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밤이 찾아오고 있다. 좀 있으면 달이 선명해질 것이다. 우리 집에서는 달이 잘 보인다. 각도가 잘 맞아서인가보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오늘도 내가 우주의 리듬을 잘 타고 있는지 가늠해본다. 이 신비한 우주의 먼지로써 나는 나답게 오늘 하루를 살았는지. 내가 진짜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하느님께 기도하는 것은 언제나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평화. 하지만 인생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스토아 학파인만큼 폭풍 속에서 춤추는 법을 배워야 하는게 아닌지. 이곳에 와서 나는 나에게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내가 별로 해준 것도 없는데 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 그것도 복인가보다. 그래서 이렇게 버티고 있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자연의 법칙을 잘 따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은 서로를 돕는다. 강한 존재가 약한 존재에게 손을 뻗는다. 인간처럼 경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서로 도우며 살아간다. 인간은 왜 서로가 서로를 괴롭히고 사랑하지 않을까. 그건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일이다. 인간에겐 정말 이기적 유전자가 있는 것일까. 그것은 좋은 것일까. 그 책을 읽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다. 이타적이라는 것이 본성을 거스르는 일처럼 보이겠지만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다. 코로나 이후 많은 일을 경험하면서 서로 만날 수 없고 소통할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알게 된 것 같다. 나 역시 만나고 싶은데 만날 수 없는 이가 있다. 이제는 그 상황을 잘 받아들이고 있지만 사실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이야기 나누고 싶고 장난치고 싶은 상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이제는 그런 생각이 든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에 대해 제대로 배우고 있는 중인 것 같다. 내게 이런 기회를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이렇게 멋진 이를 보내주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