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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들

by Mocca

요 몇년간 나는 아주 다양한 감정을 경험했다. 설렘, 질투, 미움, 동경, 슬픔 물론 사랑하는 마음까지. 매일매일 사랑의 감정만을 느끼는 것이 가능할까. 사랑하면서도 다른 부정적인 감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지. 그런데 또 알아낸 것은 내가 생각보다 부정적인 성향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내 무의식의 영역에서 일어난 일 같아 보인다. 이것이 감정의 오류를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부족할 것 없고 좋은 일만 있는데도 난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 너무 잠깐이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걸까. 그래서 그 화려한 생활을 하면서도 만족하지 못하는 것인지. 이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로 보인다. 앞으로 내가 모든 일에서 잘된다하더라도 행복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족이란 것은 괴물과 같다. 하나를 채우면 다음 것이 기다리고 있다. 요즘 사회문제가 된 것처럼 그래서 잘못된 길로 나아가기도 한다. 나의 경우도 이전에는 미친듯이 몰두할 것이 필요했다. 그게 아주 건전한 바느질 같은 것일지라도 무언가 현실의 무료함을 잊을 것이 필요했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실제로 조울증을 앓고 있는 송민호의 경우도 오은영 박사님 프로그램에 나와서 더이상 즐거운 없이 없다고 토로한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그런 것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라고. 오은영 선생님은 그 증상에 관해 정확하게 지적해 설명해 주셨다. 아마도 나 역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뭘해도 재미가 없고 즐겁지 않을 때가 있다. 다른 이들도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견디기 힘들때가 있다. 예전에 비하면 정말 많이 좋아졌다. 글쓰는 것도 몇번 상을 받다보니 나의 지향점이 생기는 것 같다. 마음 먹고 쓴 글, 자연의 순리와 나에 대해 쓴 글들이 상을 받았다. 그런 글을 쓸때 좀 더 신중해진다. 한마디로 긴장하게 된다. 놀랍게도 그런 글들이 환영받는다. 과연 글쓰기가 나를 구원할 것인가. 이제까지는 나 자신을 스스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나의 마음을 자연에 비추어 쓰는 것에 좀 더 능숙해지길 바란다. 이제야 나무 한 그루에 대한 이야기 정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심이 없는... 난 그게 신기한... 나에게 엄청난 행복감을 선사하는 자연. 사람들은 왜 느끼지 못하는 지 의아할 때가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많은 걸까. 내년에 나의 삶은 좀 더 미니멀했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것 몇가지만 집중하는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을 향해 시선을 옮기는... 이전의 나와 비교했을때 나는 분명 많이 달라져 있다. 결국 올 한해 동안 남는 것은 내가 쓴 글이었고 과거의 나를 돌아보면서 경험해 보지 않았던 낯선 감정에 처해 있었던 내가 있었다. 내 생각에 난 지구에 처음 온 것 같다. 익숙해지지 않는 것들이 너무나 많고 놀랍고 당황스러운 일들도 많다. 그런 것들이 이 나이는 초연해져야 하는게 아닐까. 그게 무엇이든 마음먹기를 해야하는 일들이 많았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준비된 사람처럼 그렇게 능숙하게 모든 일을 처리할 수는 없을까. 여튼 지구에 첨왔는데 여기까지 잘 온 것 같다. 내 인생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 적어도 내 생각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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