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적을곳이없어서!(짧은끄적임)

ITF 1466일차 ㅡ 돌개차기 실마리 잡았다!

Nov 19. 2025

태권도뿐 아니라 모든 무공의 기술 중 어렵지 않은게 어디 있으랴만 발차기는 내게 유독 어려웠다. 오죽하면 발차기를 접고 권투나 주짓수 등을 했을까. 옛날 잠시 우리 도장에 계셨던 동포 출신 사범님은 당시 노란띠였던 내게 너무걱정마오, 우리 태권도에는 무릎도.있고, 파꿈치(팔꿈치를 꼭 파꿈치 라고 발음하셨었다. 동포 특유 발음인가? ㅋ) 도 있고 하니 바차기(ㄹ 받침이 문제네 ㅋ) 안된다 너무 상심마오, 하시었다. 그로부터 어언 십여년이 흘러, 검은 띠가 된 이후에도 발차기는 계속 어려웠고, 은근히 기대하다 실망하는 다른 사제사매들의 눈빛도 미안하고 지쳐서, 결국 초단이 되자 자연스레 발바닥 몇번씩 벗겨지도록 연습할 도리밖에 없었다. 학창시절 공부를 이리 했으면 학위…는 역시 못받았겠지.

앞차부수기, 돌려차기, 옆차찌르기로 구성된 기본 발차기 3종도 완전하게 하려면 까다롭거니와 기본 발차기를 뛰어서 찬다거나 회전을 더하는 반대돌려차기, 뒤돌아옆차찌르기, 여기에 또 뛰어 를 더한다거나, 아니면 애초에 차는 방향이 다소 다른 비틀어차기나 찍기, 쌍방차기 같은 기술들도 나는 남들처럼.빨리 익히지 못해서 하루에 좌우 열번씩, 대신 꾸준히 반복하는 길을 택했다. 특히 회전하는 반대돌려차기, 뒤돌아 계열의 발차기는 어려운데다 어지러워서 연달아서도 한번에 열 개 이상은 차기 힘들었으며, 하물며 그 악명 높은 고당 틀의 다리 뻗어 버틴다음 반바퀴 도는 동작은, 몇 년씩 연습 중인데도 여전히 자세가 좋지 못하다. 다만 어차피 먹는 나이이고, 지나는 세월이므로 나는 압박받을 일 없이 하고자 하였다.

돌개차기ㅡ속칭 턴차기도 그 중 한가지다. 턴차기는 태권도 하면 누구나 떠올릴 정도로 화려하고 빠르며 실제로도 효용이 높은 발차기다. 나는 사실 이 발차기를 꽤 차고 싶었다. 그래서 돌려차기를 어느 정도 찰수.있게 된 뒤에 돌개차기 연습을 시작했다. 일단 앞발이건 뒷발이건 먼저 돌려찬 다음, 발을 앞쪽으로 디디고, 뒷발을 든 상태로 한 바퀴 회전하며 디딤발을 그대로 띄워 돌려차면 된다. 머리로는 알고 있고, 문장으로 쓰기는 쉬운데 첫 돌려차기 이후 몸이 따라가며 회전이 안되어 고생했다. 무슨 발차기든지 이제는 길어야 대략 한 10여분 정도면 바로 보여주는 열혈 부사범님이, 부사범님, 몸 돌리실때 상체를 살짝 눕혀보셔요, 귀띔해주어서 겨우 회전까진 되었는데, 그 다음 디딤발을 끌어올려 차는 동작에서 자꾸 돌려차기가 안 나가고 앞차부수기가 나가버리는 것이다. 아니, 이것도 나름 의외성이 있긴 하지만, 내가 차고싶은건 돌려차기라고! 나도 나름 부사범 짬(?)이 있으니, 회전력이 부족해서 무릎이 완전히 옆으로 안 돌고 자꾸 앞으로 나간 상태에서 발차기가 나가니 앞차부수기로 나간다고 진단이야 끝내줬지만, 대체 무슨 까닭으로 회전력이 부족한지는 모르는 나날들이었다. 그동안 참고한 유튜브만 해도 이삼십여종은 될터이다.

그러다 결국 오늘 오전 사범님께 여쭈게 되었는데, 사범님 한번 차보라 하시더니 바로 말씀하시었다. 뒷다리가 완전히.넘어가기도 전에 너무 빨리 뛰잖아, 든 다리를 최소 정면 가깝게 끌어온 다음 뛰어서 차봐. .. . 어? 어? 어! 바로 됐다! 완전히 부드럽게 이어진건 아니지만 그거야 지금처럼.시간들여 꾸준히 연습하면 될테고, 일단 동작들이 끊어지더라도 처음으로 돌개차기를 찰수 있어 신났다. 그때 사범님께서 말씀하시었다.

전 부사범, 그거 내가 예전부터 얘기 계속 했던거야. …네? 즌버텀(전부터) 기에에에속 얘기 했대니께. 대전 토박이신 우리 사범님, 갑작스러운 사투리는 즐거우시거나 혹은 진심이실때 나온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다. 왜 인저서야 되는중 알어? 모… 모르죠이. (사투리로 뭉치는 사제지간..) 인저서야 내가 말했던걸 이해하고 실현할수 있는 시간이 된겨,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단기지. 인저 꽃을 피운겨. 아, 그렇구나. 어차피 남들처럼 잘할순 없으나 끊임없이 내 시간대로 애써서 이제서야 겨우 여기까지 왔구나. 약간은 위안이 되고 신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