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적을 곳이 없어서(훈련일지)

ITF 번외편 - 병문이는 기초 수행중!

by Aner병문

우리 부부는 요즘, 아내가 너무 건강해서 단조롭다고 말할 정도의 삶을 살고 있다. 나는 2주 전 도장에서 영국에서 건너온 고려대 교환학생 총각들과 함께 하다가, 아내는 아이의 백일상을 맞이하며 모처럼 뵙는 장모님께 아이고 야야, 니 벌써 둘째 임신했는거가, 하고 놀림받아서, 각자 태권도고 수영이고 간에 일단은 살부터 빼야겠다는데 합의를 보았다. 아내도 나도 크게 군것질을 즐기는 성미는 아니지만, 아내는 국밥과 냉면, 케이크를 정말이지 사랑하고, 나야 술을 거를 수가 없는 종족이므로 일단 평소에라도 식사량을 줄이고 걸어보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때마침 유모차도 오고 해서, 요즘에는 퇴근하자마자 손만 씻고 짐을 챙겨 아이와 함께 나간지 2주쯤 되었다. 저녁에는 유산소 겸하여 쭉 걷고 스트레칭하고, 새벽에는 1시간 정도 틀을 비롯한 기술 수련을 하며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아이는 아직 유모차에 익숙하지 아니하여 길어야 이십분이면 바동거리기 일쑤였고, 결국은 내가 아기띠를 멘 채 아이를 안고 걸어야 했는데, 십년 넘게 수영으로 단련된 아내의 넓은 어깨에 맞춘 띠를 억지로 졸라맨데다, 요즘 한창 커가는 아이의 체중에 비해 내 몸은 거의 1년 가까이 쉬어 늘어져버렸으므로, 7KG 남짓한 아이의 무게를 명치께로 받아내며 걷는 것은 내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다. 훈련을 통해 체력과 근량을 늘리며 증량한 것도 아니고, 군살만 늘어버린데다 아이가 불편하지 않도록 가능한 흔들리지 않게 발에 힘을 꽉꽉 주어가며 걸어야했으므로, 이거 잘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보법 훈련 아닌가? 고류 가라테의 달인들은 일부러 무쇠 게다를 맞추어 신기도 하고, 맨발로 모래사장을 푹푹 밟아 달리기도 한다는데, 이렇게 아이와 함께 매일 2시간씩 걷다보니 어깨와 다리가 빠질듯 뻐근해서 틀 훈련은, 잠을 충분히 잔 다음날 주로 수행하고 있다. 아직 부상도 완쾌하지 않았으니 무리를 할 순 없고, 천천히 다시 태권도를 할 수 있는 몸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팔굽혀펴기를 할 수 있다면 금상청화겠지만, 바로 엊그제 시험삼아 해보았더니 아직은 어깨가 또다시 얼얼한 것이 과연 의사 선생님 말씀처럼 어깨에 체중을 싣기가 부담되었다. 지금 당장은 퉁퉁한 하체 풀어주기와 근력, 체력 향상을 목적으로 아이와 함께 걷고, 나아가 틀 연무로 다시 태권도에 어울리는 몸을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만 해도 밥 잘하는 유진이가 2단 승단을 보는 8월까지 제법 시간이 빠듯하다. 여하튼 요즘은, 퇴근하고 저녁을 거르거나 과일 몇 조각 먹고, 아이와 함께 쭉 걷고, 날이 저물면 돌아와 서둘러 씻기고, 뒷정리하고 자기 바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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