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F 897일차 - 계속되는 오전반의 뜨거운 우정...ㅋㅋ
아침에 또 몸이 묵직하니 쑤셔서 한시간 정도 늦게 일어났다. 밥 잘하는 유진이가 전날밤에 고당 틀 연습하고 청소해뒀다는 사실을 믿고 조금 늑장을 부려본 것인데, 역시 집에서 느지럭거리면, 도장에서는 더욱 늦게 된다. 그래봐야 개인 훈련 시간이 좀 줄어드는 것이지만, 기왕 늦은 것 느긋하게, 도장 앞 와플 사장님께 커피도 한 잔 받고, 평소의 오전 9시가 아닌 오전 10시부터 미스터 문과 공도 형님이 올때까지 한 시간 동안 주먹과 발차기 기본 연습을 하고, 이어서 미스터 문의 승단 심사용 발차기를 쭈욱 봐주었다. 전직 수영강사기이기도 한 미스터 문은, 우리가 수영 강사라고 생각하면 흔히 떠올리는 역삼각의 근육질 몸매가 아니라, 항상 탈의실에서 군살 붙은 내 몸을 부러워할 정도로 아주 마른 체형인데, 최근에는 근 40킬로는 넘게 차이날듯한 공도 형님과의 끝없는 맞서기(나하고도 30킬로 가까이 차이나시는 형님이니;;) 를 통해 몸이 제법 앞뒤로 두꺼워졌는데도, 여전히 날렵한 체형이라, 의외로 기본 발차기보다 뛰어서 차는 발차기를 아주 잘했다. 돌려차기, 옆차찌르기가 땅에서 본인의 힘만으로 무릎을 끌어올려야 하니 조금 어색했을 뿐, 뛰는 힘을 이용할 수 있는 뛰어 앞차부수기나 뛰어 돌려차기, 뛰어 옆차찌르기, 뛰어반대돌려차기, 뛰어뒤돌아옆차찌르기 등, 유단자인 나조차도 어려운 발차기들을 척척 잘해내었다. 몸이 가벼운만큼 확실히 공중전이 그 진수였던 모양이다.
내일은 모처럼 하루 쉬니, 미스터 문의 맞서기를 좀 봐주기로 약속했다. 백 킬로에 가까운 공도 형님과 붙을 때는 나 역시도 떨려서 배운 기술의 반도 쓰지 못하고, 연타가 끊겨서 구석으로 몰리기 바쁜데 아직 유급자인 미스터 문이 오죽할까. 연타 공격은 많이 좋아졌는데, 중간에 스스로 겁이 나서 가드를 올리고 뒤로 물러나니 더욱 상대가 될 턱이 없다. 물론 덩치가 크고 실력이 좋은 고수와 늘 붙으면 배우는 것도 많겠지만, 반면에 도망가고 몰리는 습관이 들어서 의외로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내일 미스터 문에게, 당신의 밑에는 항상 내가 있다고, 나처럼 못하고 둔한 사람도 능히 단을 따고 태권도를 즐겁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좀 보여줘야겠다..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