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만연체의 문장들
김훈 선생이나 유용주 시인의 문장은 곧게 뻗어오는 찌르기나 차기 같아서 일직선으로 깊게 들어온다. 이해하기도, 닿기도 쉬운 단려한 공격이다. 반면 박준 시인이나 이병일 시인의 문장은 쉼없이 회전하며 타점을 읽기 어려운 발차기 같다. 도장에서 쌓아온 시간만큼, 멀리서 발차기를 보며 무슨 관절을 어떻게 해서 찼는지, 중심은 어떻게 이동했는지, 알긴 다 안다. 그러나 막상 내가 차려고 하면, 어떻게 디디는지, 어느 순간에 중심을 옮기는지, 보듯이 관절을 쓰려면 골반을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내 몸은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문인의 문장을 읽을 줄 안다고 해서 그렇게 쓸수는 없는 맥락과 같다. 좋은 문장은 읽고 흠뻑 감동받으면 그만이다. 내가 프로 선수가 아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