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다른 이들과는 다르다. 나의 겉모습이 아니라 부끄러운 내 내면을 모두 고백해도 나의 곁에 있어주었다. 그 점에서 나는 그의 사랑이 눈물겹게 고마웠다. 그러나 만져지지 않는 사랑에 지친 것일 수도. 이런 사랑을 처음 해봤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 수록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글로만 소통하는 사랑.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의 얼굴을 마주하고 그의 목소리를 듣고 싶지만 헛된 바람일 뿐이다. 어느새 내 글에는 그런 좌절이 묻어 있다. 애써 밝은 척해도 알 수 없는 우울이 있다. 어쩌면 이 세상에서 오직 나만 만날 수 없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래야하기 때문이다. 선물 같았던 만남이 과연 선물이 맞는 것인지 의심하게 한다. 신은 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는 걸까. 곧 터져버릴 것 같은 그리움은 어떻게 달래야 하는 걸까. 내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되어 버린 이 일에 대해 그저 무심히 지켜보면 되는 것일까. 그가 누굴 사랑하든 어쩌면 상관없어진 나의 마음. 차라리 덕후라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