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에서 하염없이 흘러오는 황사가 원망스러울 정도로 내 딸은 잘 서고 잘 걸었다. 벌떡 일어나 또랑또랑한 눈과 고집센 턱을 비스듬히 턱 올려다보며 다가다가다가다 하면서 집안을 다 뒤집듯이 재게 걸을 때면 저 것이 언제 저리 커서 내 속을 이리 두드리는고 싶다. 아이가 갓 나와 팔 떨어져라 흔들어주지 않으면 잠들지 않던 갓난쟁이 시절, 몸은 몸대로 불어나고 관절의 이음매마다 삐걱이며 아프고 지칠 때, 부모란 아이처럼 다시 옛 시절로 돌아가 제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하다가 비로소 아이가 자라며 나 역시 다시 성장하는가 싶었다. 아닌게 아니라 딸이 몸을 가누고 기고 서고 걷는 동안, 우리 부부에게도 아주 약간의 여유들이 생겼고, 결국 지금은 나도 아내도 조금씩 각자의 태권도와 수영에 집중할 날을 갖게 되었다.
오늘 모처럼 여유가 생기신 사범님은 내 틀을 지도해주시며 말씀하셨다. 오래 수련했으니 동작들은 다 할 줄 알아, 근데 쭉쭉 뻗어주지 않으니 힘이 끝에 걸리지 않는게지, 의암 틀의 주먹때리기는 옆이 아니라 등주먹이야, 그러니 몸이 앞으로 쭉 나가지 않고 옆으로 휘는게고, 충장 틀의 손등내려때리기도 정권 부분으로 쳐야하니까 손등이 더 내려가야지, 틀의 모든 동작들이 목적을 정확히 수행하지 못하면 그렇게 변하는거야, 늘 확인해야 한다구! 그래도 혼내시기만 한게 아니라 늘 열심히 하니 좋아진 점도 많다고 격려해주셨는데 그 중 반대돌려차기가 특히 그랬다. WT에서는 뒤돌려차기 라고 하며 흔히 회축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기술은 한때는 고류 태권도의 비전 격으로 대표되는 절초였으나 천성이 둔하고 무거운 내게는 현역 때조차 힘들고 성가시던 발차기였다. 그래도 요즘엔 제법 그럴듯하게 돌 수 있게는 되었는데 문제는 한 세 번 돌고 나면 어지럽고 지쳐서 돌 수가 없... 그래서 사범님, 이거 어지러워서 세 번 이상은 못 차겠는데요? 하자 응, 그게 맞아, 그걸 세 번이나 쓰고도 못 이기면 지는 싸움이니까 도망가야지, 아 예....ㅜㅜ 그래도 열심히 훈련했습니다 흑흑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