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F 880일차 - 돌파구를 찾아서
벗들이 2주째 찾아와 열심히 술친구 입친구를 해주며 퍼마시고 있노라니, 아무래도 내 한탄이 길긴 길었나보다. 특히 너는 혀를 차면서, 전 쌤, 솔직히 아닌말로 그 일 그만두면 굶어? 언니도 직장 좋겠다, 소은이 잘 크겠다, 뭐가 걱정이야, 난 전 쌤이 얼른 그 일 관뒀으면 좋겠어, 그냥 좀 덜벌어도 좋아하는 태권도 일하면서 살아, 도장에 일도 많고 사범님도 힘드시다며, 운동하면서 일도 하고 얼마나 좋아, 옆에서 가만히 듣던 곽선생이 아이고, 술 마시려고 운동하는 사람한테 무슨, 형은 운동 너무 과하게 하고, 안 쉬고 또 술 마시고, 또 운동하고 그러니까 실력은 안 늘고 몸만 더 아프고, 살은 살대로 그대로 있고, 그런거예요, 라지만 솔직히 으아, 태권도 하면서 술 마시면서 그냥 느긋하게 있는 삶이라니, 요즘 내가 정말 바라는 거 아닌가 싶어서 고량주 생각하듯이 배시시 웃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고량주 생각을 하면 자꾸 입에 웃음꽃이 피는데, 그게 정말 진심이라서 너와 곽선생은 꽤나 웃겼단다. 나는 양꼬치 먹으면서 1차로 한 병, 그리고 중래향 사장님이 담가주신 오미자 고량주와 개미 고량주(진짜 개미로 담그셨음) 까지 꺠끗하게 비웠다. 개미가 몸에 좋긴 좋은 모양인지, 원래도 숙취가 없는 술이었으나 다음날 아프지도 않고 속이 메슥거리지도 아니하였다.
그러므로 늘 힘들게 일을 하기에 아침마다 광고 속 중년 사내마냥, 오늘은 또 회사에 나가 무슨 욕을 먹을까, 무엇으로 혼날까, 걱정에 우울이 겹치지 않을 수 없었는데, 문득 성경과 설교 말씀을 보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까 예수님도 우리 의식주를 먼저 구하지 말고, 의와 뜻을 구하라 했는데, 나도 지금 내 눈 앞의 작은 것에 사로잡혀 그냥 해결해주세요, 맘 편하게 해주세요, 했던 것 아닐까? 싶어서 일단 오늘 아침부터 지혜를 구하기로 기도를 좀 바꿨다. 일단 한 판 붙는 느낌으로 일해볼테니까, 제발 내 힘으로는 혼자 이겨낼 수 없으니 이겨낼 지혜를 달라고 엄청 애를 썼더니,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몰라도 조금 나은 듯은 싶었다.
그러므로 태권도도 역시 그와 같아서, 나처럼 시간을 들여 무조건 반복적인 훈련을 해도 언젠가는 어느 수준 이상 오르겠으나, 매일 동작에 의구심을 갖고, 목적을 탐구하며 익히는 사람보다는 못할 터이다. 나는 오늘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다가 벽에 붙이는 기압식 샤워기 고정 틀이 뽁 하고 빠지길래, 이걸 어찌 붙여놓나 고심하다 무심코 꼭지를 돌려보니 꼭지를 돌리고 푸는 형태로 공기를 모아서 벽에 붙인다는 사실을 알았다. 즉, 왜? 를 물어보는 사람, 궁금해하는 사람만이 일상의 사소한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터이다. 나의 일처럼, 태권도는 어땠는가, 나는 아무 의구심이 없이 그냥 창시자님이 마련해놓으시고 사범님이 알려주신 동작을 칠 년 동안 반복만 했던 것은 아니었나, 싶어 오늘 여러 가지 느낀 점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