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결코 허송세월이 아닌.

by Aner병문


아내는 가을에 들어.연일 바빴다. 각자의 생업 때문에 우리 부부는, 부부란 말이 무색하게 평일에는 아이를 연로한 부모님께 맡겨놓고, 각자 멀리 떨어져 있었다. 나는 아내에게 보통 소은이를 보내놓고 아침에 한 번, 도장 훈련을 마치고 회사로 넘어가며 점심에 한 번, 그리고 늦은 퇴근을 마치고 밤에 한 번, 보통 하루 세 번 전화한다. 아내는 일에 쫓겨 평소의 여유를 잃은듯 보였다. 그러므로 사실 나도 무척 바빴지만, 나는 어떻게든 나라도 마음의 평안과 여유를 유지하려 노력했다. 내가 지치면 아내가 애쓰고, 아내가 지치면 내가 애쓴다. 그리 사는 사이가 부부다.



그러므로 밤새 비가 내리다 개인 아침에, 벌써 제 어미가 늦게 오는 줄 아는 아이는, 제 아비와.어델 가려나 아침 밥상 받기도 전에 기다리는 눈치였다. 아이는 의외로 기억력이 오래토록 선명하고 명료해서, 꽤 오래 전 어린이집을 쉬고 제 고모와 내가 함께 간, 어린이국회도서관을 기억하고 있었다. 다만 예약이 늦어서, 나는 가까이의 서울형 키즈까페를 예약했다. 서울형 사업,.서울형.어린이집, 서울형 키즈까페… 노라조의 노래도 아닌데 이 나라 수도의 이름이 붙은, 여러 형태의 의미가 무엇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어린이집 교사로 잔뼈가 굵은 여동생은, 서울형 어린이집이 다른 어린이집과 어찌 다른지 길게 설명했지만, 내게는 멀고 헐거워서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마 다른 이들에게 내가 ITF나 WT국기원 태권도가 어떻게 다른지 이야기해도.비슷하게 전달되었을 터이다.



말로 개념을 설명하는 일에 비하면, 처자식, 특히 아이와 함께 하는 일은, 실로 태권도만큼이나 온전히 몸으로 삶을 느끼는 일이다. 아내는 의외로 키에 비해 몸쓰는 일을 좋아하지 않아서, 술을 마시지 않는.아내와 끼니 삼아 술상을 겸해도, 아내와 내가, 한 상에서 서로 주고받는 말은 방향, 무게, 느낌이 모두 다르다. 아내와 나는 닮기도 했지만, 새삼 다르기도 하다 느끼는 지점이다. 가끔 아내와 내가 비슷한 질감으로 주고받는 대화는, 역시 아이에 대해서다. 우리는 가끔 소은이가 없다고 가정하는 삶을 상상하는데, 아내는 피식 웃으며 말했었다. 뻔하다.아잉교, 여보야는 내 끌고 태권도장이캉, 박물관이캉, 미술관이캉, 도서관이캉 요리조리 다닐끼고, 맛밥.한 끼 묵고, 내는 누워가 티비보고 유튜브 보고 있겠지. 을매나 적막하고 적적하겠능교? 내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만약 애초에 소은이가 없었다면, 나는 삶의 공백을 채우려 무언가를 해야할 강박에 못 이겨, 결과를 이루고 남기기 위해 버둥거렸을 터이다. 내 성격상 분명하다. 나는 시간을 그냥 내버려두지 못한다.



그러므로, 어떤 날에는 소은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에, 미처.함께 하지.못한 도장.행사나 훈련, 공부 등이 생각날때가.있다. 그러나 오래.가지 않는다. 내가 내.가진 재주로 우뚝 설 수 있다면, 나는 처자식을 만나기 전 이미 그러했을 터이다. 나는 내가 이뤄낼수 없는 미지의 영역에 대해 더이상 미련두지 않는다. 처자식과 있을때는 처자식과 있는 시간에 흠뻑 젖는 일이 좋다.



그러므로 아이와 동행하며 보통 서사없이도 문장을 음미할수 있는 짧은 시집이나 김훈 선생의 산문집을 늘 챙긴다. 이번 신작의 제목은 허송세월, 더욱 의미심장하다. 선생께서도

어느덧 고령이시라 그는 스스로 쓰던 등산도구를 젊은 후배들에게 나눠주고, 자전거를 타지 않으시며 다만 주변을 언어로 대치하고자 애쓰시는데, 그러므로 그 분의 문장은 근래 들어 더욱 현실을 관념으로 설명코자 하는 경향이.있다. 내가 처자식과 어울리는 일이 그렇듯, 한평생.문자향 서권기를 붙잡은 사내의 만년이 결코 허송세월일수 없을 터이다. 나는 책을 읽으며, 소은이가 동무들과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았고, 또한 늘 가는 중식당에서 소은이 냉면과 전통과자를 푸지게 먹였다. 다 이리 사는 맥락에서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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