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통섭이라는 말조차 고루하게 느껴지는 시대라지만,
오래 전 도올 김용옥 선생의 그 유명한 '태권도 철학의 구성원리' 를 읽으면서 고류 태권도 고단자이자 동서양 철학에 박식한 저자의 지식량에 새삼 놀랐던 적이 있다. 그의 괴벽한 품행과 별개로 도올 선생이 누구 못지 않게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별로 이견이 없을 터이다. 다만 그가 겨루기와 품새의 이율배반적인 관계에 대해 논하면서, 결국 품새에 모든 기술이 다 망라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하지 못한 스포츠적 규칙 때문에 품새의 많은 기술들이 사장되고, 겨루기와 품새의 움직임과 점점 유리된다는 지적은 서늘하도록 옳았으나, 그렇다고 해서 무슨 선종-교종 나누듯이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겨루기는 성령적인 움직임이요, 규칙을 지켜야하는 품새는 성경이나 계율 같은 것이라고까지 논리를 진행시켜나가는데 대해서는 너무 많이 아셔도 병인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 역시 어쨌건 책을 읽고 교회도 다니고 태권도뿐 아니라 다양한 무공을 조금씩 접했던 이로서,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도올 선생만한 석학이 논리를 진행했는지 모르는 바는 아니었으나, 그래도 이건 뭐랄까, 세상 말로 너무 심하게 '억지로 모서리를 끼워 맞추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사실, 방대한 지식의 양과 그 전달력에 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강신주 선생 역시 그와 비슷하다. 차라리 철학적 시 읽기 연작처럼 대놓고 독자를 청자마냥 친근하게 여기는 강의록 같은 책은 그나마 좀 나은데, 노자를 제국주의자로 해석한 책이라거나, 또한 철학vs철학의 신판에서 근대 물리힉과 양자역학을 서로 비교하며 이에 대해 정치철학과 동양철학의 형이상학까지 그 공통점을 꿰어맞추려고 한 건 좀 지나치게 '일반화' 하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양자역학 자체가 하기사 뭐든 확신할 수 없다는 이론인데, 나는 과학은 하여간 도통 어려워서 잘 알 수가 없으나, 어째서 많이 배운 양반들은 철학 얘기하다 미학이며, 과학이며, 어찌 이렇게 펄쩍펄쩍 잘도 뛰는지, 역시 철학은 만학의 뿌리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