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복이 심하다. 뭐 하나에 꽂히면 사람들이 다 말려도 파헤치고 그러다가도 아무것도 하기 싫어져 이불콕 할 때도 있다. 사실 그런날이 더 많다. 누군가는 조증에 걸리면 책 한권을 써내기도 한단다. 내 의사선생님은 내가 하는 쇼핑몰이 잘 되어 가는지 매번 물으신다. 그리고 때로 갑자기 매출이 확 오르거나 하지는 않았냐고 물으신다.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안다. 조증 환자들은 자신이 감당하기 어렵지만 미친듯이 매달려 보통 사람들보다 더 성과를 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조증이 인생에 좋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는 뜻이다. 물론 그런 상태가 지속되어 딴세상으로 가버릴땐 입원을 각오해야 한다. 조울증은 인생을 아주 재미없는 것으로 인식하게 되기 쉽다. 도파민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도파민 과다는 심각한 상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울증으로 가기 싫어 조울증이 된다고들 말한다. 결국은 우울증이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살아야 우울하지 않고 지루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난 아직 그 방법을 찾지 못했다. 사실 조울증 환자들은 책을 읽기도 어렵다고들 말한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오랜시간 어려운 단어들을 읽고 이해하는 것에 금방 지루해지기 쉽기 때문이라고 내 스스로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관심있는 분야의 책은 단숨에 읽어내리기도 한다. 내 증상이 완화된데는 사랑의 힘이 크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나를 사랑하는 이가 있고 그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세상 모든 것이 내게 친절하게 다가온다. 희망적인 무언가를 꿈꾸게 된다. 나는 더이상 환자가 아니고 사랑받는 사람이 된다. 가망없던 내 인생에 한줄기 빛이 찾아왔다. 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하라고 권해주고 싶다. 많은 것들이 해결되고 세상이 아름다워 보일 것이다. 상처가 치유되고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 아마도 내 병이 찾던 치료약이 아닌가 한다. 내가 처음 우울증 진단을 받았을 때 의사선생님은 연애를 하라고 하셨다. 그때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다. 하지만 그분은 연애를 하면 세라토닌 같은 좋은 호르몬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계셨기에 하신 말씀인 것 같다. 그 치료약은 효과가 있었고 나는 건강하게 생산적인 사람이 되었다. 우울증은 자신을 미워하는 병이라고 한다. 그런데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아무래도 자신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을 한다는 것은 어렵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행운은 아닐 것이다. 그게 동시성이든 진정한 사랑이든 내게 긍정적인 일이 일어난 것은 사실이다. 내가 애써 구한 적이 없었는데도 말이다. 나는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걸까. 나는 좋은 사람일까. 사실 누구나, 그 사람이 악인일지라도 사랑을 주고 받을 수 있다. 죽기 전에 사랑에 대해 알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다. 나도 진정한 사랑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