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은 신기할 정도로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웠다. 예약한 펜션에 벌써 4번째 방문이고 가는 코스에 들를 곳도 다 아는 곳이어서 낯가림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우선 미어터질 것 같은 휴게소에서 맛난 라면을 먹고 안면도 휴양림에 들러 산행을 했다. 소나무가 유명한 곳으로 산 중턱이 데크로 되어 있어 걷기 편하고 나무와도 더 가까이 볼 수 있게 하였다. 날씨가 비가 올 것 같았지만 비를 맞지는 않았고 시원한 산바람에 땀을 식히고 꽃지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그곳 주차장에 들어서려는데 어마어마한 차량때에 놀랐다. 알고 보니 그곳에서 튤립축제가 있었고 행사가 끝나기 전날이어서 인파가 몰린 것이었다. 우린 조용히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파도가 너무 예뻐서 카메라에 저절로 손이 갔다. 묘하게도 안개낀 하늘과 잔잔한 파도가 모두 반짝이는 아이보리색 무늬를 지니고 있었다. 파도를 보니 그대가 생각났다. 나와 파도를 타줄 한 사람. 인생이란 험난한 파도에서 기쁨이 되어줄 내 사람. 그렇게 보니 파도가 아름답기만 했다. 힘든 고난이 아니라 생명을 부어줄 에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좋은 쪽만 생각하려고 한다. 전에는 그게 가능할거라고 생각지 않았다. 하지만 몇번 인생의 신비를 겪고나니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마음을 먹는지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 자신을 어떻게 다스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 그렇게 숙소에 와서 쉬다가 실내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저녁에는 펜션 주인이 비치해 놓은 와인을 마시며 쉬었다. 여러번 왔었는데 이번이 제일 편안하게 푹 쉬었던 것 같다. 익숙함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 집으로 향하는 길에 허브농원을 들러 허브차를 한잔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짧은 기간이라 아쉽기도 했지만 이렇게 부담없이 다녀올 데가 있다는 것도 나름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의 긴장을 풀어주고 쉼표를 만들어주는 연휴였다. 그동안 너무 일에 매달렸다. 주위를 둘러보며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뭔지 다시한번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