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세풀베다, 정창 역, 연애소설 읽는 노인, 열린책들, 2009
다시 한 번, 루이스 세풀베다, 정창 역, 연애소설 읽는 노인, 열린책들, 2009
워낙 얇은데다 언제 읽어도 사람을 당기듯 푹 빠지게 하는 책이라 손맡에 두고 생각날때마다 한번씩 읽는 책이다. 이어령 선생과 외수 선생님 돌아가신데 이어, 2020년에 코로나로 루이스 세풀베다 또한 돌아가셨음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그 동안 글이라고는 통 대부분 논문만 읽었고, 눈 뜨면 도장에다가 회사 가고, 시간 있으면 영화보거나 술 마시기 바쁜지라 느긋하게 책을 읽지 못해 아쉬워 이 책을 다시 펴게 된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어제 너에게 다시 가면서, 지하철 문에 땀에 젖은 등을 기댄 채 후다닥 다시 읽은 이 책은, 오랜만의 소설이라 눈에 빨려들듯이 시원하고 경쾌하게 읽었다.
젊은 시절, 독서모임을 했을때 (소은이가 좀 더 크면 독서모임 시즌 3를 다시 열 계획이다.ㅎ) 그리스인 조르바를 보고 곽선생이 나더러 '진짜, 형 그대로 늙으면 완전 조르바야.' 그래서 웃었던 적이 있다. 아닌게 아니라 그 밉지 않은 경박함과 위대함에 대한 경와를 모두 지닌 약삭빠른 모순점은 나 역시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루이스 세풀베다의 첫 소설을 읽으면서, 나 역시 기왕이면 이러한 노인으로 늙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호세 노인은 본디 문명 사회의 농부였지만,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기꺼이 밀림으로 도망치고, 아내가 죽은 뒤에도 생전의 사진을 걸어둔 채 평생 그녀를 그리워하며, 자연에 가까운 수아르 족과 밀림을 겪는 법을 배우고, 자연과 문명 사이의 경계에서 하기 싫어도 반드시 해야될 일들과, 할 수 있어도 해서는 안되는 일들을 구분하며 살아간다. 그의 유일한 낙은, '늙음에 저항하기 위하여' 슬프고 격정적인 연애소설을 꼼꼼하게 소리내어 읽으며 독한 술을 마시는 일이다.
책은 늘 이래서 좋다.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읽고 벗할 수 있다. 저 밀림의 총을 든 노인부터, 나처럼 좁은 가슴을 지닌 여린 사내까지 다 똑같다. 그래서 늘 잊지 못하고 자주 읽는다. 김언수 선생의 뜨거운 피를 다시 읽으려고 헌책방에서 찾았는데, 끝내 아직 찾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