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F 1287일차 ㅡ 흰 띠에게 뚜드려 맞음
구 허수아비, 현 오전반 좌청룡 수련자는 아직 10대다. 격투기는커녕 운동을 본격적으로 해본 경험이 없다지만 180이 훌쩍 넘는 장신에 팔다리가 길고 유연해서, 발놀림은 엉망일지언정 주먹과 발차기를 감각적으로 잘 쳤다. 중심.이동할줄 모르니까 맞서기처럼. 즉각적으로 움직이며 치고 차는데에 어려움이 있을 뿐이다. 습하긴 해도 비는 안와서 괜찮으리라 예상했는데 웬걸, 오히려 비 한창 내리긋던 때보다 무릎 발목이 더 아팠다. 어느 정도였냐면 제대로 뛰지도 못할뿐더러 높은데차기를 위해 무릎을 높이 들지도 못할 정도였다. 그래도 오전반 우백호, 헌드레드 형아 수련자가 오지 않아 혼자 맞서기 연습을 하게 둘순 없기에 내가 맞춰주었다. 한참 땀을 빼도 무릎 발목이 쉽지 않아 내가 치고 찰때는 굳이 안 받아줘도 되니 혼자 거울보고 치고 찼다.
종료를 10분 남겨놓고 맞서기 2회전 연습을 했다. 발놀림이 없을지언정 가까이서 보니 역시 크고 말라서, 높은 첨탑 같았다. 포대마냥 제자리에서 치고 차기만 한다지만 길이, 높이가 너무 차이가 나서.방법이 없었다. 어차피 내가 치려면 내가 안으로 파고들어야했는데, 반격이 제법 거센데다가 무릎 발목이 좋지 않아.평소 속도의 반도 안 나왔다. 비어있는 방어 사이로 앞손발을 꽂기에는.오늘따라 체중을 밀어줘야할 뒷발이 무뎠고, 앞발을 중심으로 옆으로 돌기도 느렸다. 정말이지 무슨 화살쏘듯 날아드는.긴 팔다리를 어찌저찌 쳐내며 겨우 가까이 왔다. 팔다리가 긴 그의 앞손앞발이 죽는 거리였다. 이제 내 거리다. 근거리 타격 개시! 하기도 전에 눈앞에 별이 번쩍했다.
아니, 뒷손이 여기서 닿는다고? ㅋㅋㅋㅋㅋㅋ 장난해? ㅋㅋㅋ
권투 기초라도 배워본 이들은 알터이다. 앞손쨉이 닿는 거리를 유지해야 뒷발, 허리, 어깨가 비틀려 연동하며 뒷손 스트레이트가 유효하게 닿는데, 팔이 얼마나 긴지 그냥 장전하듯 뒷손을 뒤로 살짝 물렸다가 뻗기만 해도 내게 닿았다. 이런 사기캐가… ㅋㅋㅋ 어이없어서 웃음밖에 안 나오네 ㅋㅋㅋ 움찔하는 사이에 좌청룡 수련자는 용이 꼬리말듯 긴 팔다리를 수습하여 거리를 벌렸다. 또 상황반복? 깝깝하네, 이거ㅜㅜ 이렇게 되면 이 무릎, 발목, 길이, 속도로 이미 수싸움은 틀렸다. 지금보다 10킬로 더 나갔을때처럼 발 바짝 붙이고 다가가서 내 손발이 닿는 거리에서 체중실어 치고 받을수밖에 없다. 나처럼 근거리 단신 선수가 쓸수있는 유효한 방법이다. 자, 가자!
근데 그렇게 하면 사람 다치잖아…..^^;;
거리에서 만났거나 불의한 상황에 이러한 상대를 만났다면 고민하지 않았을터이다. 내 방어로 얽어서 상대 공격 눌러놓고 빈 틈을 사정없이 노려쳤을 터이다. 그런데 이 방법은 이제 막 배우는 흰 띠에게 유단자가.쓸 방법이 아니다. 도장 내 연습이고, 흰 띠는 더 많이 배울수 있게 맞서기 연습이 되어야 한다. 시합이나 싸움박질이 아니란 말이다. 만에 하나 사고가 난다 해도 다치는 이는 선배이자 유단자여야지, 이제 첫 승급심사를 앞둔 흰 띠 유급자여서는 안된다. 내가 실력이 엄청 좋아서 누구도 안 다치면서, 연습이 잘 되게끔 압도적으로 이끌고 나갈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나부터가 그런 사람이 안되는데 어떡해ㅜㅜ그렇다고 도장 내 연습에서 죽자사자 치고받을수도 없고ㅜㅜ그냥.2회전 동안 부지런히 쫓아다니며 치고 차고 치고 차고, 맞서기를 장렬하게 마쳤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