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음식감평)

오늘의 면식수햏! (번외편) - 햄버거 특집

by Aner병문

먹는걸 누구보다 좋아하는 나이고, 즐기기도 하며, 하나의 예술이라고도 생각해왔다. 그런 내가 왜 음식감평의 주제를 오로지 면 종류로 한정했을까. 맛있는 음식을 필요 이상으로 게걸스레 찾는 삶은 촌스럽고 단순하다. 나는 단순한 미식 소비를 하려는게 아니라 처자식이 다같이 좋아하는 음식이 면이기 때문에 찾아먹는 김에 문장으로도 남길 뿐이다. 자칫하면 대단한 음식 감별사도 아닌 것이, 꼴에 이 일기 쓰겠답시고, 얼마 되도 않는 벌이에 이것저것 사먹느라 배보다 배꼽이 크지 말란 법이 없다. 늘 자신의 선을 미리 가늠해두고 지켜가며 사는 재미도 있는 법이다. 허리에만 검은 띠를 맬게 아니라, 혀에도 가끔 검은 띠 맨 듯 살아야 하지 않겠나 싶다.



이번에 아내 보러 경북 왜관을 다녀오면서, 사실 햄버거 특집을 한번 하겠다는 생각은 했었다. '오늘의 버거!' 라는 일본 만화를 본 탓도 있긴 했는데, 아내 덕에 경상도 곳곳을 자주 다니게 되면서, 경북 왜관은 6.25 시절 낙동강까지 밀려난 전선의 반격 시발점이 된 다부동 전투가 벌어진 곳이며, 그때문에 미군 부대가 지금도 있어, 칠곡평화기념관 등 호국의 성지를 자처하고, 그리 크진 않아도 동네 일부는 마치 작은 이태원 같은 느낌을 풍긴다. 그러니 어찌 맛있는 햄버거, 스테이크 등 외국 요리가 없을쏘냐. 이른바 서울 핫플레이스- 중심가 번화가 뺨치는 맛집도 제법 많다. 사실 나이 먹을수록 어째 서양 요리를 점점 피하게 되긴 했는데, 그래도 낯설고 신기한 음식이라면 여전히 좋아한다. 재료 맛이 살아 있고, 조미료 덜 쓴 외국 요리를 만나면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신이 난다. 그래서 이번에는 결정했다. 햄버거 특집!




1. ㄹ 사 오징어튀김 버거

며칠 전부터 유튜브에서 계속 게 한 마리를 통째로 튀겨냈다는 ㄹ사의 햄버거를 여기저기서 광고해주길래 무척 궁금했다. 발라먹기 번거로워서 그렇지, 그냥 먹어도 호화로울 게를 심지어 튀겨내기까지 했다고? 그걸 햄버거에 넣었어?! 무슨 약을 하시면 이런 생각을...ㅎㄷㄷ 그래서 한번쯤은 먹어볼 계획이었는데, 유튜브 위력이 대단하긴 한지, 회사 앞 ㄹ 매장을 갈때마다 늘 품절이었다. 그렇다고 앞서 말했듯이, 전문 맛 감별사도 아닌 것이, 애 보고 책 읽고 태권도할 시간도 모자란데 이거 하나 먹자고 여기저기 매장 들쑤시고 다닐수도 없고 해서 할수없이 그나마 재료가 남은 오징어튀김 버거를 먹었다. 오징어튀김은 사실, 젊었을 적에는 그닥 좋아하지 않았지만, 나이들고 나서 비로소 참맛을 알게 되었다. 오징어는 그 자체로 담백해서 그런지, 회로 먹거나 삶아 먹기보다, 고소한 창자와 함께 통째로 쪄서 먹거나, 혹은 진한 양념을 발라 굽거나 볶아먹거나, 아니면 튀겨먹는 편이 제일 맛있다고 생각한다. 담백하고 살이 부드러우면서도 찰진만큼, 양념을 깊게 쭉 빨아들여 풍미를 강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미스터 초밥왕에서도 산 오징어를 통째로 간장에 넣어 절이지 않는가. 좋은 오징어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여하튼 감량 때문에 평일에 늘 도시락을 싸면서, 입맛이 많이 담백해졌다. 삼각김밥, 햄버거 등 편의점 음식의 비리고 누린 자극도 더욱 진저리나게 느껴져서 혹시나 패스트푸드점 햄버거도 비슷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나마 L 사의 햄버거는 그닥 나쁘지 않았다. 약간 오래 데웠는지 빵에 약간 물기가 남아 있는 것 빼고는 괜찮았다. 상추와 토마토 등 채소도 신선했고, 소스도 지나치게 자극적이지 않았다. 매운 맛과 맵지 않은 맛 모두 먹어봤는데, 둘 다 지나치게 혀가 따갑지 않아 좋았다. 맛의 중심이자 백미라고 할만한 튀긴 오징어는, 의외로 기대 이상이었는데 일단 패티 역할을 함께 해서 그런지 기름을 적당히 머금은 튀김옷이 바삭하고, 오징어도 나쁘지 않았다. 게로 튀겼다는 그 버거도 꼭 한번 먹어보고 싶었지만, 아직까지도 품절인건 좀 너무하지 않냐 ㅠㅠㅠ 아니 대체 유튜버들은 뭐 따로 지원이라도 받았나, 어떻게 드실 수 있었던거죠? ㅠㅠㅠㅠㅠ 어쨌든 이 맛을 최소 햄버거의 기준으로 삼고, 시작해봅시다!






2. 왜관 ㅎ 버거


경북 왜관은, 여러 번 적었듯이, 6.25 때 낙동강 전선까지 밀렸던 한국군의 반격 시발점이 되었던 다부동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며, 그래서 미군이 지금까지 주둔해 있고, 그래서 작은 이태원 같은 분위기가 있으며, 그래서 여러 햄버거, 스테이크, 부대찌개 등의 맛집이 있다. 이태원처럼 아주 왁자한 분위기가 있지는 않으나, 호젓한 시골 마을 사이로, 밑도 끝도없이 휘황찬란한 간판을 건 바BAR, 외국인 전용의 도박장, 환전소, 큰 옷 전문 상점, 햄버거 및 스테이크집이 있는 골목이 있다. 털보 형님의 타코와도 비교할 겸 타코를 먹어볼까 하다가, 그래도 잘하는 곳의 잘하는 음식을 먹어야지 싶어, 일단 이 곳의 터줏대감인 40년 전통의 ㅎ 버거 집으로 갔다.



사이타니 우메타로 는 '오늘의 버거' 에서, 분명 햄버거 라는 음식 자체는 미국에서 발생되었지만, 한편으로 그 어원은 함부르크 에서 오기도 했으며, 다양한 빵에, 다양한 속재료를 끼워먹는 음식은 사실 어느 나라에나 있으므로, 햄버거의 원조와 출처를 찾기보다, 세계적인 음식으로서 햄버거의 가능성을 찾는 편이 더 좋다는 주제를 전했다. 즉, 반드시 햄버거는 이래야 한다, 는 정형화된 기준과 규격은 없다는 뜻이다. 하기사 샌드위치도 그렇거니와 만두 또한 그렇다. 곡식 성분으로 만든 피에 속재료를 감싸, 굽거나 튀기거나 찐 음식은 어느 나라에나 있다. 그러므로 한국식 햄버거 또한 충분히 가능하다.




ㅎ 버거의 햄버거는, 의외로 친숙한 맛이다. 케찹과 마요네즈를 섞은 양배추 샐러드가 속야채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데, 양배추가 아삭거리고 단단해서, 만든지 오래되어 질척거리고 질기지 않다. 상추와 피클 등이 그 뒷맛을 이룬 다음, 바로 풍성한 패티로 넘어가게 되는데, 이 패티가 또한 훌륭하다. 적당히 소금과 전분을 섞은 듯 잘 뭉쳐져 식감이 확실하게 느껴지는데, 고기를 지나치게 다지지 않고 일부러 좀 여유를 둔듯, 고깃점이 굉장히 크게 씹힌다. 즉, 공장식 다짐육처럼 완전히 갈아버리지 않았다는게다. 부녀가 함꼐 40년 동안 이어온 햄버거집이므로, 수제 패티를 완전히 다지거나 갈기도 어려웠을 터이다. 거기에 뒷맛이 찡하고 개운한 김치도 의외로 잘 어울린다. ㅎ 버거의 햄버거는, 우리가 휴게소나 동네 빵집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한국식 햄버거의 맛을 극상으로 끌어올린 맛이다.




제육볶음을 다져넣은 듯한 타코 또한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털보 큰형님이 만들어주는 텍스멕스 식 타코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 속재료로는 상추, 생양파, 파프리카 등을 넣었고, 육류는 약간 달짝지근하면서 매콤한 제육볶음 비슷한 돼지고기볶음이 들어갔다. 털보큰형님은, 원래 타코는 흘려가면서 먹는거라고, 1회용 앞치마와 비닐장갑도 준비해두었지만, 이 곳에선 역시 은박지로 감쌌다. 솔직하게 말해서, 내 취향에는 좀더 이국적인 털보 큰형님의 타코가 더 맛있었지만, 이 곳의 타코도 맛의 방향은 분명했고, 결코 나쁘지 않은 맛이었다.



약간 아쉬운듯한 아내가 눈치를 보내 치즈 슈니첼 하나를 추가 주문했다. 나는 사실 적당히 먹고 좀 쉬다가 저녁을 또 맛있게 먹을 계획이라 굳이 추가 주문 하지 않으려 햇는데, 처녀 시절부터 이 곳에 두어번 와봤던 아내는 한번쯤 먹어보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푸른 리본을 달아 멋을 낸 프랑스의 어느 기사단이 미식을 즐길때마다 항상 빠지지 않고 먹었던 음식이, 송아지 고기 사이에 치즈를 넣고 빵가루를 발라 튀겨낸 것이라고 했다. 흔히 일식 돈까스 전문점에서 '코돈부루' 라고 쓰인 바로 그 음식의 원조다. 어원은 Cordon bleu- 꼬르동 블뢰, 즉 푸른 리본이라는 뜻이다. 얼마나 맛있었던지, 푸른 리본으로 멋을 낸 기사단의 별명 자체가 음식 이름이 되어버린 것이다. 근대 일본의 개항개국 시절, 훗날 조선 지배의 한 축을 담당하다 안중근 의사의 총탄에 절명하게 되는 이토 히로부미는 일찍이 조슈 번의 다섯 인재 중 하나로 발탁되어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기도 했고, 권력의 중추에 든 후에는 이와쿠라 사절단에 참여하여 유럽의 여러 나라를 견학하고 돌아왔는데, 이른바 견당사 見唐使 의 후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때 일본은 영국으로부터 왕정과 의회 정치를, 프로이센으로부터 군사 기술을, 프랑스로부터 예술을 배워왔다는 평가를 받는데, 포르투갈과 함께 서양식 음식도 함꼐 들어오며 돼지고기로 튀겨낸 코돈부루도 이때쯤 정착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슈니첼은 독일식 포크 카틀릿이라 생각해도 무방한데, 의외로 딸기 쨈을 찍어먹는다고 하며, 실제로 여기서도 쨈이 나왔다. 그렇지만 역시 서양식의 단짠단짠은 내 입맛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튀겨낸 돈까스는 당연히 바삭하고 육즙이 향기로웠으며, 식빵도 부드럽고 진한 가공식 치즈가 고기맛에 밀리지 않게 마무리를 지어주어 먹기 좋았다. 다만 배가 부른 탓도 있고, 기름진 맛을 각자 두쪽씩 먹기에는 약간 부담스러웠다는 생각이었다. 아내의 평 역시 딱 한쪽씩 먹기에는 적당하다 했다.



+ 덧붙임. 참고로 이 곳엔 맥주뿐 아니라 소주도 있다. 햄버거나 타코, 슈니첼에 공장제 소주가 어울릴까 싶지만, 이 곳 음식의 방향 끝에는 분명히 한식이 있다. 한국식 햄버거의 정점이기에 소주가 어울린다.






3. 송파 에브리띵.타코


여기만은 상호를 공개한다. 내 일기 따위 찾아보는 분 얼마나 있으려만, 그래도 웬만하면 상호는 보이지 않는데, 내 일기에서 상호 공개하는 곳은 중래향과, 그리고 털보 큰형님의 에브리띵 타코뿐이다. 미국에서 오래 생활한 형님은, 텍스-멕스, 즉 텍사스에서 미국식으로 주로 전파된 멕시코 음식을 선보이는데, 그 맛이 예사롭지 않다. 아내는 나와 달라서 맛있는 것을 좋아하긴 해도, 새로운 음식을 굳이 찾아먹지는 않는 성격이지만, 나와 함께 다니면서, 새로운 맛의 경험을 해보기도 하고, 또한 밥 잘하는 유진이와 털보 큰형님의 음식은 항상 신뢰하고 먹는 편이다. 왜냐하면 아내는 주로 한식파라서 그렇다.



일단 자리에 앉으면 약간의 나초와 칠리 콩 까르네를 먹을 수 있다. 나초야 기성품이겠지만, 형님이 직접 푹 끓인 칠리 콩 까르네는 지나치게 시지 않고, 텁텁하거나 달지도 않아서, 나초에 얹어 먹기 딱 좋다. 고기, 콩, 마늘, 칠리, 토마토 등을 넣고 푹 끓인 칠리 콩 까르네는 한식과 비슷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맛이지만, 토마토의 새콤한 맛과 칠리의 매운 맛이 개운하게 입 안을 치고 들어오면서, 진한 고기와 콩의 식감이 사람을 늘 즐겁게 한다.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를 각각 넣은 타코를 일단 먹었다. 고수를 잔뜩 넣을수록 맛있다. 닭고기부터 먼저 먹으라고 귀띔해주셨는데, 닭고기가 식으면 질겨져서 다소 맛이 떨어진다고 했다. 돼지고기나 소고기가 더 맛있을 줄 알았는데, 뜨거울 떄 먹은 닭고기 타코가 장난이 아니었고, 생양파와 고수의 풍미가 실로 잘 어울렸다. 소고기는 오히려 약간 담백한 느낌이라, 돼지고기의 기름기가 타코의 양념에는 지지 않게 좀 더 맛있었다. 약간 아쉬운 느낌이라, 어느 부인께서 주문하신 새우 샐러드가 맛있어 보여서 나도 함께 주문했는데, 탱글탱글한 칵테일 새우와 버섯, 브로콜리 등을 가볍게 간해서 볶고, 오리엔탈 소스에 약간의 튀김가루를 더해서 비벼먹는 샐러드가 정말 맛있었다. 저녁 메뉴인 세비체 등은 아직까지도 먹어보지 못했는데, 언젠가는 저녁 시간대에 가서 느긋하게 또한 즐겨볼 생각이다.




+ 덧붙임. 도스 에끼스보다는 테카테가, 그리고 테카테보다는 당연 와일드 터키나 데낄라가 내 입맛에는 더 잘 맞았다. 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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