구들을 만나며 숫자들의 '전설' 인 100 을 보러 가는 이야기다.

ㅡ. 1부터 10까지가 주조연인데, 숫자 소개의 순서와 분량을 잘 조절하여 크게 늘어지지 않고 재미났다. (예상치 못한 숨겨진 숫자도 있다!)

ㅡ. 흔히 넘버스Numbers 라고 불리는 극중 노래 및 연출이 어딘지 모르게 확실히 해외스러운 느낌이 많이 난다. 약간 과장해서 브로드웨어 느낌??

ㅡ. 아이들용 뮤지칼 치고는 1시간 30분짜리로 시간이 긴 편인데, 연출이 화려하고 무대 종료 후 관객과의 인사 시간도 제법 긴 편.


넘버블락스 어른들이 봐도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아내도 만족했구요. 무대의 시설을 이용한 연출이 제법 오밀조밀하고 화려해서 보는 재미도 넘칩니다.




2. 국립국악원 악극 - 나는 기와입니다.



기와는 더이상 우리 삶에 흔하게 볼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나 같은 경우에도 한옥 보러 가거나, 혹은 태권도 격파 연습할때나 볼 수 있는 물건이 되어버렸다. 하물며 한글과 영어도 유튜브로 배우는 아이들 세대에 기와라니, 물론 옛 글과 이야기를 누구보다 좋아하는 나지만, 아무리 그래도 소은이가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다. 사실 아내와 나는 살짝 지루한 감이 있었는데, 소은이는 국립국악원의 악극 중 부래산 이야기가 제일 재밌었다고 했다. 울산바위 이야기로 대표되는, 남쪽 지방의 산이나 바위 등이 금강산 일만이천봉에 합류하기 위해 올라가다 중간에 쉬는 바람에 타지에 붙박이게 되었으며, 원래 산이나 바위가 있던 지역의 수령이 타지에 터잡은 바위나 산의 생산물을 수탈해거나 세금을 강탈해가는 이야기는, 알고보니 특히 산이 많은 강원도 지역에서 종류만 다를 뿐, 비슷한 맥락의 서사가 이미 많았다. 이야기가 이야기다보니, 젊은 악극단원들이 감자며 고구마, 고추, 오이, 호박 등 다양한 먹거리 인형을 가져와 말 대신 '고추고추고추고추~' '감~좌아~' 이러면서 행위예술 비슷하게 공연을 끌어나갔는데, 역시나 아이 눈에는 그게 제일 재밌던 모양이었다. 소은이는 지금도 제 아비랑 어린이집 갈때 가끔 '감좌감좌~' '고구우~ 마~' 하며 그 때 흉내를 내며 논다;;; 역시, 동심이란 이미 녹슬어버린 어른 마음으로 헤아리기가 어렵다.



어쨌든 뭘 해도 역동적인 내용을 선호하는 딸이다보니 과연 기와 이야기를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다. 악극단도 그를 알고 있었는지, 기와 역을 맡은 배우에게 서사의 중점을 맡겨, 수화까지 동원하며 기와가 무엇인지, 왜 부잣집 맨 위에 올라가게 되었는지, 또 떨어진 다음에는 어떻게 다시 빛을 보게 되었는지는 자세히 설명했다. 당연히 소은이를 비롯한 어린 관객들에게는 아직 어려울수밖에 없다. 부잣집 지붕 위에 올라앉아 본의아니게 관조자의 위치를 얻게 된 기와는, 당연히 부잣집과 가난한 소작농들 사이의 계급투쟁을 지켜보게 되었는데, 부잣집 영감마님과 소작농들이 옥신각신하는 장면에서 관객들 호응을 유도하는 장면 이외에는 사실, 어린 관객들이 보기엔 다소 서사가 경직되어 아쉬웠다. 차라리 같은 소재를 좀 더 성인 관객 위주로 풀었다면 낫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나마 관객들 참여를 유도하는 장면에서, 소은이가 하도 목소리가 크니까 배우 한 분이 소은이를 무대로 올려보내려고 성큼성큼 다가왓는데, 탈을 쓰고 분장을 한 배우가 가까이 다가오니 그렇게 잘 놀던 소은이가 움찔 겁을 먹었고, 아내가 얼른 대신 나서서 사또 역할을 했다. 큰 키로 일부러 뒤뚱뒤뚱 걸으며 사또 흉내를 내는 제 어미를 보자, 소은이가 와하하 웃으며 '와아, 엄마, 되게 웃긴다!' 하며 겨우 긴장이 풀어져서 다행이었다. 제 애비처럼 오지랖도 넓고, 어떨때보면 겁도 없는 녀석이, 또 어떨때는 제 어미 닮아 은근히 수줍음도 많고, 낯도 가린다. 당최 알 수 없는 나의 소중한 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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