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족, 몸의 변화.
어른들 말씀으로, 결혼하면 몸이 난다더니, 무슨 피콜로도 아니고 잘린 팔이 새로 돋기라도 하는건가, 싶었는데, 체중계에 오르고 나서야 살이 찐다는 말씀이었음을 나중에야 알았다. 하기사 하루 4시간씩 꼬박 하던 훈련도 거의 하지 아니하고, 직장도 하루 9시간을 앉아 있는 곳으로 바꾸다보니 당연한 일인듯도 싶다. 결혼 후 살이 퍽퍽 빠져, 아내에게는 건강 걱정 듣고, 부모님께는, 왜, 결혼생활이 힘드냐, 말씀 듣는 것보다는 백번 나은 일이지만, 가끔 도장에 갈 때 도복이 답답하거나 몸이 뻑뻑할 때마다 아무리 먹고 마셔도 똑같은 몸무게였던 총각 시절이 조금 그리울 때도 있다. 하루 아홉 시간 3만 보 이상 걸으며 일하고, 매일 막걸리 반주에 밥 잘하는 유진이가 해주는 밥을 먹으며, 배고플 때는 라면 2그릇에 김밥 여덟 줄을 먹고 4시간 훈련을 하던 시절이었다.
아내는 산을 돌보는 일을 하시지만 산행은 커녕 바깥 나들이 자체를 썩 즐기지 아니하고, 다만 수영만은 오래 해왔다. 신혼 살림을 옮기면서, 번쩍번쩍한 호구가 있길래 검도를 했었냐고 물으니, 아내의 표정이 시무룩하였다. 간호사 그만두고 시험 볼라꼬 점수 제일 낮은거 찾으니깡, 교도소하고 산림청 2개가 딱 나왔다 아입니까, 검도 하면 교도관 점수 준타캐가 좀 했는데, (중간에 몸서리치심) 와, 진짜 몬 하겠더라, 내는 막 누구 때리고 치고 아프고 그런 거는 딱 질색입니데이. 나중에 어느 도장에 기부나 하겠다고 호구는 차 뒷칸에 잘 모셔두고, 아내는 하루 수영 1~2시간으로 스트레스를 푼 뒤 1년간 열심히 공부하여 나랏밥을 드시게 되었다. 내가 슬슬 어꺠와 무릎에 무리가 왔을 무렵, 아내는 넌지시 수영을 권했는데, 10년간 수영을 해왔으며, 만약 시험에 붙지 않았더라면 인명구조요원 자격증이라도 준비했을 거라는 아내의 수영 솜씨는 기가 막혔다. 본디 키가 크고 어깨가 튼실하기도 했지만, 뭐 한 번 물장구를 퐁당 하는가 싶더니 앞으로 쭈욱 나갔다가 또 금세 쉬익 하고 돌아왔다. 아내에게 조금 지도를 받아 나도 지금은 겨우 물에 뜨는 수준이긴 하지만, 물 속에서 발차기를 하는 것은 도장에서 발을 차는 것, 아니, 몸을 쓰는 원리 자체가 정말 달랐다. 여하튼 막 만났을 무렵의 아내는, 키가 큰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튼튼한 어깨에 다리도 길고, 허리도 잘록하여 참말 이뻤다. 헹, 내 수영장에서 이래뵈도 음료수도 마이 읃어무따 아이가~! 하면서 아내는 내심 콧날을 세워보였다.
그런 아내의 몸은, 제법 동글동글해졌지만, 한편으로는 어머니의 몸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내는 학교에서 배우던 여러 가지 변화를 몸으로 직접 겪을 수 있어 신기한 모양이었다. 출산 초기, 본디 아토피가 있던 아내는, 출산 후 호르몬 교란과 겹쳐, 얼굴이 많이 붓고 양 뺨에 빨간 돌기들이 올라왔는데, 그때 얼마나 풀이 죽어 있던지 내 마음이 다 아플 지경이었다. 이른바 1차 신천지 코로나 대란으로 병원 한 번 빨리 가기도 쉽지 않던 시절이었다. 다행히도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자 아내의 붓기는 가라앉고 다시 예전의 고운 얼굴로 돌아왔는데, 그 이후에는 주로 긍정적 변화가 눈에 띄었다. 아내의 모유는, 처음에는 병의 바닥이나 겨우 채우는 정도였으나 칠십여일이 지난 지금은 병 하나를 가득 채워 120ml도 문제가 없었다. 아내는 스스로의 가슴을 눌러보면서 유선이 이렇게 발달할 줄 몰랐다고 하고, 무엇보다 신기한 것은 아이를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짜르르 아프면서 젖이 도는 것을 느낄 정도라 하니 참말 이 것이 신기하다면 신기하다.
나 역시 살찐 것 이외에도 몸이 변했다면 아이가 내 몸을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가장 최적의 몸매가 된듯한 기분이다. 몇 년 전, 내가 지치고 힘들게 살 무렵에, 나를 돌봐주던 동갑내기 부부가 있었는데, 이 부부는 비록 양가 부모님과 모두 의절까지 해가며 연을 맺었고, 어렵게 아들을 낳았으나, 훗날이 아름답지 못했으므로 그 이야기는 존중의 의미에서 생략토록 하자. 다만 그 당시는 이 부부가 가장 즐거웠을 무렵으로, 바다가 가까운 도시에서 지인들 몇만 불러 돌잔치를 하였었다. 남편은 수학 강사이자 젊었을 적 유도를 했던 든든한 청년으로, 당시 빈 시간에 하릴없이 훈련을 하고 책을 읽던 내 몸을 만져보며, 와, 운동 많이 하나봐, 하며 놀라워했지만, 나는 지금도 기억이 선연할만큼 그의 몸이 부러웠었다. 본디 키와 체격이 크기도 했지만, 팔뚝은 굵고, 배는 적절히 나와서 이제 세상에 나온지 1년된 아이를 솜씨 좋게 안아 어르던 모습을 보며, 나도 저럴 수 있으려나 생각했는데, 어느 새 내가 그 나이 무렵의 아비가 되었다. 팔과 다리를 모두 물렁해지고, 배는 하릴없이 나왔지만, 나는 아직도 아내보다 아이를 훨씬 더 잘 안고, 잘 재운다. 비록 백만원어치 주사를 맞으며 고친 어깨가 다시 들어올리지도 못할만큼 열이 나고 아파, 병원에 가야하긴 했지만, 나는 내 아이의 의자이자 침대가 되었다는 사실에 무척 만족한다.
아이의 머리통은 아내가 만져보고 깜짝 놀랄만큼 굳고 단단해졌다. 두어달 전 집에 올때만 해도 아이의 머리통은 누르면 꼭 푹 뚫릴 듯이 부드러웠으나, 숨이 드나드는 말랑말랑한 구멍이 느껴질 정도였다. 머리숱이 어느샌가 많아지는가 싶더니 머리통이 단단하게 여물고, 팔다리는 살이 붙어 어디든 가고 싶어하며, 이제는 낮에 하루 종일 잠들기 보다 유아 체육관에서 운동을 많이 하고, 아비를 딛고 서려는가 하면, 어제는 아내가 시험삼아 엎어놔보니, 제법 어어어어! 소리를 지르며 목까지 가누게 되었다. 이래 있으모 곧 배밀기 하겠십니도, 아이고, 그 땐 더 힘들텐데 우야노, 하지만 나는 어서 우리 아이가 교회의 오늘이처럼 단단하게 딛고 서서 여기저기 걷기를 바란다. 어서 빨리 내 아이가 튼튼하게 걷고 섰으면 좋겠다. 그러면 지금보다 더 내 몸을 돌보지 아니해도 괜찮을 것 같다. 물론 마음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