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F 번외편 ㅡ 사십대의 취미.
어제 몰아서 너무 무리한 탓인지 온몸이 뻐근하고, 특히 구부려 앉았다 펴며 발차기를 연이은 양 허벅지가 불타 터질듯했다. 이번 만남에서 같이 얘기하기로 한 구운몽 관련 유튜브를 들으며 도장 가고.있는데 쿠도하는 은근 형님한테 은근히 전화가 왔다. 한동안 안 오시다 오랜만에 온다며 커피 사오셔서, 도장 청소 후 이런저런 이야기하다 내 실력 이야기까지 나왔다. 내가 봤을 때 전 부사범은 결코 못 하는 실력이 아니야, 다만(항상 이게 본론이짘ㅋ) 기술이 좀 더 다양하고 계속 피하며.들어가야 하는데 그걸 더 연습해야할거같아, 알잖아, 이제 마흔 넘었고 오전에 혼자 헤비백치고 틀 연습하는건 현상 유지는 할수 있어도 빠른 발전은 어렵지. 나도 모르는 바는 아니었으나, 나는 어쨌든 내 태권도에 만족하고 있다. 나는 더이상 길거리 개싸움질을 하지 않으며, 누군가를 다치게 하고 쓰러뜨려 나를 내세우려 하지 않는다. 나는 내 태권도를 나를 유지하고 지탱하는 삶의 방식이기 바란다.
우리 회사에는 몇 명의 뛰어난 고수가 있는데, 프로 권투선수인 동굴 트레이너가 있고, 묵묵한 젊은 유도가도 있고, 원래 씨름선수였다가 종합격투를 취미로 하는 거구의 씨름꾼 형님이 있다. 프로 권투나 유도가 쪽이야 아직 젊으니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씨름꾼 형님은 내게는 형님뻘인 마흔여섯이다. 우리 서넛은 가끔 회사 빈 곳에서 짧게나마 각자의 무공에 대해 이야기나누곤 했다.
오늘 씨름꾼 형님과 일하다 마주쳤는데 그때 형님은 상체를 살짝 숙이고 좌우로 잽, 스트레이트, 엇퍼를 가볍게 연이으며 복도를 걷고 있었다. 안 그래도 거구인데다 보기보다 근육질인 몸은 박력과 위압이 대단했다. 내게도 인사치레로 가볍게 날리시기에 나는 일단 앞손으로 앞주먹을 막았고, 뒷손 엇퍼가 왔는데 그때 나도 모르게 틀의 손칼낮은데반대막기가 나갔다. 내가 전혀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왼걷는서기 자세에서 상대의 오른앞주먹을 내 왼손으로 막고 뒷손이 반대서기 자세에서 바로 나와 막은 것이다. 아무리 피차 장난식이었다지만, 체급차가 50킬로는 족히 날 상황에서 씨름꾼 형님도 예상치 못하게 제법이라 생각하셨는지, 아닛, 이걸 막아내다니? 하며 바로 들배지기 식으로 내 허리춤을 잡았다. 이쯤되면 이건 이미 태권도 맞서기 규칙은 아니지, 양 팔꿈치로 상대 쇄골을 깨듯이 내리꽂거나 다양한 기술을 써야하겠지만 회사 동료 장난에 피 볼 일 있나. 그냥 형님.어깨를 밀어 힘을 못 쓰겨 하고 ㄴ자서기로 버텨서 피했다. 이러구러 장난치고 있으니 지나가던 다른 동료가 뜨악해하며 두 분 다.. 교회 다닌다고 하지 않았어요? ㅎㅎㅎ 이러고 노는 사십대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