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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와 파도

by Mocca

오늘 테라피로 준비된 책을 읽으며 나도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엘라라는 소녀는 작은 배에 의지에 바다를 건너고 있다. 혼자라고 생각했지만 새, 돌고래, 해파리, 고래 등이 등장하며 엘라에게 파도 타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어둡고 거친 바다를 건너가고 있지만 엘라는 그래서 혼자가 아니다. 또한 거친 파도를 넘으며 새로운 곳으로 갈 희망에 부푼다. 파도가 잠잠해지고 날이 밝자 엘라와 같이 혼자 작은 배를 타고 온 이들이 보인다. 이제 엘라는 혼자가 아니다. 엘라와 같이 파도를 넘어온 친구들이 있다. 엘라는 이제 파도가 두렵지 않다. 파도 타는 법을 알게 되었으므로.

내가 라디오에 출연했을 때 어린왕자에게 라는 는 편지를 썼는데 나도 모르게 파도타기를 함께 할 친구가 있다면 넌 행운이야 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그 말처럼 수많은 파도를 만났지만 이렇게 잘 헤쳐 온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그림책 테라피스트로 활동도 하고 수필가로 수필을 쓰고 지내는 지금의 일상이 아주 마음에 든다. 라디오를 할 때만 해도 나에게 이런 미래가 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내 예상보다 훨씬 근사한 중년을 맞고 있다. 이제 시작인 만큼 조심스레 내 앞의 또다른 파도를 건너는 중이다. 나 자신을 좀 더 믿게 되었고 내가 뜻하는대로 늘 되는 건 아니지만 내가 향하는 길이 좀 보이는 것 같다. 그건 사람들을 통해서도 배울 수 있다. 2년동안 만나온 그림책테라피 친구들. 그림책에 진심이고 서로의 존재가 소중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만난 것도 행운이다.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면서 또 응원을 주고 받는다.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배우는 기분이다. 그 수업도 이번주로 마무리된다. 그림책 테라피 수업이 영원히 계속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원래 올해 책을 내려고 했는데 제대로 된 글을 쓰고 있지 못하다. 수필집을 보고 있는데 기성새대와 지금 세대의 에세이 스타일이 놀라울 정도로 다르다. 나는 어떤 스타일인지. 나도 아직 모르겠다. 무언가에 푹 젖어서 생각에 잠기고 싶다. 사유하는 즐거움을 갖고 싶다. 시를 읽어야 하나. 요즘 다꾸영상에 빠져 가지고 하루종일 다꾸영상만 본다. 나의 힐링법이다. 시원한 에어컨을 틀고 빈티지무드가 가득한 다꾸영상을 보면 나도 꾸미고 싶은 마음이 들면서 즐겁다. 힐링이 된다. 이제 급한 일들은 모두 했으니 내일 아침 일찍 산책이나 가야 겠다. 그럼 또 영감이 떠오를지도. 나의 마음이 지금보다 더 열려 있었으면 좋겠다. 새로운 스타일의 책도 잘 받아들이고 ... 낯선 것에 대한 거부감이 너무 심하다. 그저 익숙한 것만 찾는다. 불안 때문일까. 무엇때문일까. 난 어떤 사람일까. 요즘은 수필보다 동화나 소설을 쓰고 싶다. 내가 경험한 세계에 대해. 근데 그게 장르가 불분명하다. 이번에 도서관에서 소설 수입이 있었는데 신청을 못했다. 이번주는 에세이 수업도 선생님 사정으로 휴강이고 ... 좀 아쉽다. 요즘은 뭐든 쓰고 싶다. 아프고 치료를 받고 잘 먹고 지냈더니 에너지가 솟나보다. 그간 다이어트 한다고 체력이 딸렸는데 역시 잘 먹어야 한다. 참외나 깎아 먹고 자야지. 잠이 안온다. 오늘 너무 긴장하고 생각할 일이 많아서 그런지... 뮤직테라피 수업이라도 있어서 정리가 빨리 되었다. 그나마 다행이다. 테라피에서 눈물 흘리는 사람들을 보면 과거의 나를 보는 것 같다. 자신이 왜 눈물을 흘리는 지도 모르는 채 흐느끼는 사람들. 옛날에 성경모임하면서 눈물흘린 뒤로 울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내가 정말 행복해서 울 일이 없는 걸까. 아니면 감정이 메마른 걸까. 예술가가 감정이 메마르면 안되는데... 혼자 있을 때는 다른 사람들은 다 고민도 없고 행복하겠지 하는 생각이었는데 돌아다니다보니 사연이 없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꿋꿋하고 즐길 줄 알기에 버텨내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많이 배운다. 파도를 타는 법처럼. 나도 내면의 힘이 강했으면 좋겠다. 난 멘탈이 너무 약하다. 감당하기 힘든 일 앞에서는 돌아서고 만다. 더이상 날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 더 욕심내고 싶지도 않다. 소설이든 뭐든 글을 쓰자. 그게 최선인 것 같다. 나는 예술가가 되고 싶으므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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