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훈련일지)

ITF 번외편 - 기초 수행 : 태권도 교본과 함께

by Aner병문

달마대사가 나뭇잎 하나로 장강을 건너 불법을 전파하러 온 후, 면벽수도에 참선에 열중하는 승려들의 건강을 위해 인도식 체조에 중국 전통의 상형권을 조합하여 전수하였으니, 중국 전통권의 유구한 전래는 이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단 부처님 스스로 설법하시기를, 40년 동안 도를 닦아 물 위를 걷는 재주를 익혔다 한들 동전 두 닢이면 배를 타고 건널 수 있는데, 중생들은 쓸데없는 사술을 익히느니 깨달음을 얻는데 정진하라 하셨고, 또한 달마대사의 다음 적통을 이은 2대 혜가 스님은, 불가에 입문하기 위해 눈 오는 날 밤 한 팔을 자른 고사가 이미 유명하니, 그렇게 치자면 그 유명한 소림권 중 적어도 한 팔의 움직임이 불완전한 무공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게 내 생각이다. 좌우간 중요한 점은, 동서양 무공의 고수이기도 한 피터 루이스 교수가 저술한 '무도의 전설과 신화' (황금가지, 2003) 에서도 지적하며, 온갖 장르소설-무협지에서도 끊임없이 나오듯이, 달마대사 이후로 천하제일의 무공이라든가, 특히 이른바 비급이라고 하는 물건에 현실에서도 천착할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동서양과 무림과 현실을 다 떠나서라도, 오죽하면 교회에서도 본말이 전도될까 두려워 성경의 원본이 일부러 소실되었다 가르치지 않는가.



김용 문학을 관통하는 절정의 무림 비급은 그 유명한 구음진경인데 북송 때 휘종 황제의 명령으로 도가 서적을 맡아 정리하던 문관 황상이 모아놓은 도가 서적을 읽던 도중 천하고수로 대오각성하여 지은 무공 교재라는 설정이다. 구음진경을 둘러싸고 온갖 천하고수들이 희노애락을 겪는 과정이 그 유명한 사조삼부곡 3연작인데, 훗날 이 구음진경 중 일부의 무공이 다시 규화보전과 벽사검보라는 이름으로 소오강호 시대의 절정 무공비급으로 꼽히게 된다. 오우삼 감독이 연출한 무협 영화 검우강호(원제 검우劍雨)에서는 두 조각으로 나뉜 달마대사의 시체에서 내공이 운행되는 비결을 탐구하면 능히 절정고수가 되리라는 설정이고, 심지어 그렇게 공부 많이 하시고 고류 태권도의 고수이기까지 한 도올 김용옥 선생조차 '노자와 21세기' 에서 도덕경은 한민족이 젊어지고 건강해지는 무공의 비결이 숨어 있다는 말씀까지 하셨으니, 이쯤 되면 동양 특유의 경전 존숭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하기사 서양에서도 역시 화승총이 나와 기사 계급이 몰락하기 전까지, 검술과 레슬링에 관한 교본이 면면히 전해지며 기하학적 원리를 도입한 스뻬인식 검술의 대가들은 방랑 과외로 먹고 살기도 했었다니 어찌 생각하며 동서양을 막론하고 무림인들 또한 자신들이 평생 연구해온 무공을 출판하여 남기고 싶은 마음은 다 같았던 모양이다.



말이 왕왕 길었던 이유는, 다름아닌, 거창도장을 통하여 마침내 창시자 님의 초기본 '태권도교본' 제본판을 구하였더니 아이를 어르던 아내가 아이고, 놀라는 얼굴을 해서 그런다. 사실 다시금 운동한다 말만 걸었지, 애 안고 다니느라 인대 상한 어깨는 다시금 고장나고, 하루 4시간 수면에 지쳐서 어쩌다 시간이 나도 책장이나 들여다보기 일쑤니, 몸이 당연히 더 약해지고 늘어질 도리밖에 없었다. 가만 꼽아보니 아내의 계획대로 애 둘 낳아 6년 육아에 집중하고 도장에 돌아가면, 빨라야 마흔두살에 다시금 도복을 입게 되는 것인데, 그렇게 치자면 이미 내 나이가 우리 사범님 연세다. 백세시대에 마흔 둘이야 아직 젊은 나이라지만, 본디 체질을 타고나지도 못한데다 6년 세월을 그냥 버리면 그나마 쌓아온 무공까지 전부 잃어버리고 말 것이 안타까웠다. 하여 기왕 하루에 아주 조금씩밖에 할 수 없다면, 태권도교본으로 자세나 하나하나 다시 잡자 싶어 어렵게 거창 젊은 부사범님들을 통해 구한 터였다.



태권도 교본은 태권도의 정의, 의의 및 정신에 관련된 초반부와, 본격 공격/방어 기술을 세세하게 풀어 설명하신 중반부, 그리고 틀과 맞서기, 보 맞서기, 2단까지의 기본 훈련 방법을 정리해놓은 후반부로 구성되어 있다. 태권도의 창시자 최홍희 장군께서는, 육군 장성으로서 민족 공통의 무도가 반드시 필요함을 느끼시고, 본인이 이미 오랫동안 익혀오신 가라테를 참고삼아 태권도를 만드셨다. 언뜻 보기에는 가라테와 태권도가 도복과 동작이 비슷해보이지만, 태권도만의 철학과 싸인 웨이브 이론을 통해 지금은 완전히 다른 무공이 된지 오래다. 나중에 이야기할 때가 있을 터이지만, 그 스스로도 당대의 서예가셨던 옥남 한일동 선생에게 서예를 배워, '한 손에는 붓, 한 손에는 태권도를 들고 전세계를 누볐다' 는 창시자님의 말씀처럼, 이미 근 7,80년 전의 교본인데도 아주 세세하게 사제지간의 도리이며, 태권도인으로서 도장 내외의 행동거지, 심지어 어떤 봉사활동을 해야하는지까지도 적어놓으셨다. 하물며 서기 하나에도 다리 너비, 발의 각도 등까지 아주 명확히 적어놓으신 것 또한 감탄스럽다.



어느 도장이나 체육관이든 처음에 입문하면 제대로 숨쉬고, 서고, 걷고, 뛰는 법부터 다시 배운다. 도복을 입고 섰을 때에야 비로소 내 몸을 얼마나 방만하게 썼는지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늘 욕심을 버린다 했지만, 아예 더욱 버리고, 교본에 맞춰서 하루 30분 정도라도 동작을 다시 다듬어보기로 했다. 어제는 약 1시간 정도 기초 기술을 다시 점검했다. 욕심 부리지 말고 조금씩 늘려야지...



* 나란히 서기 : 준비동작

양 발칼(발의 바깥쪽 부분)의 너비가 어깨 너비가 되게 선다. 몸이 풀어지지 않는다.


* 걷는 서기 : 기본 동작

양 발의 중심을 어깨 너비로 벌린다.

앞발의 발끝과 뒷발의 발끝 길이가 어깨 너비 1.5배

뒷발끝 각도는 바깥으로 25도

앞발의 무릎과 발뒤꿈치가 수직으로 일직선상

뒷다리가 구부러지면 버티기 어렵고, 너무 뻣뻣하면 타격에 부러지기 쉽다.

체중 분배는 5:5


*ㄴ자 서기 : 기본 동작

앞발의 끝과 뒷발의 끝이 서로 한 선 상에 있도록, 'ㄴ' 자 형태로 섬(L stance)

앞발의 발끝과 뒷발의 발칼이 어깨 너비 1.5배

뒷발의 무릎이 내려다봤을때 발등을 가릴 정도로 구부러져 있어야 함

체중 분배는 앞 3 : 뒷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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