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성경말씀은 가장 큰 계명이 사랑이라는 말씀이었다. 서로 사랑하여야 하고 자신에게 하듯 그렇게 사랑하는 이에게 천국이 가까이 있다는 말씀. 신부님은 강론에서 알쓸신잡의 심채경 교수가 한 말을 인용하셨다. 행성들도 자기 중심이 확고한 이후에 공전을 해야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 우리도 자신 안에 중심이 있어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요즘에 읽고 있는 책에서 나이든 사람들이 퇴보하는 기분없이 행복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유동성 기능과 결정성 기능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데 젊은 날의 성공경험이 노년까지 계속이어지기를 바라지 말고 노년은 목표를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서 더이상 에전같지 않은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그런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예전에 직장생활에서 뛰어나 보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원하는 만큼은 늘 아니었던 과거의 나는 어떻게 해도 행복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도 행복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평안한 기분이 무엇인지를 안다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불안정했던 어린시절 나는 편안하고 행복한 기분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그것이 내가 성공에 집착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사회적으로 성공하면 행복할 것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어하는 일이 무엇인지 점점 깨달아 가고 있다. 그러면서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이제는 빨리 달리지 않아도 된다. 중년이란 그런 나이가 아닌가 한다. 결과가 아닌 지금 현재의 내 기분이 중요한 것. 그리고 내가 행복해 하고 좋아하는 게 뭔지를 알아가는 나이. 아직 타인을 나만큼 사랑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것이 내겐 숙제이고 내가 하는 일이 타인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는지 고민해 보려고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은 내가 평안한 이후에 가능할 것이다.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 나는 지금의 시간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정원이 딸린 집에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행복한 하루를 꾸려 나가는 것이 나의 버킷리스트이다. 그러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할 것이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오길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